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BPA) 우예종 사장이 새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이탈한 물동량 회복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기자와 만나 “한진해운 사태 이후에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더 이상 의미 없는 것 아니냐”면서 “새해 부산항 물동량을 회복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동량 회복 전략으로 국적선사의 상생협력 및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정부 차원의 해외 마케팅, 한진해운 환적화물 복원 등을 제시했다. 특히 한진해운 이탈 물량을 끌어오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우 사장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부산항이 처한 상황을 가감없이 전했다. 한진해운은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35개국 90여개 항만을 연결하는 113개 정기선 항로를 제공했다. 연간 물동량은 460만TEU, 이 중 부산항에서 처리한 화물은 181만TEU, 환적화물은 105만TEU였다. 부산항 수출입 화물의 8.2%, 환적화물의 10.4%를 한진해운이 혼자서 도맡았다. 연간 145만TEU의 환적화물을 처리한 머스크라인에 이어서 두 번째 위치였다.
우 사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2016년 9~10월 물동량은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중국 코스코 등 외국적 선사가 상당부분 흡수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현대상선의 미주서안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도 증가세로 전환한 건 고무적이다. 그 결과 같은 달 부산항 전체 물동량은 162만4000TEU를 기록하며 5.5%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환적화물은 79만4000TEU를 기록, 감소폭이 0.2%로 둔화됐다.
“현대상선이 미주노선에 선박을 추가 투입해 한진해운 물량을 흡수했다. 이 선사의 미주서안 물동량은 1년 전에 비해 61% 증가했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은 2.4% 확대됐다. 근해선사 물동량도 10월 한 달 14%, 누계 12% 증가하면서 한진해운이 빠진 빈 자리를 채웠다.”
현대상선 SM상선 쌍두마차로 부산항 복원
부산항 네트워크 복원은 우 사장이 생각하는 물동량 회복의 핵심 전략이다. 특히 현대상선과 신규 진입하는 SM상선, 근해선사 간 상생관계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 사장은 SM상선을 저비용항공사(LCC)에 비유했다. 한진해운의 차별화된 미주항로를 승계해 차별화된 해운서비스로 승부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환적물동량 복원을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국적선사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상선이 새해 10% 이상 성장하고 SM상선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2020년이 되면 한진해운 기업 회생절차 개시 이전 수준으로 환적화물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물량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게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고 부산신항을 모항으로서 안정적으로 기항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자 한다. 2016년 3월 현대부산신항터미널(HPNT)이 지분을 싱가포르 PSA에 매각해 운영권이 넘어간 상태다. SM상선은 한진해운 기존 해운네트워크와 물동량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신규선사의 안정적인 미주서비스 개시를 위해 기존 한진해운 화주와의 신뢰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 정시성과 경쟁력 있는 요율 등 서비스 수준 확보를 위해 선박과 컨테이너, 전용 컨테이너 터미널 확보 등의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환적화물 인센티브, 원양 신규항로 서비스 개설에 대한 항만시설사용료 인센티브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 선사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국내외 전용터미널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운항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항만공사(PA)를 활용해 국내외 전용터미널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다.
그는 현대상선이 스페인 알헤시라스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인수와 이란 샤히드라자이(반다르아바스)항 3단계 개발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항만공사가 공동 투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전용터미널을 매각할 때도 BPA가 인수자금 800억원을 제시해 지분 인수를 추진했지만 정부 반대로 결국 터미널 운영권은 싱가포르 PSA에 넘어갔다. 그 결과 현대상선은 국적선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전용터미널 없이 해운서비스를 진행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새로 출범하는 SM상선과 국적선사들이 국내외에 물류기지가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검토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부산항이 외국계 기업 위주로 운영되면서 여러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터미널별로(외국계 운영사들이) 수익과 단기 성과에 치중해 부산항 전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 정책을 추진하는 데 애로가 크다.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국가적인 비상상황에서도 하역을 거부하는 등 골든타임을 놓쳐 사태 수습에 한계를 보였다. 또 터미널이 잘게 쪼개져 운영되다보니 선사가 계약된 터미널에 화물을 내리지 않고 인근 터미널에서 하역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비효율성이 나타나는 실정이다.”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압박 커져
거대 얼라이언스(전략적 해운제휴) 체제 출현은 부산항으로선 큰 부담이다. 얼라이언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항만터미널에 대한 비용 인하 압박이 거세질 거란 전망이다. 올해 4월1일자로 글로벌 정기선 시장은 4개 얼라이언스에서 3개의 얼라이언스 체제로 재편된다. 이들 얼라이언스가 전 세계 선복량의 73%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세계 20대 선사 중 짐라인과 PIL 완하이 같은 역내선사를 제외하고 모두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얼라이언스에 의한 사업이 점점 강화되고 M&A(인수합병)를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회원사의 선복량이 100만TEU를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점점 교섭력이 커지고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예도선료나 항만부대비용, 터미널하역료 등에서 인하 압박을 크게 받는 실정이다.
항만 선택권 행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선사가 항만을 옮기면서 물동량 재편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5년 머스크라인이 싱가포르항에서 인근 말레이시아 탄중펠레파스로 거점항을 이전하면서 싱가포르항은 9% 감소, 탄중펠레파스항은 7% 성장의 변곡점을 맞게 됐다.”
우 사장은 얼라이언스 내 지역 구도가 강화되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오션얼라이언스(OA)는 범중국계 선사가 주력이다. 코스코와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이 OA를 이끌고 있다. 북중국, 예를 들어 톈진이나 칭다오 다롄 등의 항만직기항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디얼라이언스(TA)는 일본선사 3곳과 우리나라 한진해운이 참여했지만 한진해운의 이탈로 일본을 주력 거점으로 활용할 걸로 예상된다. 부산항 환적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정기선 시장의 턴어라운드는 빨라야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공급과잉 상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복량 증가율이 해상물동량 증가율을 크게 웃돌면서 발생했다. 세계 해상물동량은 2008년 1월 1억3500만TEU에서 올해 1월 1억8100만TEU로 34% 늘어난 반면 컨테이너 선복량은 1090만TEU에서 1970만TEU로 81% 늘어났다. 수급불균형이 계속 되면서 컨테이너 운임은 8년 간 88% 하락했다.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는 1122에서 지난해 8월 693으로 떨어졌다.
“2017년에 물동량 증가율이 선복량 증가율을 앞설 것으로 보이긴 한다. 발주량은 2015년 243척에서 지난해 63척으로 4분의 1토막 났다. 하지만 수급 개선이 완만하게 이뤄져 시황 개선은 빨라야 2018년, 늦으면 2020년은 돼야 가능할 걸로 본다.”
우 사장은 향후 글로벌 정기선 시장의 규모 경쟁에 몰입함으로써 국적선사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이후 일부 중국 화주들이 국적선사의 재무제표 제출을 요구하는 등 해외에서 한국 해운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란 점도 걸림돌이다.
“앞으로 글로벌 선사의 인수합병이 가속화되면서 2015년 말 16개였던 글로벌 선사가 2018년엔 10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 전 한진해운이 세계 7위였는데, 한진해운 밑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현대상선이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나는 게 관건이지만 쉽지 않다.
경쟁력 있는 선대 운용을 위해선 동맹가입 또는 타 선사와의 제휴가 필요하다. 짐라인이나 PIL 완하이라인 등은 비동맹 선사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선사와 선복공유(VSA)와 선복임차(슬롯차터) 등의 방법으로 원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확실한 해운 시황 전망에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재무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