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9 13:09

해운 환경규제로 선복감소 전망…시황에 긍정적

선사들, 저속운항·기관출력 제한 등으로 환경규제 대응
한신평 “벌크선사 영업적·재무적 불확실성 확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실질적으로 선복량 감소로 이어져 해운업계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효율지수(EEXI)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이 저속운항과 기관출력 제한 등을 진행해 수급 관점에서 나아질 거란 이유에서다.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는 최근 온라인으로 ‘현존선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해운시장 수급에 미칠 영향’이라는 주제로 웹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국적선 72%, 환경규제 충족 못해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11년부터 건조되는 선박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현재 운항 중인 선박들까지도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총톤수 400t 이상의 선박 중 에너지효율지수(EEXI) 미충족 선박들은 종전보다 탄소배출량을 약 20% 정도 감축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 제한 및 에너지 절감 장치 설치 또는 저탄소 연료 추진 선박 개조 등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 탄소배출 저감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국적선사들의 탄소배출 접근은 더딘 실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EEXI의 경우 국적선 649척 중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이 72.4%인 470척에 달한다. 

배출 효율을 기준으로 선박을 A~E 등급으로 나눠 평가하는 탄소집약도지수(CII) 역시 국적선사들의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선 684척 중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D등급 및 E등급 선박이 34.2%인 234척으로 적지 않았다. 따라서 충족 수준이 미흡해 규제 시행 직후부터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신평의 주장이다. 

 


선종별 D등급 및 E등급 비중은 자동차선(89%), 벌크선(44%), 일반화물선(32%), 액화천연가스(LNG)선(28%), 탱크선(23%), 컨테이너선(13%) 순이었다. 규제시행 후 1년 만에 운항이 제한될 수 있는 E등급의 경우 자동차선(81%)이 가장 높았고, 벌크선과 일반화물선도 각각 18%로 타 선종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신평 김정훈 연구원은 저효율 선박은 비용 압박으로 폐선 시점이 단축되고 선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신조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50년까지 규제 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돼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친환경 선박 발주, 친환경 연료 및 기술개발 등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벙커C유와 LNG 등을 함께 사용해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선박의 발주는 컨테이너선과 탱크선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반면, 벌크선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탱크선과 컨테이너선의 이중연료 추진선박 발주 비중은 각각 30% 33%에 달한 반면, 벌크선은 8%에 불과했다. 컨테이너선 탱크선 가스선 등은 2021년부터 발주가 크게 늘었지만 벌크선은 기술 방향성이 불확실해 선사들의 신조 주문이 주춤했다. 

김 연구원은 “벌크선은 신조 발주가 집중돼 신조선가 상승, 발주부터 인도까지의 시차가 장기화될 리스크 등 영업적·재무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결국 선사들이 기관출력 제한과 저속운항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 규제기준을 충족하는 게 현시점에서 유효한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470척 중 463척인 98.5%가 기관출력을 제한해 EEXI 규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CII 규제도 에너지효율이 낮은 선박은 저속운항으로 C등급(보통) 이상을 받는 게 주요 전략일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선사들이 저속운항 등으로 대응하면서 실질적인 선복량이 감소할 거란 게 김 연구원의 견해다. 특히 현존선을 대상으로 한 규제 시행이 중기적인 수급 관점에서 해운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종별로 규제 대응 전략은 차별화될 전망이다. 다른 선형에 비해 신조 발주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벌크선은 투자 시점을, 대응 시계가 빠른 컨테이너선은 친환경 투자로 충분히 연결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벌크선은 시황변동성이 높은 만큼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는 원가경쟁력 개선 여부와 장기용선 축소 등 영업레버리지 관리와 신조 투자 시점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컨테이너선은 “최근 우호적인 시황 하에서 크게 확대된 현금창출력이 친환경 투자로 충분히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별 모니터링 요소로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업체별 재무여력 확충 수준 ▲친환경선박 발주 실적 및 계획에 따른 사업경쟁력 유지 또는 제고 가능성 ▲저속운항에 따른 운송능력 감소 폭 항로 조정 등으로 수익성 유지 등을 꼽았다.

컨테이너선 대호황에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낸 HMM엔 확충된 재무여력 사용 방안을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들었다. 반면 팬오션엔 신조선 발주가 점진적으로 이뤄져 투자위험의 분산과 재무여력 범위 내의 투자가 이뤄지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밖에 에이치라인해운은 장기계약 기반 사업안정성 유지여부, 대한해운은 그룹 재무부담 축소 및 신용위험 절연 여부, 폴라리스쉬핑은 유동성 대응능력 및 재무구조 개선 여부를 모니터링 요소로 꼽았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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