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동항로는 지속되는 약세 시황에도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다. 최근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정부와 해운업계는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이 전쟁을 공식 선포하면서 지정학적 갈등이 극에 달했다. 중동 경제의 중심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리스크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석유 대금이 다시 동결됐다.
정세가 당장 해운시장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란 분석이다. 해양진흥공사 발표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 주요 항만 중 가자 지구와 인접한 아슈도드, 아슈켈론은 운영이 일부 제한됐으나 하이파, 에일랏 등 거리가 먼 곳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머스크 MSC 등이 운영하는 이스라엘 소재 터미널도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진공은 “분쟁이 단기 종료될 경우 유조선 시황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 외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적선사는 분쟁지역을 직접 취항하는 곳이 없어 현재까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확전 또는 분쟁 장기화는 유가 상승과 수요 둔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또, 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확전 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분쟁지역 인근을 기항하는 선박엔 전쟁위험할증료(WRS)가 부과되는데 이는 운임 인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국적선사 상황 점검과 대응방안 논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8일 해양수산부와 주요 국적선사 관계자들은 대책회의에 나섰다. 해수부는 우리 선박이 관련 해역에 진입할 때 경보 조치를 취하고 운항 선박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사시에는 해운협회와 ‘에너지수송 비상점검반’을 운영해 대체 항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회의를 통해 ‘수출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물동량은 지난달과 비슷하게 약세를 유지했으나 운임은 상승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최근 물량과 별개로 운임을 올리려는 기조가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10월20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96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엔 790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중국 국경절 연휴가 끝난 10월 둘째 주(841달러)부터 반등했다.
한국발운임지수(KCCI) 또한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해양진흥공사 집계에 따르면 23일 중동행 40피트 컨테이너(FEU)당 운임은 1518달러로, 최저점인 10월10일 1477달러에 비해 2.8% 증가했다. 지난 7월 이후 연일 하락하던 수치가 반등세를 보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도 올랐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10월 셋째 주 들어 배럴당 9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정책을 연장하기로 발표해 당분간 유가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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