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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09:07

논단/ 해상보험에서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감항능력 결여’와 인과관계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법학박사)
- 감항능력 결여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영국해상보험법상의 근인설에 따른 근인관계보다 그 범위가 넓은 광의의 개념이라는 최근의 판례를 중심으로

<12.6자에 이어>

2. 영국해상보험법상의 감항능력 결여

가. 감항능력과 담보(워런티)문제
영국해상보험법에서는 피보험자가 담보(워런티)를 위반하게 되면, 보험자는 담보위반일로부터 그 책임을 면하게 되는 바(the insurer is discharged from liability as from the data of the breath of warranty), 이러한 담보 위반의 효과는 담보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도 발생하지만, 담보위반 이전의 손해에 대해는 위반의 효과가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해석돼왔다(Marine Insurance Act 1906(“MIA”) 제33조 3항).

그러나, 2015년 영국보험법(The Insurance Act 2015)은 영국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MIA) 제17조 후단의 보험계약의 당사자 중 일방이 최대선의의무를 위반한 경우 상대방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도록 하고, 피보험자의 고지의무를 완화하고 고지의무위반의 정도에 따라 계약해지를 제한하는 한편, 워런티(담보)위반에 대한 보험자의 면책을 제한하기 위해 계약의 기초사항(basis of the contract)의 약관(워런티로의 전환)을 금지했으며, 담보위반이 발생한 후에도 담보위반의 치유를 인정하는 등 피보험자의 담보의무를 완화하고 담보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면 보험자가 면책될 수 없도록 규정해, 특히 보험소비자의 관점에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돼 왔던 영국해상보험법상의 고지의무와 워런티에 관한 법리를 수정, 변경함으로서 이에 관한 법리를 혁신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영국해상보험법은 감항능력 결여의 위런티 여부, 면책요건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고 보험약관도 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보통이므로 이에 따라 그 요건 및 효력을 검토해야 한다.

나. 기간보험의 경우
영국해상보험법상 기간보험의 경우에는 항해보험과는 달리 선박이 어떤 단계에서든 감항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묵시적인 감항능력담보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당해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with privity of the assured) 선박을 취항하게 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그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보상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MIA 제39조 5항; In a time policy there is no implied warranty that the ship shall be seaworthy at any stage of the adventure, but where, with the privity of the assured, the ship is sent to sea in an unseaworthy sale, the insurer is not liable for any loss attributable to unseaworthiness). 기간보험증권약관도 일반적으로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서 선박을 출항시킨 경우(with the privity of the assured, where the ship is sent to sea)’로 규정하고 있어 피보험자의 인식(privity)이 있는 경우에 한해 보험자 면책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기간보험이 대부분인 선박보험실무상 피보험자의 인식(privity)의 개념 및 범위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다. 적하보험의 경우 
적하보험에 있어서는 화주는 단순한 피보험자로서 선박의 감항능력 담보위반의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으므로 화주에게 감항능력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적하보험약관상으로도 감항성을 승인하거나(ICC 1963 제8조), 불감항부적합면책조항(Unseaworthiness and Unfitness Exclusion Clause; ICC 1982 제5조)에 의해 감항능력 담보위반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측이 불감항 또는 부적합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 한해 보험자의 권리가 포기되는 것으로 규정해 감항능력 담보를 완화시키고 있다. 결국 적하보험에 있어서도 피보험자의 인식이 있는 경우 보험자 면책이 인정되며, 이 범위 내에서는 적하보험에도 감항능력 담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3. 피보험자의 인식(Privity)

영국해상보험법 제39조 5항 단서조항은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선박을 항해하게 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규정해 선박기간보험의 경우 피보험자의 인식(Privity)을 보험자 면책의 요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피보험자가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with the privity of the assured) 동시에 손해가 그러한 불감항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loss attributable to unseaworthiness).

한편, 피보험자의 인식(privity)은 감항능력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actual positive knowledge of unseaworthiness)뿐만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할 수 없다는 식으로 감항능력을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turning the blind eyes to unseaworthiness)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되고 있다. 영국의 “The Eurysthenes(1936)” 사건 판결에서도 privity가 감항능력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 뿐만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내버려 두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문제점에 대한 외면은 태만(negligence)보다 더 강한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House of Lords의 판결(The Star Sea(2001))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위 사건은 선박의 기관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선장은 화재 진압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분사시켰으나 잘못 작동됐고, 게다가 부품 결함으로 인해 화재진원지인 기관실을 외부와 차단시켜 주지 못해 결국 화재는 진압됐지만, 선박이 추정전손이 된 사건으로서(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화재가 난 선박이 속한 동일한 선단의 선박들 가운데 다른 2척의 선박도 전년도에 기관실내 화재가 있었다고 함), 법원은 이 선박이 항해 개시시에 선원의 부적격성과 부품의 결함이라는 2가지 점에 있어서 감항능력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선박의 불감항성에 대해 실제의 직접적인 지식(actual direct knowledge)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위 Eurysthenes 사건의 불감항성에 대해 알고도 못 본체 했다(“blind eye knowledge”)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것만으로도 privity를 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알고도 못 본체 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부주의로 질문이나 조사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피보험자가 질문이나 조사를 해보면 확인할 수 있을 사실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보다 엄격한 의미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피보험자가 선장의 부적격성이나 부품의 결함에 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보험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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