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의 강력한 공급 조절 정책이 9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10개 컨테이너선사들이 올해 5기(9~10월) 선적 상한선(실링)을 78%로 정했다. 전 기간(7~8월)보다 5%포인트(p) 높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83%에 비해선 5%p 낮다. 10월이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라는 점에 비춰 볼 때 70%대 실링은 매우 강화된 공급 제한 조치로 볼 수 있다.
4기 실링을 미국발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게 잡았던 선사들은 성수기에도 시황 하락을 방어하고자 70%대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해 선적 상한선은 1기(1~2월) 75%, 2기(3~4월) 80%, 3기(5~6월) 78%, 4기(7~8월) 73%로, 최성수기인 2기를 제외하고 80%를 넘어선 적이 없다.
공급을 줄인 덕분에 선사들의 화물 집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선사 관계자는 “9월 한 달은 대부분의 선사들이 목표한 물동량을 모두 선적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월말부터 월초까지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10월 실적이 예년처럼 오름세를 보여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이 공급을 대폭 줄이는 정책을 쓰는 탓에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약세를 띠고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1~7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6% 감소한 86만8500TEU에 그쳤다. 7개월 물동량이 80만TEU대를 기록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의 수요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월간 물동량 증가율은 1월 7%, 2월 21%, 3월 15%, 4월 18%, 5월 20%, 6월 17%, 7월 12%로, 1월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의 물동량 감소는 한일항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환적화물의 이탈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7개월간 한일항로에서 수송된 환적화물은 20% 감소한 51만TEU에 그쳤다. 특히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56% 급감했다.
8월에도 약세는 이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한일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4% 감소한 17.5만TEU를 기록했다. 관세청 통계는 한근협에서 발표하는 데이터와 다소 차이를 띠지만 추세는 비슷하다.
실링 강화에도 운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9월18일자 한일항로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15달러를 기록했다. 전주에 비해 6달러 하락한 수치다.
6월 말 429달러에서 7월 말 317달러, 8월 말 241달러로 떨어지며 매달 100달러에 가까운 낙폭을 보이다 9월 들어 하락 속도가 둔화된 건 고무적이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108달러 수준이다.
9월 3주 평균 KCCI는 221달러로, 전달 평균 290달러에 비해 24% 내렸다. 3월까지 700달러를 구가하던 월 평균 KCCI는 4월에 400달러대로 급락한 뒤 하반기 들어 유가할증료(BAF)가 TEU당 245달러에서 185달러로 인하되면서 7월 300달러, 8월 200달러대로 추가 하강했다. 수입항로 운임은 TEU당 5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실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원양선사들이 덤핑 영업을 진행해 운임 방어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10월과 11월은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만큼 운임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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