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이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표현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예외 없이 큰 충격을 주었지만, 2022년부터는 대체로 세계 경제 및 여러 부문에서의 정상화가 이뤄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가 많았었다.
그러나 2022년 후반기에 들어간 이 시점에도, 이러한 세계적인 대위기 이후의 뉴노멀이 어떤 모습이 될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의 지속적인 변이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장기전화, 미·중 간 무역 갈등 및 보다 광범위한 국가들로의 확대 심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극심한 재해의 빈번한 발생, 경쟁력 및 재정 안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로부터 시작되는 국가 파산 위기 등이 초래한 복합 위기가 가시성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복합 위기 및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탄력성과 회복력을 가진 리질리언트 공급체인관리(RSCM: Resilient Supply Chain Management) 체계 확립이 거의 모든 산업에 있어서 여전히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산업 분야 중 하나인 유통 및 국제 전자상거래(EC) RSCM 체계 구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유통 및 글로벌 EC 산업의 현황 및 문제점
수요예측 및 재고관리가 유통산업에 있어서의 여전히 가장 큰 고민거리이며, 많은 기업에 있어서, 추측(guessing)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이다. 소비자들이, 특히 식품, 연료를 포함한 필수품의 가격 인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등 수요 및 소비행태 모두 불확실성이 매우 크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인플레이션 발생 요인들 자체의 불확실성도 크다.
유통업계는, 수요 예측치 및 할인 판촉 행사의 지속적인 조정, 세부 품목별 원가관리 및 조정 등 다양한 대응 노력을 하고 있으나, 빈번한 대규모 할인행사가 기업의 수익성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수급 관계 그리고 판매와 재고 간의 불균형이 지속되어, 많은 상품 품목에 있어서 재고 부족과 과잉을 오가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즉 재고 확보를 통해서 공급체인 단절 및 재고 품절을 커버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긴급하게 확보한 재고가 오히려 유통업체의 큰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인 리질리언트, 신속대응형(agile) 글로벌 공급체인의 확립은 대부분의 유통기업에 있어서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와 같은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긴급한 대응이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러한 악순환의 과정을 아래의 예와 같이 단순화할 수 있을 것 같다. ① 코로나의 급격한 확산, ② 도산 등을 우려한 기업들의 시급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할인 처리, ③ 정부 생계 지원금 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 ④ 예상치 못한 재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한 주문 및 재고 확보(2022년 4월 미국 시장의 수입이 2019년 대비 37% 증가), ⑤ 상품구매에서 여행 및 여가로의 소비 전환과 끝없이 올라가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 ⑥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한, 수요예측 및 재고관리 대응의 지연과 비효율성으로 인한 재고 누적, ⑦ 글로벌 공급체인의 신속하고 유연한 조정 및 변화 능력의 한계로 인한 재고 누적 및 불균형 심화(Walmart, Target 등 미국 5대 소매업체 및 주요 수입업체의 2022년 전반기 평균 재고 일수 증가), ⑧ 연말 시즌 수요 대응을 위한 판매 및 보관 스페이스 확보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긴급한 재고 처리.
따라서 추측(guessing) 수준의 수요예측, 패닉(panic) 상태에서의 발주, 빈번한 가격할인 및재고처리라는 악순환을 벗어나야 하며, 우선 아래와 같은 물류를 중심으로 하는 수요예측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즉 ① 판매 분석, ② 세부 품목 및 시장별 재고회전율 분석, ③ 재고분석, ④ 리드타임 분석을 연계한 물류 측면의 수급분석과 인플레이션, 가격, 이자율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는 수요 및 소비행태 분석을 포함하는 마케팅 분석을 통합한 종합적인 수요예측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악순환과 본 칼럼에서 제시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공급체인 단절 및 재고 부족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국내시장과는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의 많은 주요 시장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이므로, 심각하게 검토 및 고민되어야 한다.
유통 RSCM 시스템 현황 및 대안
코로나로 인해 더욱 부각되고 있기는 하나 원래 글로벌 공급체인은 심각한 장애, 단절, 실패와 관련된 상당한 수준의 리스크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이 속한 밸류체인 및 공급체인에는 수십, 수백 개의 기업이 속해 있으며 여러 대륙 간 물자가 흘러가야 하므로, 다양한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차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공급, 생산, 물류 관련 시설 능력의 부족, 공급과 생산의 특정 지역 및 기업에 대한 편중, 긴 거리로 확장된 글로벌 공급체인의 복잡성, 공급체인의 각 거점 및 연결(node & link)에 있어서의 수급 불균형 등 여러 취약 요인들이 복합 위기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집중된 리스크의 예를 보면, 2021년에, 에버기븐(2만TEU급) 좌초 및 수에즈운하의 6일 간 봉쇄, 확진자 1명 발생으로 인한 닝보항 부분 폐쇄 등 중국 항만 봉쇄,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등 공장 생산 중단, 미국 시장 수요 급등 등이 동시에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화물 운송 스페이스, 컨테이너, 보관 시설 부족 현상이 급격히 악화되고, 해운 운임을 포함한 물류비의 급등을 초래했다.
이처럼 코로나가 다른 위기 요인들을 촉발하고 충격을 가중시키기는 했으나, 위기 요인들은 이미 내재하고 있었으며, 심각한 타격을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편중 현상의 심화라고 할 수 있다. 유통을 포함한 여러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생산에 대한 의존도가 적정 범위 이내였으면, 타격이 훨씬 적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반도체의 경우와 같이 필수 핵심 제품의 특정 기업 의존도도 중요한 위기 요인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의 경우, 코로나 이후 중국 생산 및 조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저렴할 수도 있으나, 안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중국에 편중된 생산, 더 나아가 아시아에 편중된 생산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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