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1 09:10

“<세월>호 사고서 배운 것 없나” 변변한 구난선박 1척 없는 우리나라

해사포럼 세미나, 한국형 해상구조업체 설립 방안 논의


“<세월>호 사고 이후 뭐가 달라졌나? 해상사고가 나면 적어도 몇 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을 갖췄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국형 전문 해난구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해운업계에서 나왔다. 지난 10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해사포럼 공개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국내에 전문 해난구조업체와 구난선박이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샐비지(해난 구조) 산업의 구조와 한국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한바다ERS 김진철 사장은 “국내엔 전문적으로 구난사업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일본이나 그리스 중국 등을 벤치마킹해 우리만의 구난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에서 전문 구난업체가 활동하지 못하는 건 시장 규모와 관련이 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세계 해상사고 구난 시장은 연간 8억~1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국제구조협회(ISU) 회원사들의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액은 4억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매우 적다. 최근 10년간 국내 연안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 구난 비용은 연평균 7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지배선단으로 시야를 넓히면 400억~500억원 정도로 늘어난다. 

주요 해운선진국, 구난업체 성업中

주요 해운국인 그리스와 중국 일본은 각각 대표 구난업체를 가지고 있다. 당장 일본과 중국은 니폰샐비지와 중국구조구난국(CRS)을 두고 있다.

니폰샐비지는 이해당사자인 손해보험사와 선주책임보험사(P&I)가 출자해서 1934년 설립한 민관 협력 모델의 구난회사다. 현재 자본금은 6.4억엔(약 65억원)이며 동아시아나 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1951년 설립된 CRS는 국영 구난회사로, 산하에 상하이샐비지와 옌타이샐비지 광저우샐비지를 두고 있다. 상하이샐비지는 1000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세월>호를 성공적으로 인향해 유명세를 탔다. 광저우샐비지는 난사 연안에서 좌초된 <글로비스스프링>(Glovis Spring)호를 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스엔 자국 선주가 투자한 차블리리스(Tsavliris) 샐비지가 활동하고 있다. 이 업체는 그리스 선박의 구난 계약을 독점하고 있다. 또 강소해운국인 네덜란드엔 세계 최대 업체인 스미트가 있다. <머스크호남>호와 <스텔라배너>호를 인양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국내 시장 규모가 전문 구난 사업 전개가 불가능할 정도라 국내 기업들은 전문인력 양성과 경험 축적, 기술 개발 등을 하지 못하고 있고 부대사업으로 구난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를 대부분 니폰샐비지와 상하이샐비지에서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연안 사고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그리스처럼 우리나라 지배선단까지 시장을 확대해서 국내 실정에 맞는 기반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리아샐비지 류찬열 사장은 국내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제기했다.

국내 유일의 해양구난업체를 이끌고 있는 류 사장은 “국내 구난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최저가 총액(Lump Sum) 계약”이라며 “어떤 회사든 가장 싸게 낸 곳에서 계약을 가져가는 구조다. 나쁜 관행이다”라고 지적했다.

류 사장은 지난 8월 제지용 펄프 3만5000t을 싣고 항해하다 하치노헤 인근 해역에서 두 동강 난 <크림슨폴라리스> 사고를 예로 들며 “니폰샐비지가 작업한 구난 비용은 30억엔(약 310억원)이었는데, 우리나라였다면 (낙찰 금액이) 3000만엔(약 4억원) 정도밖에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베트남 붕따우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컨테이너선 인양 작업에 참여해 380만달러(약 45억원)의 가격에 낙찰 받은 뒤 100만달러 높은 금액으로 계약한 사례를 전하면서 “외국기업이 3분의 1 수준의 가격이다보니 보험사인 스팀십에서 계약금액을 입찰가보다 올려줬다”며 “이 사고에 참여해 2년 정도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월 태종대 인근 해상에서 엔진 정지(데드십) 상태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유조선 <제1은희>호 사고를 언급하면서 비상예인선단(ETV)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울산에서 4200t의 벙커C유를 싣고 부산항에 온 유조선은 악천후를 만나 항내에 정박하지 못하고 헤매다 주기관이 정지하는 사고를 당했다.

류 사장은 “구조할 수 있는 배가 없어서 기도밖에 할 게 없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져서 구조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필요한 게 6000마력급 예인선인데 우리나라에 있는 6000마력급 예인선은 총톤수 300t에 불과해 구난선박으로 활용할 수가 없다. 3000t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TV란 육상의 소방차와 구급차 역할을 겸하는 다목적 구난선으로, 조종불능 선박 비상예인과 인명 구조, 기름오염 방제작업 등을 두루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7만7000t의 중유를 싣고 가다 스페인 해상에서 침몰해 환경 재앙을 일으킨 <프레스티지>호 사고 이후 각국에서 ETV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11년 현재 스페인에서 14척, 독일에서 8척, 노르웨이에서 7척을 운영하는 등 <프레스티지>호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유럽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중국에선 CRS 산하 구난업체, 일본에선 니폰샐비지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아직까지 한 척도 없다.

류 사장은 “제대로 된 구난회사를 만들고 구난시스템을 갖추려면 손보사와 P&I, 선주에서 출자해야 한다”며 이해 당사자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유럽, 해상사고 수시간내 대응 원칙

김춘선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도 국내 전문 구난업체 설립과 ETV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병석 김앤장 변호사는 “한국에 P&I가 필요하냐는 생각이 있었지만 KP&I가 만들어져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구난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양욱 삼성화재 선박 담당 부장은 “구난회사가 국내에 있으면 소비자로선 좋을 것”이라면서 “ETV 같은 장비만 있다고 해서 좋은 구난회사가 될 수 없기에 국가와 유관기관이 협력해서 20~30년간 인력이나 기술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원 시노코에스엠 이사는 “2017년 해경이 주최한 스미트 방제인력 양성 세미나에서도 한국에 ETV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독일은 사고 발생 후 최대 2시간 안에 대응, 영국은 사고 후 30분 안에 출항을 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런 시스템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고도 대응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조봉기 해운협회 상무는 이날 행사에서 윤민현 해사포럼 회장이 “한국에 전문 구난업체는 비현실적이지만 ETV는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해운협회가 주도해서 ETV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구체화하고 그림을 그려서 예산을 확보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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