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체국물류지원단 신임 이사장에 김영수 서울지방우정청 청장이 선출됐다. 김 이사장은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 우편정책과장, 우정사업본부 총무팀장, 경북체신청장, 경인우정청장, 우정사업본부 경영기획실장, 충정지방우정청장, 서울지방청장을 역임했다. 전형적인 행정관료다. 그를 만나 우체국물류지원단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엿듣고 싶었으나, 그는 ‘관피아’(관료+마피아)가 공공기관장에 대거 진출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취재를 번번이 거절했다.
지원단 기획정보팀 관계자는 “지원단은 자율권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건 어렵다. 우정사업본부의 정책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저희는 인력구조조정 및 업무의 효율성 극대화 등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내부적으로 영업이나 마케팅 조직도 없고, 물량을 유치하는 건 우체국의 몫이다”고 설명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우정사업본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이 기관의 주요 매출액은 ‘수수료’다. 지원단의 2015년 수수료 매출액은 운송수수료 1383억원, 일반물류수수료 94억원, 발착수수료 131억원, 3PL수수료 26억원, 국제물류수수료 161억원, 방문수수료 2억원 등이다. 수수료를 통한 수익은 2008년 514억원에서 2015년 1799억원으로 250%의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수수료의 비중은 98.8%에 육박한다. 즉 우정사업본부의 물량이 감소하면 매출액이 감소되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우편물량 감소로 인해 수수료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관의 과도한 위탁·독점 수수료 수령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방만경영 가능성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295개 공공기관은 20.4조원의 위탁·독점수입을 받았고, 그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도한 위탁·독점 수수료 수령으로 인해 기관 내 여유자산이 높은 경우 타 공공기관에 비해 높은 복리후생 혜택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공공개혁’이 화두다. ‘공공기관이 혁신의 골든타임’에 접어들었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과거와 같은 탁상행정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38개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 기관장 38명 가운데 18명이 관료 출신 낙하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수 이사장이 우체국물류지원단을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기식구를 향해 혁신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행정관료 출신인 천창필 전 우체국물류지원단 이사장은 인사채용 비리로 구설에 올랐던 바 있으며, 그즈음 이 기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은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D등급으로 평가됐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기강해이로 인한 경영부실의 좋은 사례다. 김 이사장은 아직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기 때문에 그의 혁신 의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내 우정사업 발전을 위한 그의 진정성 있는 개혁을 기대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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