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컨테이너선 시장 운임은 수요가 아닌 선사들의 공급 조절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11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해양수산개발원(KMI) 고병우 해운연구본부장은 시장이 악화하더라도 손익분기점 이하로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시장을 강타했던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하는 치킨게임보다 운임 안정화를 기반으로 한 수익 극대화 전략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걸 선사들이 경험했다고 주장의 근거를 들었다.
컨테이너선 시장에 과점화 현상이 나타나 공급 조절 같은 공동행위가 수월해졌다는 점도 운임의 급격한 하락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배경이다.
컨운임 3분기부터 반등 관측
고 본부장은 올해 컨테이너 운임은 2분기까지 하락세를 띠다 성수기인 3분기에 다시 오른 뒤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10일 열린 해운전망대회에서 김병주 KMI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 연구원은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분기까지 1300포인트(p) 선까지 떨어진 뒤 3분기 이후 1400포인트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1월13일 현재 SCFI가 1031p까지 떨어지면서 당초 예측보다 심한 침체를 보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KMI는 또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 세계적으로 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대로 전망한 클락슨(1.6%)이나 드류리(1.9%)보다 높고 3.2%로 전망한 IHS보다 낮은 수치다. 북미항로와 유럽항로에선 각각 0.3% 2% 감소하는 반면 아시아역내항로에선 4.4% 증가한다는 관측이다.
나아가 고 본부장은 지난해 2억600만TEU였던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연평균 3%씩 증가해 8년 후인 2030년에 2억6183만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10~2022년의 3.6%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장기적으로 컨테이너선 수요가 둔화 곡선을 그린다는 걸 의미한다.
벌크선 시장의 경우 선대는 완만하게 증가하고 운임은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벌크선 시장의 향후 기대심리를 엿볼 수 있는 운임선물거래(FFA) 시장은 지난 연말 올해 BDI가 1307p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3달 전 전망했던 1276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다.
FFA 시장 참여자들은 18만t(재화중량톤) 안팎의 케이프사이즈 선박 운임이 올해 1분기 9025달러에서 3분기 1만6436달러, 4분기 1만6046달러로 인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고 본부장은 유조선 시장은 선대가 완만하게 성장하고 수요가 안정적으로 회복하면서 지난해보다 상승한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2분기 -1만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유조선 운임이 올해 반등해 3만달러대를 회복한다는 관측이다.
고 본부장은 소송전으로 비화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컨테이너선사 담합 제재 사건은 선사와 화주 간 갈등을 확대시키기보다 이해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컨테이너선사의 공동행위가 실제로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수밖에 없는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재판부가 산업 정책의 불가피성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여파로 선사와 화주의 분쟁이 급증하고 환경 규제 강화와 해운 시황 급변동으로 운임을 둘러싼 갈등도 재발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짚었다.
‘항만 물동량 전망’을 발표한 이기열 KMI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올해 전 세계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8.9억TEU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환적 물동량은 2.4% 늘어난 2.3억TEU로 추정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전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둔화세를 지속한다는 진단이다.
항로별로 아시아는 중국 코로나 확산과 경기 침체의 악재에도 아세안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 회복으로 2.5% 증가하는 반면 유럽과 북미 지역은 러-우 전쟁에 따른 EU 에너지 공급 감소와 산업 생산 회복 지연, 고강도 긴축 기조 등의 영향으로 각각 1.8%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점쳤다.
국내 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2.3% 증가한 2950만TEU로 전망됐다.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와 공급망 다변화, 러-우 종전 협상 가능성 등은 긍정적인 소재지만 미중 무역 분쟁 확대와 자국 생산 중심 정책,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세계 경제 침체 등은 하방 위험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항만 물동량은 2020년에 0.4% 감소한 2910만TEU에 머물렀다가 2021년엔 코로나발 수요 증가에 힘입어 3.2% 늘어난 3004만TEU를 기록하는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긴축 정책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4% 감소한 2885만TEU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부터 연안여객선 공영제 시동 걸어야
김태일 KMI 해운진흥지원단장은 연안여객선 공영제 도입을 주제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기본권 보장, 시설 투자와 관리의 체계성, 교통 체계 복잡성 해결, 민간 운영의 부작용 방지 등을 이유로 국가가 연안 여객선을 직접 운영하는 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안여객선을 공영화환 사례로는 전남 신안군과 일본 후쿠오카시, 영국 칼레도니안마리타임애셋(CMAL)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자체, 영국은 공공기관에서 직접 연안여객선을 운영한다.
육상에선 경기도 화성시와 광주시, 대전시, 충남 당진시 등이 버스를 완전 공영제로 운영 중이다. 이들은 교통공사 같은 기존 조직을 이용하거나 도시공사 등의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교통의 공영성을 확보했다.
김 단장은 공영제 도입 전략을 3단계로 나눴다. 2025년까지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준공영 방식의 국가보조항로를 공영제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소외도서항로, 2030년 이후 준공영제항로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단계 도입에 앞서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국가보조항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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