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통항 제한과 홍해 운항 중단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 강세와 선복 부족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북미항로 시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운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물동량 증가율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을 상회하고 있다. 선사들은 오는 5월부터 진행되는 운송계약(SC) 갱신을 앞두고 운임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며 시황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선사들은 이달 20피트 컨테이너(TEU)당 600~1000달러의 운임인상(GRI)을 단행했다.
물동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통관조사회사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올해 1월 아시아 10개국발 북미행(북미 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165만TEU였다. 지난해 1월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기저효과가 작용했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증가율인 13%를 웃돌았다. 중국 한국 베트남 상위 3개국 모두 20% 이상 신장하며 물동량 전체를 이끌었다.
1위 선적국인 중국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97만9000TEU, 2위 우리나라는 22% 늘어난 19만2000TEU, 3위 베트남은 22% 급증한 15만3000TEU로 각각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1위 가구가 16% 늘어난 28만5000TEU, 2위 기계류가 19% 증가한 17만6000TEU, 3위 전자전기가 16% 증가한 15만1000TEU로, 상위 품목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세를 시현했다.
시황이 강세를 이어가자 선사들의 아시아-북미 간 신규 서비스 개설도 잇따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파나마운하 수위 저하에 따른 통항 제한에 동안보다 서안으로 화물이 몰리고 있으며 내륙운송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짐라인은 우리나라 부산항과 베트남 까이멥, 캐나다 밴쿠버를 연결하는 신항로를 열며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ZPX’로 이름 붙여진 새로운 노선엔 2800~4500TEU급 컨테이너선 7척이 배선된다. 전체 기항지는 부산-까이멥-가오슝-샤먼-닝보-상하이-밴쿠버(델타포트)-부산 순이다. 신항로는 지난 1월 까이멥을 출발한 <지에스엘발레리>(GSL VALERIE)호부터 시작됐다.
이 선박은 3월2일 부산항에 각각 입항할 예정이다. 일본 선사 ONE도 아시아와 북미 서안을 연결하는 ‘AP1’ 서비스를 대만 완하이라인과 공동운항한다고 밝혔다. 전체 노선은 하이퐁-까이멥-서커우-샤먼-타이베이-닝보-상하이-로스앤젤레스-오클랜드-서커우-하이퐁 순이다. ONE이 2척, 완하이라인이 5척 등 1만3000TEU급 선박을 각각 배선하며 이르면 4월에 서비스가 시작된다.
미국 경제 호조세가 계속되면서 당분간 물동량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의 사이먼 허니 애널리스트는 “연간 계약 시즌이 다가오는 노선의 경우 시장 회복 시기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미국 무역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강력한 수요와 제한된 공급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임은 서안이 10주 만에, 동안이 9주 만에 각각 하락 전환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2월9일자 상하이발 북미 서안과 동안행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833달러 6452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전주 5005달러 6652달러와 비교해 서안은 3.4%, 동안은 3% 각각 하락했다. 다만, 한 달 전인 2775달러 3931달러에 견줘 서안은 74.1%, 동안은 64.1% 급등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한국발운임지수(KCCI)는 2월19일 현재 북미 서안행 운임이 전월 3798달러에서 24.8% 인상된 4740달러를 기록, 50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주 4739달러에 견줘 소폭 오르며 상승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동안행도 전월 5440달러에서 6068달러로 11.5% 올랐다. 다만, 전주 6070달러 대비 소폭 하락하며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한국발 롱비치행 공표 운임은 2월 현재 FEU당 3952~5400달러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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