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28 10:24
(서울=연합뉴스) 유럽의 12개 국가가 같은 돈을 사용하는 혁명적 변화가 새해부터 시작된다. 언어의 통합에 비견될 정도로 큰 의미를 갖는 통화혁명은 유럽합중국을 건설하려는 유럽인들의 원대한 꿈이 중요한 진전을 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로화의 본격 통용 시대 개막은 유럽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줄 대사건으로서 이처럼 거대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느냐 여부는 우리 경제의 앞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변화의 성격뿐 아니라 변화의 주체가 갖는 무게 역시 이 변화의 중요함을 이야기해준다. 유로화 사용 유럽국가들, 즉 유로랜드는 인구 3억4천만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6%와 무역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경제 제2의 주역이다. 그런데 이 막강한 힘을 갖는 국가군이 이제는 마치 한나라처럼 같은 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유로화의 도입 초기에는 상당한 기간 혁명적 변화에 따르는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혼란을 극복한 뒤 유로랜드가 기대할 수 있는 약속들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의 비교가 쉬어지는데 따른 가격의 하향 평준화를 기대할 수 있게된다. 기업들은 그들대로 환차손 부담에서 해방되고 자금 조달 여건도 개선됨에 따라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유럽으로 이동할지도 모를 이같은 혁명적 변화는 우리 한국에게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유로화가 새로운 기축통화로 자리잡아 거대한 유로 통화권이 형성될 것에 대비해 유로화보유 지분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외환 보유액 중 달러를 줄이고 유로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 유럽시장의 단일화가 공고해지는 만큼 유럽집행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기구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유럽전문가를 양성해야한다. 기업들은 유럽 기업들의 상대적인 경쟁력 강화로 고전할 수도 있으나 큰 시장이 생긴 만큼 장사 기회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의 기업들이 유럽에서 현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이 변화에 대처해야한다고 말하고있다.
아울러 우리는 유로랜드의 등장에 자극받아 동아시아국가들을 한 경제권으로 묶는 경제공동체의 설립을 더욱 구체적,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아세안+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동아시아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수행,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물론 이같은 새로운 지역 공동체 구성에는 수많은 내외적 난관이 가로막고 있으나 유로랜드의 등장과 같은 거대한 변화 앞에서 더이상 동아시아 블록의 결성을 미루고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유로랜드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우리의 이익을 확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공동이익체 구성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중의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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