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 수에즈운하 통과 물동량이 급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수에즈운하를 항해한 선박은 일 평균 52척을 기록, 홍해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12월 11~17일의 75척에 비해 31%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2척에 비해선 28% 줄어 들었다.
물동량도 급감했다. 새해 첫 일주일 동안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화물량은 하루 평균 303만t을 기록, 3주 전 498만t 대비 3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8만t에 비해선 35% 뒷걸음질 쳤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하는 노선은 크게 활성화했다. 같은 기간 희망봉 경유 선박은 일 평균 70척을 기록, 3주 전의 52척 대비 34% 늘어났다. 지난해 동기(43척)에 비해선 63% 급증했다. 물동량은 677만t으로, 3주 전 463만t에 견줘 46%, 지난해 같은 기간 404만t에 견줘 68% 뛰었다.
수에즈운하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급성장했다. 2020년 1만9300척이던 수에즈운하 이용 선박은 2021년 2만1100척으로 9% 늘어났다.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일일 통항량이 사상 최저치인 9척까지 급감하는 악재를 겪었음에도 코로나발 해운 호황의 단맛을 톡톡히 봤다.
이후 2022년엔 16% 늘어난 2만4500척, 지난해는 9% 늘어난 2만6800척을 각각 달성했다. 승승장구하던 세계 최초의 인공 해상로는 정정 불안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요율 인상 계획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수에즈운하청(SCA)은 올해 1월15일부터 컨테이너선 탱크선 등 주요 선박의 통항료를 15% 인상할 방침이었다.
오사마 라비 청장이 지난달 17일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교통로”라고 호소했지만 희망봉으로 뱃머리를 돌린 선사들의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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