2003-02-04 11:49
은산해운항공 조선희 과장
지난 시무식이 있던 직원 전체 회의 때 각자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나는 새해엔 웃으면서 바쁜 해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늘 마음에 담아 꺼내보는 말이지만 촉박한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일을 두고 여유를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쏟았던 일들은 그 결과가 항상 뿌듯함으로 돌아오기에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LCL 콘솔업무를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힐 때가 있지만 늘 기억에 남아 가끔씩 꺼내 부서 직원들에게 자랑스레 들려주는 건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싱가폴행 컨테이너에서 화물의 규격 차이로 갑작스런 적입 초과화물이 발생되어 불가피하게 K 포워더로 CO-LOAD를 하게 되었는데, 도착 후 그 중 한 상자가 없어졌다는 연락을 받는 난감한 일이 발생했다. K 포워더의 CFS 담당 직원 또한 늦은 시각에 있었던 일이라 적입 당시의 화물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던 건으로 지금 생각하면 그땐 참으로 난감했다. K 포워더의 콘솔 담당은 싱가폴 파트너와의 전문 관계는 담당이 다르다며 바쁜 업무에 쫓겨 처리를 회피하고, 5분 여 간격으로 걸려오는 실하주의 독촉 전화에 K 포워더의 싱가폴 대리점에 계속 찾아봐 달라는 전화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콘솔 담당자는 정말 싱가폴로 직접 가서 찾아볼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을 맞게 된다. 일단 먼저 물품 가격을 지불하자는 사장님의 지시가 있던 어느 월요일, 하주에게 전화를 걸어 배상을 먼저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이메일을 연 순간, K 포워더의 싱가폴 대리점에서 물건을 찾았다는 메시지를 봤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책상 위엔 그 누락 건에 대한 하주의 서류와 CFS에서 받았던 자료, 수없이 보냈던 전문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있었던 것, 경험해 본 사람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흥분에 쌓여 사장님께 소리를 질렀다.
“사장님~ 라스트 프라이데이에 물건 찾았답니다”
사장님께서는 그간 마음고생 많았다며 점심으로 신선한 생선회를 사주셨다.
더 재미있는 일은 K 포워더에 전화를 걸어 전문 담당자에게 잃어버렸던 한 상자를 찾았다는 말을 전하려는데, 그 담당자 낙담한 목소리로
“아직 못 찾았답니다. 우리도 계속 전화하고 있으니깐요, 연락이 오면 전화를 드릴께요”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 동안 내가 어지간히 괴롭힌 모양이었다.
또 하나는, 크게 광고를 하지 않지만 해외이사화물 상담 전화를 자주 받게 되는데, 서류작성에서, 문전포장, 국내운송, 목재포장, 주소지 배달까지 생소한 선하증권상의 용어도 이해하기 쉽게 상담해 주는 것도 큰 즐거움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주재원으로 가 계신 D선사의 모과장 부인과의 이삿짐 배달 후 전화통화에서 발리에 여행 올 기회가 있으면 꼭 들려 달라며, 숙식은 해결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그곳에 적응하며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을 때, 무역업 시작 후 첫 선적이라 서류를 전혀 작성하지 못하는 하주에게 같이 배워보자며 COMMERCIAL INVOICE, PACKING LIST를 만들어 수하주에게 미리 보내 통관에 이상 없는지를 알아본 후 선적서류를 챙겨주었던 일, 특히 나는 개인화물의 문의가 왔을 때, 우리 회사를 어떻게 접촉하게 되었는지 물어 보는 것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면 선박회사 영업 사원의 소개, 세관직원, 훼리 회사의 소개, 이삿짐 센타의 소개 등 많은 업체들에서 도움을 주시지만 유학간 친구, 친척의 소개가 가장 고맙다.
우리의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회사에서 소문난 욕쟁이에 업무 중에 ‘내가 노래 부르는 중에는 말 시키지 말 것’이라고 말하는 괴짜지만, 표현하지 않아도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하는 부서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만삭의 몸으로 매일같이 싸우며 열심히 같이 해준 강봉희 계장과 이윤경계장, 임혜란주임, 최근혜주임, 김희정주임, 이하 모든 부서직원들에게 올 한해 바쁜 가운데에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길 바라며, 햇살에 빛나는 저 은산(silver mountain) 처럼 우리의 끈끈한 우정도, 손 발 척척 맞는 팀웍도 계미년 한해를 더 빛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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