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세계 공급망의 혈맥인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의 통항 문제가 불거져 선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파나마운하는 역사적인 가뭄이 통항난의 원인이 됐다. 갑문식으로 운영되는 파나마운하는 중심에 있는 가툰호수에서 담수를 끌어와 수로를 유지한다. 선박 1척이 운하를 통과하는 데 약 2억ℓ의 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가툰호 수위가 낮아졌고 파나마운하도 선박이 통항할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파나마운하청(AC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약 27m(89피트)에 이르던 해수면 대비 가툰호 수위는 올해 7월 24.1m까지 낮아졌다. 23.9m를 기록했던 2016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우기로 분류되는 7월에도 수위는 오히려 낮아졌다.
운하청은 수위 저하에 대응해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수심(흘수)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지난 3월1일 기존 15.24m였던 신파나막스 갑문 수심을 15.09m로 낮춘 데 이어 5월 말엔 13.41m로 제한했다.
운하청은 결국 과거 36척 안팎이던 일일 선박 통항량을 7월 말 32척, 11월1일 31척으로 제한한 데 이어 사전예약 척수(슬롯)를 11월3일 25척, 12월1일 22척으로 낮췄다. 사전예약 슬롯은 내년 1월엔 20척, 2월엔 18척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아울러 12월부터 사전예약을 하지 않은 1만3000TEU급 이하의 신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한 특별경매 시스템을 도입하고 최초 입찰가를 9만3500달러(약 1억2000만원)로 설정했다.
이 조치로 파나마운하의 통항량 실적은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1148척이었던 월간 통항량은 올해 8월 1012척으로, 100척 이상 감소했다. 체선도 심화됐다. 통항 제한 초기인 지난 8월9일 파나마운하 입구에서 통과를 기다리던 선박은 사상 최고치인 163척을 기록했다. 적체는 몇 달간 지속돼 10월까지 100척 안팎의 선박들이 운하 입구에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우리나라 HMM과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해운, 독일 하파크로이트로 구성된 디얼라이언스(TA)는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단을 배선해 우리나라 부산항과 미국 뉴욕 등을 연결하는 동안루프1(EC1) 동안루프2(EC2) 동안루프6(EC6) 서비스를 수에즈운하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파나마운하 체선에 이어 수에즈운하에선 선박 미사일 피격 리스크가 불거지며 마비 사태에 직면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이스라엘 항만으로 화물을 수송하는 선박을 공격 대상에 추가한다”고 밝히고 홍해 해역을 운항하는 상선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
스위스 선사 MSC의 2500TEU급 컨테이너선이 15일 탄도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고 덴마크 유조선사 유니탱커즈의 2만t급 탱크선도 홍해 남부 해역을 항해하다 피해를 입었다. MSC와 덴마크 머스크의 1만TEU급 선박도 반군의 공격 타깃이 됐다는 첩보가 나왔다.
상황이 악화하자 선사들은 수에즈운하 통항을 포기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경유하기로 결정했다. HMM이 소속돼 있는 디얼라이언스(TA)는 아시아-유럽 4개 노선 등 12개 노선을 희망봉을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 밖에 MSC 머스크를 비롯해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파크로이트, 대만 완하이라인 등이 희망봉 우회 운항을 통보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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