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컨테이너 운송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표준운임제 도입이 늦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를 위해 마련한 표준운임제 법안이 올해 12월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아 도입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걸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이후 시장 자율성을 높이고 차주 소득 보장을 위해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현재 운임 기준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관련 입법을 계속 추진하되, 컨테이너·시멘트 품목 대상으로 한 표준운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입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입제 폐단으로부터 차주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하위법령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도 정비할 계획이다.
지대추구행위(지입료 수취)에만 관심이 있는 운송사도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최소운송의무를 위반하거나 운송실적을 미신고한 운송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사업정지 → 감차)해 나갈 예정이다. 최소운송의무는 운송사의 운송실적이 업계 평균 매출액의 20% 미만인 경우 처분하는 제도를 뜻한다.
아울러 화물차주의 차량 소유권 보장을 위해 지입차량 명의를 화물차주로 등록하도록 관련 제도 정비도 지속 추진해 나간다. 다만 법 개정이 지연됨에 따라 우선적으로 운송사의 부당한 갑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후 조치로서, 이른바 도장값 요구 등 부당행위를 하위법령에 명문화하고, 위반 시 제재 규정도 신설할 예정이다.
1차·2차 지입신고 기간 접수된 운송사의 부당행위는 국세청·경찰청 및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조사·처분하고, 이 외에도 불법증차 등 불법·부당행위 주요 위반사항에 대해 집중적으로 현장 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법 개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화물차주의 권익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라며 “법 개정이 화물운송산업의 근본적 변화의 첫걸음이므로 국토부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신속한 재논의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 초 당정협의를 통해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고, 이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화물운송산업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당정 간 협력을 강화해 왔다.
다만 표준운임제를 두고 국내 컨테이너 운송사, 화물연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갈등이 이어졌다. 컨테이너 운송사들은 화주 처벌조항을 없앤 표준운임제가 본격 도입되면 운송사의 운임 하방압력이 커지고, 화주와 운송사 간 불공정한 계약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수주 산업인 컨테이너화물 운송 시장 특성상 서비스판매자(운수사업자)가 아닌 서비스구매자(화주)의 요구가 가격 결정에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화물연대 측도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을 강제하지 않고 자율로 두게 되면 향후 운송사가 떠안게 될 운임 하방 압력이 결국 차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표준운임제 도입에 반대해 왔다. 반대로 표준운임제 도입을 적극 찬성하는 화주 측은 경제협력기구(OECD) 주요국 중 화물운송운임을 강제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운송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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