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선원들이 방사능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을 우려된다. 선원 노조는 정부 당국과 선주 측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은 선원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장관과 사용자 단체인 한국해운협회 회장에게 원전 오염수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4일 밝혔다.
선원노련은 공문에서 해수부와 해운협회에 “선원 또는 여객선에 승선한 여객에게 제공되는 식수와 생활용수 현황을 파악해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선원법에 따라 선원들에게 안전한 생수가 제공되는지 전수 조사하고 강력히 관리감독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선원들은 현재 선박에 설치된 조수기로 바닷물을 걸러내 음식을 조리하거나 샤워 세탁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 조수기는 증류 또는 역삼투압 방식으로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하는 장치다. 선원들은 조수기로는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오염수가 방류가 시작되면 인근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은 피폭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선원노련은 “일본이 예고한 7월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조수기를 이용해 바닷물을 걸러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선원들의 우려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며 “선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세슘 삼중수소(트리튬) 같은 방사성 물질을 선박 조수기로는 걸러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원노련 박성용 위원장은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시 해류를 타고 대한민국 영해에 들어오기 이전에 원양을 항해하는 선원들이 제일 먼저 방사성 물질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우리 선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부와 선주의 책임 있고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해운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게 되면 선원들은 조수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얘전처럼 육상의 청수를 배에 싣고 다니면서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해수의 흐름을 고려하면 단순히 일본 인근 해역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해역에서 선원들이 방사선 피폭의 공포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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