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선사 얼라이언스(전략적제휴그룹) 재편이 선사가 운영하는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의 발전계획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국제항운연구중심(SISI)은 “기존 4대 얼라이언스가 지난 4월 2M+HMM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3자구도로 재편되면서 전 세계에 항만 포트폴리오를 갖춘 GTO들이 투자전략과 네트워크 준비를 새롭게 하고 있다”며 “특히 선사가 운영하는 터미널에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가령 머스크라인은 계열사인 APM터미널, 코스코그룹은 코스코쉬핑포트(코스코퍼시픽+차이나쉬핑터미널)와 협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선사들의 GTO 사업은 하역요율 절감이 절대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터미널에서 발생하는 각종 변수도 한 몫 한다. 터미널에서의 불가피한 변수로 작업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선사는 신뢰도의 바로미터인 정시성이 크게 훼손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부두 체선에 따른 입항대기, 항만노조 파업, 화물처리작업 지연 등으로, 선사는 선석 스케줄 지연에 따른 손실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계 주요 선사들은 기항하는 터미널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ISI는 “선사들이 정시성을 지키기 위해선 운영사와 상생의 중요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며 “선박들이 우선순위로 저렴한 비용에 처리될 수 있도록 터미널과 협정이나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동원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자가 소유 터미널을 운영하기 위해 터미널사업에 뛰어든 선사도 있다. 이런 경향은 3대 얼라이언스에 속한 대부분의 선사들이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투자한 터미널을 놀리기보다 얼라이언스와의 연간계약으로 상당한 매출고를 올릴 수 있고 본선작업도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미널운영, 새로운 변화 맞다
얼라이언스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해운항만시장의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다. 초대형선박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선박은 전환배치(캐스케이딩)되었고, 기항지와 기항 빈도는 줄어들었다. 기항 빈도가 줄면서 GTO의 터미널 사업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SISI는 터미널이 얼라이언스의 화물 처리효율성을 강화하고 물류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추가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션이 기항하는 중화권지역의 GTO 코스코쉬핑포트는 함박웃음이 예상된다. 오션은 올 한 해 중간 기항지인 중동과 홍해지역에 350척 350만TEU의 선박을 공동 배선한다. 터미널로선 오션의 기항 빈도가 가장 많아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코쉬핑포트는 최근 “얼라이언스와 고객에 고품질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호보완적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그룹의 터미널 허브망 구축과 항만처리능력 향상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사를 위한 세 가지 경영전략도 내놨다. 우선 핵심시장인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지역 점유율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선사들의 아시아발 물동량 수출흐름이 중화권지역에서 창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세계 주요 항만과의 교류를 넓혀 시장점유율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전체적인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터미널 포트폴리오와 운영효율성도 최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사, 기존 터미널 인수에 관심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네트워크 조정 기회로 많은 항만들은 추가 선박을 유치하기 위해 부두 확장에 투자하거나 인프라를 개선하고 있다. 일부 선사는 터미널을 인수하거나 신규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SISI는 “터미널을 운영하는 선사는 기항빈도와 투자한 터미널의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활발하게 시설개선에 나설 것이고 계속해서 운영 효율성을 향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사들의 네트워크 조정과 거래 절차 등의 원인으로 터미널 투자에 대한 섣부른 결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선사나 터미널운영사가 추진하는 부두사업도 건설에서 인수로 초점이 변해가고 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신규 터미널을 구축하기보다 현지 시장점유율을 이어가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역 중소터미널사 인수를 노리고 있다. 터미널을 인수하면 신규 건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고,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늘릴 수 있기 때문. APM터미널의 브라질 그룹마리팀TCB 지분 인수와 중국 초상국의 CMA-CGM 터미널링크 지분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SISI는 “일부 핵심 허브 항만을 제외한 중소항만들은 점점 얼라이언스의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지역 부두운영사를 직접 인수하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선사의 GTO사업, 부산에선 시기상조?
선사의 터미널 사업이 부산항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당장은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머스크라인의 부산신항 진출에 대해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터미널운영사 관계자는 “부산항이 현재 세계 6위 항만이고 과거 머스크가 국내 한 건설사와 합작투자할 것이란 의견을 보였지만, 신항 터미널이 5개다보니 굳이 사업진출의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며 “가끔씩 터져 나오는 노사관계의 불안함도 있어 머스크로선 터미널을 선택하는 소비자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현재 2M 물량이 기존 6선석을 갖춘 2부두에서 1·3부두로 나뉘면서 비용은 늘어나고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다”며 “신항 물량이 늘어나면 2M으로선 하역료 인하 압박이 어렵게 돼, 하역비용이 부담으로 작용될 때 다시 한 번 터미널사업에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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