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이 새해 들어 선적상한선(실링)을 70% 초반대까지 바짝 조이면서 시황 반등을 도모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운임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2만2400TEU를 기록, 전년 같은 달의 13만1600TEU에 견줘 7% 감소했다. 수입화물은 7% 감소한 2만1500TEU, 환적화물은 10% 감소한 7만2300TEU에 각각 머물렀다. 반면 수출화물은 2% 늘어난 2만8500TEU를 기록, 2개월 만에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일항로 물동량은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띠었다.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하다 지난해 9월 플러스 성장을 회복했지만 호조세는 두 달을 이어가지 못했다.
1~11월 누계 실적은 14% 감소한 135만8500TEU로 집계됐다. 수출화물은 6% 감소한 29만7100TEU, 수입화물은 13% 감소한 25만2700TEU, 환적화물은 17% 감소한 80만8600TEU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화물 모두 2022년부터 시작된 약세가 지속됐지만 수입화물의 낙폭이 두 자릿수에 이르면서 2021년 51 대 49의 비등한 수준이었던 수출·수입 화물 비중은 지난해 54 대 46까지 벌어졌다.
선사들은 지속적인 수요 약세에 대응해 공급 조절에 적극 나서고 있다. KNFC는 올해 1기(1~2월) 선적상한선(실링)을 73%로 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포인트, 전기(11~12월)보다 6%포인트 낮은 수치다.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비수기인 지난해 7~8월(4기)과 같은 수준이다. 선사 관계자는 “실링을 최저치까지 줄인 덕에 대부분의 선사들이 목표에 도달했다”면서도 “하지만 운임 수준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부진으로 운임도 바닥권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의 한일 구간 운임지수(KCCI)는 이달 22일 현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86달러를 기록했다. 첫 발표된 2022년 11월 초에 비해 80%가량 하락했다. 2022년 11월7일 881달러로 시작한 KCCI는 지난해 5월 45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반 토막 났다. 이후 7월 300달러, 8월 2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 쳤고 11월엔 200달러 선마저 붕괴됐다. TEU 환산 수출화물 운임은 93달러로, 1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수입화물 운임은 50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선사 측은 할증료를 제외한 기본운임은 수출 50~100달러, 수입 20~30달러 수준이라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유가할증료(BAF)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15달러 오른 200달러로 책정됐다. 국제유가가 약세를 띠면서 지난해 상반기 245달러에서 하반기 185달러로 인하된 뒤 6개월 만에 다시 소폭 상승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한일항로는 실링제 도입 이후 근해선사들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알짜 항로 역할을 해왔지만 코로나 사태 특수가 끝난 지난해부터는 한중항로 수준으로 수익성이 곤두박질 쳤다”며 “운임 하락을 계속 방치할 경우 항로 운영을 못할 만큼 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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