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척의 선박을 소유 혹은 운항하던 부산에 기반을 둔 동아탱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나왔다. 한동안 잠잠하던 해운산업계가 다시 부정적인 기류에 휩싸이게 됐다.
회생절차가 받아들여져 개시되면 여러 가지 법적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채권자들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벌크선박회사이기 때문에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물류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동아탱커는 18척의 선박 중 2척을 직접 소유하고 12척의 선박은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BBCHP)으로 보유해왔다. 동아탱커는 선주사로서 대선사업을 많이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채권자는 대부분이 금융회사와 해외에 치적(置籍)된 SPC(특수목적법인)일 것이다.
선박 건조 시 대출은 거의 모두 SPC가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아탱커가 대출자가 되고 금융권이 동아탱커의 채권자인 상태다. 또한 금융권은 저당권자로서의 지위에 있다.
일반적으로 해운사는 BBCHP 방식으로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관리인이 이 선박에 대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고 이행을 선택할 수 있다.
계약을 해지하면 선박은 소유자에게 반선된다. 선사는 용선계약을 위반한 것이 된다. 잔존기간 용선료 채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유자에게 주어진다. 이 채권은 회생채권이기 때문에, 과거의 회생절차 사례를 보면, 약 10분의 1로 줄어든다. 회생절차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채무자인 해운사의 채무는 대폭 삭감돼 회생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행을 선택하면 그 이후에 발생하는 용선료는 모두 공익채권이 된다. 한진해운 등 최근 해운사들의 회생절차 신청은 비싼 용선료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즉 용선자인 채무자와 선박소유자의 대립구도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해운전문지 등에 따르면 동아탱커의 사정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동아탱커는 통상의 BBCHP 계약이 장기간임에도 비교적 단기간에 원리금을 변제해야 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 금액이 상당히 높았다.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자 금융권과 이를 장기로 늘려서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협상이 잘 되지 않자 동아탱커는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금융권은 회생절차 신청 이전에 BBCHP 원리금 상환액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BBCHP 소유자는 여전히 SPC라는 게 한진해운 사태에서 법원의 입장이기 때문에 금융권은 계약상 그러한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문제된다. 형식상 소유자 및 금융권이 선박 12척 중 대부분을 회수해가면 회생절차에서 동아탱커가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은 없어진다. 결국 회생절차가 개시된다고 해도 동아탱커는 파산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장점을 가진 BBCHP 구조가 해운사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갈 때 아주 불리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용선자인 해운사가 1척의 선박에 대해 95%의 원리금을 변제한 상태라고 해도 선박은 여전히 SPC의 소유이므로 SPC와 금융권은 금융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물론 변제한 금액 95%는 선박을 매각한 다음 용선자가 환급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선사로서는 선박을 회생절차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파산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다음 95%의 현금을 수령해도 소용이 없게 된다.
예컨대 10척의 선박에 대해 용선자인 선사가 선가의 2분의 1을 변제한 상태라고 해도 SPC와 금융권이 계약을 해지하면 모든 선박들은 채무자인 용선자의 수중에서 떠나갈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경우 5척에 대한 선가는 이미 채무자인 해운사가 지급한 것이니, 5척에 대하여는 회생법원이 채무자의 소유로 인정해 회생절차 하에서 지속적인 영업활동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박을 몇 등분으로 나누어 분리할 수 없으니 불가하고, 각각의 선박에 대한 채권자(특히 선박우선특권자)들이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나올 수는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BBCHP를 사선으로 인정해주는 단행법도 있고 실무에서도 그런 인식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를 살릴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회생절차가 개시돼도 BBCHP 하에서 운항하는 선박은 관리인이 계약 이행을 선택하면 용선료는 공익채권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계약 해지 조치를 취한 건 동아탱커 측이 신뢰를 주지 못했거나 이렇게 하는 게 금융권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만 금융계약 해지가 연 매출 2000억원을 거둬온 건실했던 벌크선사를 파산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필자는 우려한다. 매출 8조~10조원의 한진해운이 자금경색으로 더 이상의 대출이 되지 않자 회생절차에 들어가 결국 파산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그동안 선사들이 자금경색 시 도산을 막기 위해 만들어 둔 안전장치의 기능이 무엇인지, 과연 우리는 그러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뒀는지 의문이 든다.
동아탱크가 파산하고 2000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사라져서 우리 해운의 규모가 또 축소돼야 하는가? 해운과 부대산업 매출 100조원을 5년 내에 달성하자는 필자의 주장이 다시 한 번 공염불이 되는가 싶어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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