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7 10:15

기고/ 아직 '우리'에게만 바다가 땅입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유통학과 이태휘 교수
▲이태휘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우리에게 바다는 땅입니다.’ 5월31일 바다의 날이면 접할 수 있는 표어다. 이 표어를 접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주어인 ‘우리’가 국민 대다수가 아니라, 해운산업 종사자나 이해관계자를 칭하는 ‘제한된 집단’으로 해석된다. ‘우리 젊은 시절에는…’이라는 말 속에 주어인 우리와 듣는 이가 철저히 구분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진해운을 나무위키에서 검색해보면, 국민 대다수가 인식하는 해운산업 현주소가 드러난다. 대한민국은 사실상의 섬이기 때문에 해운산업이 꼭 필요하다든가, 해운산업은 유사 시 제 4군의 역할을 한다든가, 해운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등의 마케팅을 자주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보다 GDP(국내총생산)가 크고 바다에 접하는 면적이 많은 미국 영국 인도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은 거대 해운사 없이도 잘 살고 있다.

한국과 GDP는 비슷한 수준인데 바다와 접하는 면적은 엄청난 호주도 역시 해운사가 없다. 한국보다 GDP가 3배나 높은 일본의 경우도 열도 최대 해운사인 미쓰이OSK(MOL)가 한진해운보다 작지만 불만없이 잘 먹고 잘 산다.

해석수준이론에 따르면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객체에 대해서는 친근하게 묘사하는 반면, 멀게 느껴지는 객체에 대해서는 이성적 논리적으로 묘사한다고 한다. 바다는 그냥 바다인 국민들의 ‘해운낯가림’은 이렇게 형성된 것이다.

해운을 포함해 물류는 늘 ‘을’의 위치에 있다. 일하는 곳도 창고처럼 열악한 경우가 많고 명절 대목에는 ‘까대기’에 동참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관련 전공 교수라서 그렇지 진로를 추천하기에 썩 매력 있는 산업은 아니다.

해운산업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우선 우리와 국민들 간 정보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 교과서 속 해운 용어는 실무 용어가 고스란히 교과서로 옮겨지면서 명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G6를 해운동맹이라고 표현하는 등 용어의 부정확한 사용도 빈번하다.

해운회사는 연봉도 높고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 지역에 위치해 근무하기에 매력적이다. 선박투자 전문가가 되면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펀드매니저에 비해 진입 경쟁도 덜 치열하다. 해운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해상법 변호사가 된다면 ‘넘사벽 해상법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직업으로서의 ‘해운매력’을 피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우리’처럼 해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면 안 된다. 이 대명제로부터 해운산업의 이미지 개선과 매력 어필, 정보비대칭 해소를 위한 콘텐츠가 개발돼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만 바다가 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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