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사들이 지난달 말부터 추진한 동남아항로 운임인상(GRI)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3~4월부터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점을 들어 선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20피트 컨테이너(TEU)당 70달러의 운임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결과는 일부 선사가 특정 노선에서 소폭 올리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선박 대형화에 따른 공급과잉도 운임인상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구주와 미주항로에 초대형 선박들이 속속 배치되면서, 기존 중대형선박들이 동남아항로 등으로 전환배치(캐스케이딩)되고 있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외국계 대형 선사들은 올 들어 동남아항로에 4000TEU급 파나막스선을 잇달아 투입하며 화주몰이에 나서고 있다. 운항일정은 상대적으로 긴 편이지만 저렴한 운임으로 화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형 선사들의 저운임정책에 아시아역내선사들의 운임도 약세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올 들어 글로벌 선사들이 대형 선박을 시장에 대거 투입되고 있다”며 “수출 성장세 하락으로 물동량까지 줄어들고 있어 당분간 운임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전략적으로 도입한 유가연동형 유류할증료 ‘플로팅 FAF’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선사들은 플로팅 FAF를 별도로 받기 보다 해상운임에 얹어 ‘총액운임’(올인레이트) 형태로 부과하고 있다. 화주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선사들에게 부대운임 간소화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급상승해 선사들이 향후 유류비를 별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들어 국제유가는 5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최근 7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3분기 플로팅 FAF는 전 분기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할증료 별도 징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달 우리나라에서 동남아로 향하는 수출물동량은 전달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화물이 꾸준히 마련되고 있지만 과거보다 성장세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홍콩으로 향하는 물동량은 다음 달 중국 노동절 영향으로 늘어났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홍콩-남중국 간 바지선서비스가 이달 5주차(일반화물 기준)부터 일시 중단되다보니 사전에 보내려는 수요가 꽤 있다는 설명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국 노동절을 앞두고 홍콩·남중국행 3~4주차 선적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간 수송된 수출입물동량은 전년 1분기 대비 2.8% 증가한 70만6000TEU로 집계됐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수입물동량(35만8000TEU)이 수출(34만8000TEU)을 1만TEU 앞질렀다.
국가별로 보면 가장 많은 물동량을 자랑하는 베트남은 11.8% 증가한 23만3000TEU를 기록했다. 주요 8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2위 홍콩은 14만5000TEU로 1.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뒤이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순이었다. 필리핀은 14.2% 감소한 2만7000TEU에 머물러 가장 부진한 성장률을 보였다.
이번 달에도 신규 서비스 소식이 전해졌다. 대만계 선사 인터아시아라인은 중국에서 베트남(다낭)으로 향하는 서비스 ‘CV1’을 개편해 29일부터 인천신항을 추가 기항한다. 완하이라인과 공동 운항하는 이 서비스에는 완하이 2척, 인터아시아라인 1척이 각각 투입된다. 중간 경유지인 홍콩이나 서커우에서 인도 주요 지역으로 환적서비스도 가능하다. 기항지는 인천신항-칭다오-상하이-홍콩-서커우-다낭-호찌민(깟라이) 순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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