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0 09:15

“컨선시장 공급과잉 최소 내년까지 지속”

해운시장 전망 컨테이너·벌크 ‘먹구름’…탱크선은 ‘맑음’


해운시장에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시황이 수요 침체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부정적일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은 경기 침체로 수요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 신조선 발주로 최소 내년까지는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벌크선 역시 저조한 수요와 만성적인 공급 과잉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탱크선은 수요 회복세가 지속되고 발주 잔고가 역대 최저치에 머물고 있어 우호적인 시황이 조성될 것으로 관측했다.

컨선시장 선복증가율 내년까지 6% 상회, 수요 웃돌아

컨테이너선시장에선 수요가 단기간 내에 유의미한 수준의 반등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올해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0%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고물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목표 물가를 2% 수준으로 잡고 있는 Fed(미국연방준비제도)가 당분간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수요 회복을 억제할 거란 진단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효과가 누적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최종재와 중간재를 운송하는 컨테이너선은 특성상 타 선종 대비 경기 민감도가 높아 경기 둔화 시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게 한기평의 관측이다.

 


글로벌 해운조사기관의 수요 전망도 밝지 않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클락슨은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2억40만TEU 대비 1.3% 감소한 1억9780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물동량은 경기 회복과 전년도 마이너스 성장의 기저 효과로 3.3% 증가한 2억430만TEU를 기록하겠지만, 2021년 2억790만TEU 대비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이 수요를 상회할 거란 분석도 나와 컨테이너선 시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은 주요 해운연구기관들의 예측치를 토대로 추정한 선복 증가율이 2024년까지 6%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까지 수요가 크게 반등하지 못하면서 당분간 시장에 고착화된 구조적 공급과잉 현상이 더욱 심화될 거란 지적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도 단기간 내 공급과잉 수급 구조를 반전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탄소집약도지수(CII) 등 온실가스 규제가 공급량 조절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신조선 발주 규모가 워낙 커 최소 2024년까지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게 한기평의 예측이다. 더불어 환경 규제에 따른 폐선을 최대치로 가정해도 2024년까지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것으로 점쳤다.

다만 한기평은 과거 운임 하락에 대응했던 선사들의 대응책이 시황 하방 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점쳤다. 과거 불황기를 거치며 파산, 피인수, 합병 등으로 선사들의 수는 줄었다. 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대형선사들은 과거에 비해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코로나 사태뿐만 아니라 물동량이 급감했던 시기에 선사들은 계선과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 선속 조절(슬로스티밍) 등으로 운임 하락을 방어해 냈다. 과거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선사들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시황 하락 국면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기평은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공급망 경색 완화와 신조선 인도로 실질 공급이 증가하면서 운임의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나, 공급조절 메커니즘이 하방 압력을 일부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벌크선시장 전망, 中 수요부진에 ‘먹구름’

컨테이너와 마찬가지로 벌크선시장의 수요 역시 경기 침체 압력에서 벗어나는 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교역량 철광석 70%, 연료탄 20% 이상을 각각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가 살아남지 못하면서 시황을 끌어 올리지 못할 거란 진단이다. 

한기평은 “중국의 리오프닝과 경기부양 정책으로 올해 원자재 화물 물동량이 전년 대비 증가하겠지만, 중국이 자체적인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한 점을 고려할 때 수요 성장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클락슨 역시 2023년 건화물 물동량 증가율을 전년 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이는 2010~2022년 연평균 증가율인 2.7% 대비 1.4%포인트(p) 낮은 수치다.벌크선시장 공급은 폐선 수요가 올해부터 늘어나는 데다 신조선 발주 잔고가 역대 최저치에 머물고 있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거란 예상이 나왔다.  올해 3월 말 벌크선 발주잔량은 선복량 대비 6.9%(6700만DWT·재화중량톤수)로 2020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또 최근 시황 호조로 폐선이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올해부터 폐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크선 공급 전망을 보면 전반적으로 컨테이너선 대비 수급 여건이 양호하다는 게 한기평의 설명이다. 

현재 조선사들의 수주 잔고가 가득 찼다는 점도 벌크선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기평은 “2024년에는 소폭이지만 수요가 공급 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로 현재 조선사들의 수주 잔고가 가득 차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벌크선사들의 선대 확충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탱크선은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돌면서 컨테이너·벌크와 달리 상반된 시황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탱크선 발주 잔고는 2600만DWT로 선복량 대비 3.9%로 역대 최저치다. 

여기에 미래 연료유 도입을 놓고 고민하는 선사들이 늘면서 발주 지연을 야기하고 있고, 현재 조선사들의 수주 잔고가 가득 찼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선대 확충도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수요 전망도 밝은 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거리항로 이용 지속,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가 시황을 견인할 거란 전망이다. 

한기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 따른 톤마일 효과를 배제하더라도 2023년 원유 및 석유제품 물동량 증가율은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쟁의 단기 종료 상황을 가정해도 탱크선 수급 여건은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기평, “팬오션·대한해운 안정적 사업기반 유지”

국내 선사들은 사업·재무적 측면 전반에서 업황 대응력이 과거 대비 제고되면서 단기간 내 신용도 변동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기평은 국내 대표 원양선사인 HMM의 경우 초대형선 도입과 장기용선 비중 축소 등으로 사업 경쟁력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HMM은 2020년 2만3000TEU급 12척, 2021년 1만6000TEU급 8척을 순차적으로 인도받았다. 

1만5000TEU급 대형선박 비중이 전체 선복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선대·원가 경쟁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고비용 비중이 높은 장기용선을 줄여나갔다는 점도 호재로 꼽았다. 

한기평은 “장기용선 수가 2015년 1분기 90척에서 2022년 3분기 48척까지 줄면서 과거 대비 장기용선 관련 리스크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HMM은 2022년 말 연결기준 12조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컨테이너선사는 2021년 이후 실질적 무차입의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국내 1~2위 벌크선사들은 고비용 장기용선 계약 청산과 장기운송계약 매출 비중 증가 등이 나타나면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유지할 거란 진단을 내렸다. 

한기평에 따르면, 팬오션은 2012년 말 82척에 달했던 장기용선 선박을 법정관리 직후인 2013년 말 7척까지 축소했으며, 2022년 말 현재 40척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대한해운 역시 2009년 5월 말 139척이었던 장기용선 선박이 2014년 1분기 말 4척으로 감소했고, 2022년 9월 말에는 2척까지 줄었다.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법정관리 직전 20% 내외였던 장기계약 매출 비중 역시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각각 35.5%, 94.5%로 확대됐다. 한기평은 “꾸준한 신규 수주가 이뤄지면서 장기계약 매출 규모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장기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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