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상선이 내년 발효되는 환경규제 대응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4년 만에 친환경 신조선을 도입하는 한편 기존 선박에 황산화물저감장치(스크러버)를 장착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중고 컨테이너선을 도입해 선단 강화에도 힘쓴다.
동진상선은 부산 소재 대선조선에 1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발주했다고 10일 밝혔다. 선가는 2000만달러(약 240억원) 안팎이며 선박 인도시기는 2020년 말이다.
동진상선은 신조선을 한중 또는 한일항로에 노령선을 대체해 투입할 계획이다. 선명은 잠정적으로 <동진인데버>(Dongjin Endeavor)로 정해졌다. 선박금융은 산업은행에서 맡는다. 동진상선은 최근 실시한 신용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동진상선이 신조선을 발주한 건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이 회사는 4년 전 같은 조선소에 ‘방콕막스’로 불리는 18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발주한 바 있다. 선박은 지난 2017년 2월 완공돼 <동진보이저>란 이름을 달고 우리나라와 태국 방콕, 베트남 호찌민을 잇는 노선(NTX)에 투입됐다.
선사 측은 신조선을 연료효율성이 높은 친환경 설계를 적용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해 스크러버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일괄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1일부터 국제항로를 취항하는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선사들은 규제에 대응해 황 함유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스크러버를 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스크러버는 기존 저가의 고유황 C중유(벙커C유)를 계속 쓸 수 있다는 장점을 배경으로 최근 선사들의 잇따른 선택을 받고 있다.
동진상선은 신조선과 별도로 현재 운항 중인 선박 3척에도 스크러버를 장착할 예정이다. 대상은 <동진보이저> <동진오브> <동진비너스>다. 스크러버 설치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1000TEU급 이상 선박 중 <동진엔터프라이즈>를 제외하고 모두 스크러버를 달게 된다. 설치비용 80억원은 해양수산부의 친환경설비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해 조달한다.
일본은 선박 중량이 1만t(총톤수)을 넘으면 강제도선을 실시하는 규정이 있어 한일항로 취항선박은 부득이 스크러버를 달지 않고 저유황유를 이용해 환경규제에 대응하게 된다고 선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일본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 지역을 취항하는 <동진엔터프라이즈>호는 총톤수가 9990t이다. 스크러버를 달면 1만t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동진상선 측은 “현재 200달러 정도를 보이고 있는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는 황산화물 규제 시기가 다가올수록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유황유 사용으로 스크러버 투자비용을 짧은 기간 안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선사는 중고선도 사들였다. 지난달 말 싱가포르선사 PIL과 728TEU급 컨테이너선 <코타테갑>(Kota Tegap)호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선박은 2002년 대선조선에서 지어졌다. 선가는 350만달러(약 40억원) 안팎이다.
동진상선은 선박을 8월 후반 넘겨받아 <동진포춘>호로 이름을 바꾸고 1992년 건조된 <동진도쿠야마>호를 대신해 부산-하카타·모지항로에 취항할 계획이다.
이로써 이 선사의 전체 선대는 발주한 신조선을 포함해 총 10척으로 늘어났다. 컨테이너선은 8척 7500TEU로, 알파라이너 전 세계 컨테이너선복량 순위에서 84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는 100위에 올라 있다. 동진상선은 이번에 인수한 중고선과 내년 인도받을 신조선을 모두 한국선급(KR)과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에 가입할 계획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