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는 브렉시트, 미국 신정부의 보호주의 통상정책, 중국의 성장둔화 등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시장도 수년간 지속된 과잉공급이 오히려 더 확대되고, 살아남기 위한 선사들의 몸부림은 인수합병으로 이어지는 등 혹독한 시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해운은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까지 위태로워지면서 벼랑끝에 몰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7 해양수산전망대회’를 개최하고 올해 글로벌 해운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날 KMI 양창호 원장은 “되돌아보면, 사상 최악의 해운불황 파고를 넘지 못하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한국해운의 위상이 크게 위축됐고, 항만물류업계도 부산항 환적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가 현실화 돼 하역업 등 관련 업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올해도 이러한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돼, 우리 업계가 단단한 각오로 우리 경제를 레벨 업 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이윤재 회장은 “우리 모두 신발 끈을 졸라매고 심기일전해 다시 뛰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한진해운 사태로 초래된 해운산업과 우리경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우리 모두 전력을 다 해야겠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대를 머물러 있고, 우리나라는 세계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구조적인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더 이상 성장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우세하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무역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0년에 60%까지 증가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무역 비중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세계 무역의 교역량과 교역금액도 모두 둔화됐다. 금융위기 이전 무역성장률은 세계 10%, 아시아는 15% 이상을 기록했으나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무역 둔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4%로 예측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는 미국은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내걸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통상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 기업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성춘 국제거시금융본부장은 “미 신정부 정책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투자 구축과 잠재성장률 악화로 인해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복조절 통한 경기회복은 불가능"
글로벌 전망에 이어 올해 해운시장도 안개 속을 헤맬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는 선박공급 과잉과 한진해운의 여파, 글로벌 정기선사의 인수합병(M&A)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6년 컨테이너와 벌크 탱커 등 전 세계 선박량은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7%가 늘어난 선복량 증가가 예상돼 공급과잉 추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17년에만 1만5천TEU급 컨테이너선이 34.7%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대형 컨테이너선 인도도 선복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KMI 황진회 해운산업연구실장은 시황 개선에 대해 “공급량 조절에 의한 경기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선주와 선사의 합리적 투자는 실현되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도 해운시장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글로벌 해상운송 혼란을 초래하고 한국해운의 신뢰도 급락으로 이어졌다. 화주들은 외국선사와 운임 수준이 같아도 한국 선사 이용을 기피하고 있어 한진해운 사태는 해운산업 전반의 위기로 퍼졌다.
▲황진회 KMI 해운산업연구실장이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KMI 2017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세계 해운이슈와 대응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
얼라이언스 재편‧아시아역내 경쟁 가열
전 세계적인 M&A열풍에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도 위축되고 있다. 일본 해운 3사인 NYK, MOL, 케이라인이 2018년 출범을 목표로 컨테이너선 부문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미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파그로이드, 중국 코스코 등 상위권 선사들이 다른 선사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M&A를 끝낸 선사들은 얼라이언스 재편을 앞두고 있다.
2M(머스크, MSC) O3(CMA CGM, 차이나쉬핑, UASC) CKYHE(한진해운, 코스코, 케이라인, 양밍, 에버그린) G6(현대상선, APL, MOL, 하파그로이드, NYK, OOCL)의 4대 얼라이언스 체제는 오는 4월부터 2M+H(머스크, MSC, 현대상선), 디얼라이언스(NYK, MOL, 케이라인, 양밍, 하파그로이드), 오션(CMA CGM, 코스코, 에버그린, OOCL) 얼라이언스로 재편된다.
황 실장은 “4월 출범하는 얼라이언스는 2M과 오션얼라이언스 양강 체제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며, 아시아역내 운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나마 운하 확장도 아시아 역내 시장 경쟁을 과열 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파나마 운하 확장 이후 아시아-미동안 항로의 선복량은 4월 선복량 대비 평균 26% 증가했다. 투입선박 평균 규모도 확장 이후 1.3배나 확대됐다. 드류리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4천~1만TEU급 249척이 아시아 역내항로에 전환배치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시아 역내 선박량이 31% 증가되는 수치다.
아시아 역내 시장 과열은 우리나라 선사의 생존문제로 직결된다. 일부 선사들은 경쟁력 한계에 다다랐고, 중견 선사도 외형확장과 새로운 시장개척에 대한 역량 미흡으로 오히려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황 실장은 해운산업의 중장기 정책 방향은 해운산업의 공공성을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파산은 해운산업의 공공성 약화에서 비롯됐다. 해운산업을 국민경제의 무역 인프라로 보지 않고, 개별기업의 문제로 삼으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진행됐다. 결국 이 사태는 해운물류항만 전방위적인 물류 대란 및 일자리 축소와 해운산업 이미지 실추로까지 이어졌다. 해운산업의 공공성을 강화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안정적 운송 체계를 구축하고, 대형화주들의 화물이 국적선사에 적취되는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또한 세계 5대 해운강국 재건을 위한 해운산업 역량도 키워야한다. 친환경 고효율 선박 확보를 위한 해운-조선산업 협력과 해운 법 제도 정비와 선진화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부는 해운에 대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화주와 물류 문제 해결을 통한 전략적 제휴관계를 다져야 한다. 과거 인간관계와 애국심에 의존해 영업하던 시대는 가고, 경영혁신과 물류솔루션으로 새로운 협력관계를 쌓아 가야한다.
다시 오지 않는 호황기 …근해 선사 통합만이 ‘살 길’
한국 근해 선사들은 통합으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해운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통합은 민간 기업들의 자율추진을 원칙으로 하되, 통합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나 시장 실패 시 한국 해운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정부의 조기개입이 검토돼야 한다.
황 실장은 “해운시장의 고수익 시대는 끝났다. 시황 좋아져도 적자 기업은 계속 적자를 낸다”며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사 대형화와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로 한국 선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만큼 화물을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험을 새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벌크 선사 대형화도 추진돼야 한다. 현재 1사1척 사업구조는 전문화 미흡과 규모의 경제 곤란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어 해운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형화 추진이 필수다.
해운시장은 공급과잉과 운임하락, 수요위축으로 저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비용절감을 통한 원가경쟁 전략이 생존전략으로 등장했고 외국적 선사들은 고효율 선박으로 매분기 최대 비용절감을 톡톡히 보고 있다. 국적 선사들은 적자선박을 최소화하고 정부의 정책금융을 활용해 신조선을 확보, 경쟁력 있는 선대로 교체해야 한다.
한진해운 사태로 운임 고공행진을 본 화주들은 낮은 운임만을 요구하는 상생 없는 관계는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국적 선사들은 경영혁신과 역량강화로 적취율을 끌어올리고, 정부는 해운의 신뢰회복과 재도약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