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류기업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속도에 발 맞춰 미래물류시장을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제·금융·사회 등 국제 정세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생산지의 본국 회귀(리쇼링) 등 자국 내 가치사슬의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글로벌 가치사슬도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 5일 물류기업의 글로벌 혁신성장을 위해 ‘신남방·신북방 정책 연계 사례 및 미래물류시장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내 해운·물류기업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엔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이재호 소장, SF익스프레스 김병록 대표이사, 인천대학교 송상화 교수,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수석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종합정책연구 본부 이성우 본부장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이재호 소장(사진)은 “이제는 디지털 전환이 모빌리티에서 로지스틱스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모빌리티에 활용된 온디맨드(On Demand), 마스(Maas),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향후 물류시장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중국에 등장한 네오릭스의 자율주행로봇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이 무인자동차가 인간을 대신해 방역과 물품 배송을 수행했다”며 “어쩌면 코로나19 사태가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물류시장에 디지털변혁 가속화”
미래물류시장의 대응전략에 대해 발표한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류시장에서의 디지털 변혁(DT) 활동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경영의 초점이 성장성에서 안정성 제고로 이동했다는 게 주된 근거다.
그는 “지난 10년간 GDP 대비 교역량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는 내부 경쟁이 심화됐음을 의미한다”며 “새로운 시장보단 기존의 시장을 가지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여기에 ICT(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이 추가되며 더욱 복잡한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물류기업의 Iot(사물인터넷) 3D프린팅 블록체인 등 DT기술 활용 사례 중 하나인 독일의 스마트공장인 슈넬레케 로지스틱스(Schnellecke Logistics)를 소개했다. 최근 슈넬레케 로지스틱스는 차량 부품 운송 컨테이너의 실시간 추적, 증강현실(AR) 기반의 차량 배기시스템 공급 등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출시했다. 스마트공장은 디지털 기기에 의한 인력효율화를 꾀할 수 있어 향후 물류시장에도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새로운 재편이 전 세계적으로 촉진되자 미래물류시장에서 DT의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시다발적 제조업 마비 현상 등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게 주된 근거다. 그는 “새로운 물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려는 전방위적인 변혁이 요청되고 있다”면서 “모든 경영자원과 경영기능, 협력 파트너를 디지털로 연결·통합해 공급사슬 전체의 최적화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북간 지정학적 이점 활용해 북방물류시장 대비해야”
세미나에선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해운 항만 물류산업 분야의 발전을 위해 북방물류시장을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KMI 종합정책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사진)은 남·북간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한반도 물류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북방물류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갑작스레 남북관계가 서먹해졌다”고 운을 뗀 뒤 “최근까지 남북간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며 신북방정책을 구상 중이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방물류시장이 갖는 이점에 대해선 “국내 물류기업들은 신북방정책을 통해 한반도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도 참여할 수 있다”며 “나진·하산 물류사업 철도 전력망 등 남·북·러 협력 추진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MI에 따르면 현재 나진 항만의 2, 3부두 현대화 추진과 신규 항만 4-6부두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이어 그는 “북방물류시장에서 초기 중국 베트남 시장이 그랬듯이 중소 물류기업들을 위한 틈새시장은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이제는 중소 기업들도 북방물류시장을 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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