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3 15:36

기획/ 해운업계도 트럼프發 ‘무역전쟁’에 공포 확산

선사들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100만TEU 감소 전망
공급과잉쇼크에 무역분쟁 악재 겹쳐


올 들어 유가상승이라는 악재를 만난 전 세계 해운시장이 이번엔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간 무역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분쟁 여파가 크진 않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과잉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해운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은 하반기 대형 컨테이너선 인도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해운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상승·공급과잉에 무역분쟁까지…선사들 ‘삼중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이 향후 해운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미국은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 EU에는 6월1일부터 이를 적용했다.

EU도 일련의 미국 수입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관세 부과, 수입제한 등 미국의 보복조치가 확산되면서 해운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드류리는 공급과잉인 해운시장에서 무역분쟁 압박을 느낀 컨테이너 선사들이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EU간 무역 분쟁이 지속되면 올해 초부터 유지되고 있는 대서양 횡단 무역의 긍정적인 수요 균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운조사기관 피어스와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 따르면 2017년 성장률이 1.5%에 불과했던 북유럽-북미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지난 5개월간 유로와 파운드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가 12% 9% 각각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동량이 늘어났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드류리는 “최근 대서양항로에서 극적인 최고치와 최저치가 없는 안정적인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스토리였다”며 “물량이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선사들은 유럽과 미국 간의 무역 전쟁을 피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동량 증가에도 컨테이너선사들이 대서양항로에서 서비스 중단을 잇따라 결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션얼라이언스는 4200~5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이 투입되는 TAT4·TAX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오션의 이번 철수는 서비스를 개시한 지 2개월 만에 결정을 내린 것이라 더욱 주목을 끈다.

국적선사의 대서양항로 철수 소식도 들려왔다. 2M(머스크라인·MSC)으로부터 선복을 빌려 서비스를 해온 현대상선은 이달 말 대서양항로에서 철수한다. 현대상선이 그동안 서비스 해온 대서양항로는 TA2(Trans-Atlantic 2)와 TA3(Trans-Atlantic 3) 등 두 개 노선이 유일했다. 현대상선은 대서양항로 철수 이후 지난 4월 단독으로 개설한 아시아-유럽 노선 서비스 제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선사들의 서비스 중단과 관련해 드류리는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이유는 무역 마찰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며 “유가, 용선료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사들이 운영비용 상승으로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서비스 개편 잇따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도 해운사들의 주요 관심거리 중 하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최대 6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부과를 지시했다. 지난달엔 중국의 지적재산권 기술 탈취 및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대해 약 500억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3월 중국은 자국 내에서 소비되는 미국 해산물에 25%, 미국산 돼지고기·폐알루미늄 등에 25%, 과일·와인 등 120개 제품에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25%를, 이달 6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기존 15%에서 25%를 가산한 무려 40%의 보복관세를 물리기로 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컨테이너선사들의 서비스 개편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2M은 이달부터 밴쿠버와 시애틀에서 이글(머스크 TP1) 서비스 기항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서비스 중단과 관련해 드류리는 “7월부터 시행되는 중미 관세전쟁으로 생산량이 둔화돼 향후 시장전망이 불확실한데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글의 기항지는 가오슝-옌톈-샤먼-상하이-부산-밴쿠버-시애틀 순이다.

전통적인 성수기가 임박한 가운데 선사들의 서비스 철회는 해운업계에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머스크와 MSC의 서비스 개편으로 태평양항로 전체적으로 1.5%, 2M에서 9.5% 가량 선복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선사들이 있는 반면, 선대 대형화와 신규 서비스 개설을 통해 물동량 유치에 나선 해운사도 포착되고 있다. APL은 중국 상하이·닝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이글익스프레스X’ 서비스를 다음달에 시작한다. 또한 이 선사는 EX1 서비스에 투입되는 선박 사이즈를 5100TEU에서 7500TEU로 대형화한다.

알파라이너는 “APL의 서비스 강화가 2M의 TP1·이글의 철수 영향을 무효화해 앞으로 수주 내에 태평양항로에서 더 많은 난기류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항로 취항선사들은 미국과 중국 간 임박한 무역 전쟁의 영향을 받을 위험에 처해있다. 해운업계는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화물량 감소가 운임인상 노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선사들 “무역분쟁 장기화시 악영향”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전 세계 컨테이너 항로에서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건우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110만TEU의 화물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00만TEU는 중국발-미국행 연간 물동량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1분기 중국발 미국행 물량은 263만2972TEU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궤를 같이해 CMA-CGM 코스코 머스크라인 MSC 등 북미항로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컨테이너선사들의 물동량도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항로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중국의 북미수출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4.7%포인트 늘어난 64.3%를 기록, 60%대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분쟁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선사들은 물량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 분쟁은 컨테이너선 사업에 잠재적으로 큰 타격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컨테이너선에 대한 영향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1%가 상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세관은 2개의 추가관세 부과안을 심사 중이다. 1안이 중국 제품 818개 품목(350억달러), 2안이 284개 품목(160억달러)에 관세를 물리는 내용이다. 추가관세율은 25%로 파악된다.

중국도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400억달러 상당의 보복 관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일정 기간에 최대 180만TEU규모,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1%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2안의 경우 중국 생산품은 20만TEU 정도로 예상된다. 드류리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최대 리스크라고 결론지었다.

선사들은 아직까지는 무역분쟁과 관련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분쟁이 지속되면 물동량 감소가 표면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물동량 감소세는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문제는 어디에서 피해가 나타나고 어떠한 상황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어 시황을 예측하는 게 어렵다. 시간이 지나야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역분쟁과 더불어 선박 대형화는 선사들의 또다른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선사들은 무역분쟁 여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선박 대형화로 공급량이 늘면서 서비스 개편과 철수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용절감과 운임인상 등에서 한계에 봉착한 선사들이 선복조절을 통해 시황 정상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6월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는 2130만TEU로, 한 달 사이 17만TEU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만 2만TEU급 컨테이너선 4척이 인도되는 등 10만TEU 이상의 선복량이 해운시장에 공급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다. 남은 하반기에는 더 많은 초대형선들이 해운시장에 투입된다. 올해 8~11월까지 3개월 동안 50만TEU에 가까운 컨테이너선이 선주들에게 인도된다. 선사 관계자는 “공급과잉에 무역사태까지 발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빠지는 것”이라며 “분쟁이 하루빨리 완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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