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서안의 상황은 3월에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 춘절(설) 이후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멕시코향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발 멕시코향 운임은 1월 2000달러 초반에서 2월 1000달러 초반으로 반토막 난 뒤, 이번 달에는 1000달러 선이 붕괴됐다. 춘절 이후 중남미항로는 통상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든다. 연휴 전에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진 뒤 한동안 수요가 소강상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3월 물동량은 비수기로 인한 물량 공백은 차치하더라도 계약화물의 선적마저도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멕시코향 자동차 반조립제품(CKD)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 효과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 선사 관계자는 “화주들이 주기적으로 납품해야 할 CKD화물 선적을 미루고 있다”며 “신규 협력사들이 트럼프 이슈가 불거지면서 멕시코를 불안한 시장으로 인식해 투자를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안 운임은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유휴선복이 많아 운임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미 서안향 선박이 1만TEU급으로 대형화됐지만 전반적인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동안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중국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향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월3일 1609달러, 3월10일 161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최고치인 1982달러 대비 300달러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한국발 남미 동안 운임은 끊임없는 선복삭감 노력으로 지난달에 이어 2000달러 전후에 머물고 있다.
일부 선사들은 운임하락을 막기 위해 기본운임인상(GRI)을 시행한다. 다음달 중순까지 TEU당 750~1000달러를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사는 GRI 시행을 꺼리고 있거나 계획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운임 덤핑에 나설 때 나 홀로 운임인상이라는 우를 범할 수도 있어서다.
중남미항로는 현지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소석률과 스폿(현물수송)운임이 쌍끌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거래소는 “브라질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남미향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며 “평균 소석률은 80~90% 선이며 스폿운임도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발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동안향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투입되는 선박의 크기가 서안향보다 작을 뿐더러 서비스 개편을 통한 선복 감축 노력이 오래 전부터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안은 대체로 90~100%의 소석률을 거둔 반면 서안은 70~80% 중반대를 기록했다.
한편 APL이 남미서안향 기존 서비스를 3개월간 임시적으로 확장 개편한다. APL은 ALX ASA MAX 서비스 개편으로 부산항에 주 3항차 기항할 예정이다. APL은 서비스 개편으로 국내 선복 할당량이 10%가량 늘어난다고 말했다. ALX 서비스는 대만 지룽에서 25일 첫 출항한다.
ASA는 중국 화남 화중지역 등 아시아에서 멕시코 콜롬비아 등 서안 주요 국가로 출항하는 주간 직기항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중국 상하이항(양산)에서 27일 첫 출항한다. MAX는 중·북중국 한국 일본에서 멕시코 주요 항과 콜롬비아 에콰도르를 직기항하는 주간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첫 출항 일정은 24일 칭다오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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