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1 09:06

칼럼/ ‘내년 운임 40% 하락’ 불확실성 더 커진 해운시장

이대진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수석연구원


벌크화물 운임은 올해 3분기 초 잠시 반등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2년 5월 말의 운임선물시장(FFA) 추이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벌크선 시장의 계절성에 미뤄 3분기에 건화물 운임이 다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지난 5월 발간된 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2분기가 2022년의 정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하반기에 맞이할 수 있는 주요 하방 리스크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9월 초 현재 이 모든 위험 요인이 예상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a) 소비자 패턴의 변화와 고물가에 따른 구매력 약화로 컨테이너 운임 시장 약화
b) 항만 체선 감소와 선속 증가에 따른 선박의 효율성 또는 생산성 향상
c) 유럽의 석탄 수입 금지법 발효 이후 러시아 석탄 수요 감소, 중국 본토에서의 국내 석탄 생산 증가에 따른 아태지역 석탄 물동량 감소
d) 흑해 곡물 시즌의 수출량 제한

컨테이너와 마이너벌크화물 시장 하락
우린 컨테이너 운송료가 일반 화물선(다목적)의 일부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특히 귀로(backhaul) 항로에서 소형 크레인 장착 벌크선(geared bulker) 운임이 지지될 것으로 일관되게 전망해왔다. 예측대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엔데믹 소비자 패턴으로 인해 컨테이너 무역 수요 증가가 둔화하면서 지난 3개월 동안 컨테이너 운임은 많이 감소하였다. 이미 탈컨테이너화 추세가 반전되고 이와 관련된 마이너벌크화물 일부가 점차 컨테이너 화물로 돌아가고 있는데, 3분기 컨테이너 무역 성수기가 끝나면 이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말부터 예정된 대규모 신규 컨테이너 선박 인도와 항만 체선의 추가 완화가 예상됨에 따라 컨테이너 운임은 물론 귀로노선 벌크화물 운임도 더욱 압박받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운임은 2021~2022년 20피트 컨테이너(TEU)당 평균 약 7000달러에서 2023년 평균 약 4000~5000달러로 지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항만 체선 완화
파나막스와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중국 본토 항만 혼잡도가 크게 줄어든 게 대형 선박 운임이 가파르게 하락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반면 크레인을 장착한 소형 선박은 안정적인 항만 체선 수준을 유지하면서 운임 역시 대형 선박보다 나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지되는 한 중국 수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높은 체선이 도래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국제해사기구(IMO)가 2023년 시행하는 새로운 규제 중 하나인 탄소 집약도 등급제도(CII)는 항만 체류 시간을 줄일수록 등급이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는 향후 몇 년간 추가 체선 방지를 위해 더 높은 체선료가 요구될 것이고 이는 추가 항만 체선 하락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지수(EEXI)를 위한 엔진 출력 제한 조치(EPL: Engine Power Limitation)로 제한적이나마 고운임과 저유가 상황에도 가용 최대 선박 속도를 제한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운임이 크게 하락하면서 선속 역시 이미 저하된 상황으로 EEXI 규제가 실제 운항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II의 경우 매년 규제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2024년부터 폐선 활동뿐만 아니라 운영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한편, 이번 장기 선박 공급량 전망에서는 EEXI-CII 규제 영향이 고려되고 있지만, 추가 폐선 활동과 선박 인도 연기 가능성은 장기 선박 공급 증가 전망의 주요 하방 리스크로 간주 된다.

러시아발 물동량 제한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가스 공급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체적인 석탄 무역량은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보험의 어려움과 국제 무역 제재 리스크로 인해 향후 몇 달 동안 대서양 연안 러시아 항구에서 석탄과 곡물 출하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러시아 항구로 가는 공선 항해 선복량이 제한되고 중국 본토의 국내 석탄 생산이 지속해서 강세를 유지한다면 향후 러시아 화물 운송 수요는 더욱 제한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운임 시장의 계절적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본토의 부동산 부문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항만 체선 약화와 더불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변동성이 높은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몇 달간 전반적인 벌크화물 운임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IMO의 환경 규제로 인한 공급 증가율 제한과 신규 선박 주문량 부족은 2023년 하반기와 2024년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벌크화물 운임은 벌크선운임지수(BDI) 기준으로 2023년 평균 1300~1400포인트(p)로 20~30% 하락한 뒤, 2024년에는 1400~1500p 소폭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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