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2 09:12

기고/ 영화 ‘그 날 바다’를 보고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8)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항해사 출신인 변호사님께서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세월호가 침몰한 그 날을 어렴풋이라도 기억할 것이다. 필자도 그 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법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갔고, 휴대폰으로 ‘여객선 한 척이 침몰되었으나 승객 대부분이 구조되었다’라는 아침 뉴스를 보고는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날 오후 동료와 커피를 마시다가 위 뉴스는 오보였고 세월호의 침몰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듣고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그 날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해양사고 전문변호사로서, 세월호 이후 해상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 중 하나인 ‘영흥도 부근 선박 간 충돌로 낚시어선 승객 등 15명이 사망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해양사고의 원인 분석과 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깨닫고 있다.
 
그래서 마침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분석한 영화가 있다고 하여 주말 아침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러 갔다. 이 영화의 결론은 한 마디로 정부가 세월호 침몰의 근거로 제시한 AIS 자료 등이 ‘거짓’이고 침몰 원인이 세월호의 ‘좌현묘 투하’에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제작진들의 방대한 자료에 대한 분석에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갔을 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없고, 그에 따른 결론도 논리적이어서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하여 필자의 사견으로는, 세월호 침몰 당시 좌현묘가 격납되어 있었다는 점, 좌현묘를 투하하고 다시 격납시키는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점, 이와 같은 묘박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 명의 선원이 닻이 위치한 선수에서 수동으로 작업을 해야 하나 이에 대한 입증이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은 결론으로 생각한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전문가들이 향후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하겠지만, 세월호의 침몰은 그보다는 화물 과적이나 증축에 따른 복원성 문제, 화물의 고박 불량, 조타미숙 또는 조타기 고장 등의 다른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세월호 침몰로 사망한 단원고 학생들의 밝고 활기찬 생전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처럼 갑자기 나오는 눈물의 의미는 나조차도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이는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통감’이나 ‘이 땅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추측해본다.
 
한편, 세월호가 침몰한지 4년이 지난 지금도 해양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바다는 육지와 환경적으로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해양사고는 육지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달리 한 번에 수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런데 해양안전심판원이 최근 발표한 통계결과에 따르면, 해양사고는 단 하나의 원인만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인적과실로 의한 인재(人災)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해양사고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박 운항자 개개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전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중요하고, 선박을 이용하는 일반인에게도 다양한 해양사고에 대한 홍보를 통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하선한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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