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4 10:01

멀기만 한 국내 샐비지 산업

국내 샐비지 전문업체 육성해야

세월호 선체가 침몰된 지 1073일 만에 국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세월호의 인양업체는 한국 국적이 아니라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 국영기업이라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8월 세월호 인양업체로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하고 851억 원에 계약을 했다. 당시 총 27곳의 국내외 업체가 7개 컨소시엄을 구성, 세월호 인양 입찰에 참여했다고 한다. 

혹자는 왜 세월호 인양 업체가 한국 국적이 아닌 중국 국적인지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다. 변명해보자면 국민적 여론이 민감한 세월호 인양에 실패할 경우 심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공정한 인양을 위해 우리나라 국적의 인양업체보다는 외국 국적의 인양업체를 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세월호를 인양할 만한 업체가 없었다.

배 만 잘만드는 한국, 샐비지 업체는 1개뿐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가 국내 최대 1만톤 급 해상크레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월호 선체 무게와 화물까지 포함해 1만3000톤 이상의 힘이 필요해 세월호 인양에는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업체이고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아니다 보니 세월호 인양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당시 출동을 한 것도 국가 위기를 지원하는 형태로 간 것”이라며 “해상크레인도 구조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도 “인양업을 주요 사업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양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다. 위로는 막혀있으니 섬이나 다름없다. 해외 수출길의 90% 이상은 해상이다. 이러한 국가에 배 잘 만드는 회사는 3개나 있지만 제대로 된 샐비지 회사는 1개가 전부다. 그나마 상시 직원은 15명이고, 작업을 할 때만 50명까지 늘어난다. 이에 반해 중국의 상하이샐비지는 1951년 설립된 대형 해양 구난업체로 연간 매출은 약 3000억 원이며 잠수사 등 구난 전문 인력 1400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에 참여한 2015년 기준 약 1900건의 선박 구조 작업과 잔해 제거 작업 1000건 이상 등 실적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중국은 옌타이 샐비지·광저우 샐비지가 있다. 일본은 닛폰 샐비지가 한국 연안에서 우리 시장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인식도 뒷받침돼야…

우리나라의 샐비지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렇게 쉬운 걸 왜 3년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라는 등의 자극적인 언론 보도 내용들은 샐비지 산업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국민들에게 심어 줄 수 있다. 모름지기 인양 업무는 매우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한다. 샐비지 회사가 선박 인양을 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의 과정을 거치고 혹시 모를 2차 3차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로 세월호 인양만 보더라도 2015년 7월에 상하이 샐비지로 인양업체가 결정된 후 바다에서 작업 가능한 날은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이번 인양작업에서 사용된 네덜란드 국적 도크 와이즈가(社)의 반잠수선 도크 와이즈 화이트 말린(Dockwise White Marlin)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반잠수선이다. 이러한 선박은 기본적으로 수개월 이상 스케줄이 잡혀있다. 그런데 탄핵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이 배를 투입했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된다. 물론 기술력이 더 좋은 회사를 선정했으면 1~2달 정도의 인양 기간을 단축시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년이 넘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무시한 채 3일 만에 인양이 끝났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샐비지 산업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게 할 뿐이다. 당장 지금부터 중국과 일본에 버금가는 샐비지 회사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앞바다에서 유사시 경험 많은 인력과 적절한 장비를 투입할 수 있을 네트워크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송재호 대학생기자 thdwogh88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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