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9 09:36

기후변화가 몰고 올 농업의 미래

해외농업개발로 ‘식량·곡물 자급률’ 높여야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작황도 나빠져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8월23일 기준, 배추(10kg)는 1만9238원으로 전년평균대비 263.7%, 전년동월대비 221.8% 증가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은 비단 우리나라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올해 초 최고조에 달한 *엘니뇨의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엘니뇨가 발생한 직후 *라니냐가 뒤따른 사례에 비춰볼 때, 올해 라니냐의 발생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제기후연구소(IRI)는 올해 3분기 이후 라니냐가 발생할 확률을 70%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엘니뇨 : 남아메리카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

*라니냐 :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현상으로, 엘리뇨와 반대되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보통 태평양 서쪽지역에서는 이상고온, 건조현상이 나타나고, 태평양 동쪽지역에서는 이상저온, 습윤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태평양 서쪽지역에서는 이상저온, 습윤현상이, 태평양 동쪽지역에서는 이상고온, 건조현상이 나타난다. 


엘니뇨보다 라니냐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 세계 곡물생산의 70%를 담당하는 북남미 지역에 가뭄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인한 곡물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이 시기 곡물 가격 상승세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과거 슈퍼 라니냐가 찾아왔던 시기 주요 곡물 가격이 폭등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라니냐는 ‘식량안보’ 관점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2010년 발생한 슈퍼 라니냐로 밀 생산국(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의 가뭄 피해가 확대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식량난을 우려해 밀 수출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밀 수입국가인 중동지역은 생필품 가격 상승 및 애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불만이 민주화 운동으로 번지면서 ‘MENA(중동·북아프리카) *재스민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재스민 혁명 :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의 26살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부패한 경찰의 노점상 단속으로 생존권을 위협받자 이에 분신자살로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은 올해 라니냐가 나타날 경우, 밀 공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 입장에서 생필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애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경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식량·곡물 자급률 높여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매월 ‘국제곡물’ 동향을 정리해 자료로 낸다. 여기선 세계 경제성장률, 달러화 가치, 국제유가 및 해상운임 등 다양한 요인을 분석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식량·곡물자급률과 연계된다. 우리나라의 ‘2015양곡연도(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은 2014년 대비 0.2% 하락한 23.8%로 집계된다. 식량자급률도 50.2%에 머문다. 이 때문에 국제정세 변화 및 라니냐와 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식탁물가가 요동친다. 특히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의 자급 비율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변하면서 밀과 육류 소비가 증가한 반면,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도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요인이다.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kg)은 2005년 32.1kg에서 2014년 45.1kg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수입증가와 교역수지 악화에 따른 소득증가로 인해 자급률은 하락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체결된 FTA영향이 누적되면서 농산물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을 각각 57%, 30%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밭작물은 국내 생산을 확대해 전반적인 식량자급률을 제고하고,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서 사료용 곡물자급률 확대 등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은 빠져있다. 현재 전 세계 곡물시장은 주요 곡물메이저인 이른바 ‘ABCD’로 불리는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번기(Bunge)·카길(Cargill)·루이드레퓌스(LDC) 등 4대 메이저사가 독점적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국영 곡물기업인 중량그룹(COFCO)이 네덜란드 곡물거래업체 니데라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니데라는 네덜란드의 대표 농산품·원자재 무역업체다. 농산품·바이오에너지 생산·가공·구매·무역·저장·물류 등 업무를 수행한다. 중량그룹은 140여개 국가 및 지역을 시장으로 하는 중국 최대 곡물기업이다. 글로벌 자산 비중이 전체 20%를 차지하며, 해외시장 수익이 전체의 50%에 육박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량그룹이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 카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또 다시 전진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종합상사는 차세대 성장사업으로서 경기에 따른 수요변동이 적은 산업인 곡물·식품 산업을 주목하고 투자를 강화하는 상태다. 일본의 식량자급률 축소, 세계인구 증가, 신흥국 식품소비 확대를 배경으로 안전한 식량자원을 적정하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산업의 상류에서 하류까지 전 가치사슬을 정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하림이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하는 등 곡물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카길과 같은 글로벌 곡물메이저가 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 회장은 “곡물 원가와 운송비가 같은 정도로 운송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운송비가 곡물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10년간 사료 원료인 곡물을 수입하면서 직접 배를 갖고 운송을 하면 운임 변동에 휘둘리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해외농업개발로 눈 돌려야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Jim Rogers) 로저홀딩스 회장은 농업에 주목한다. 농업이 미래산업이며, 전망이 아주 밝다는 것. 농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식량산업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특히 농업과 관련한 모든 사업이 번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도에서 벗어나라”며 “모든 규제를 풀어주고, 자유에 맡기면 농부들은 돈을 번다”고 말했다. 지나친 규제와 정부의 지원, 보호조치보다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여기다 인센티브와 세금혜택을 제공하면 즉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농부가 부를 누리는 시기는 다시 도래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 이러한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지도를 벗어나라’는 그의 말을 되새겨보면, 미래농업의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국내에서 ‘자급률’을 높이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특히 시장개방 확대와 FTA 등의 요인으로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농산물 자급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농업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해외농업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할 만하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국제협력단(JICA)을 통해 브라질 세하도(영어발음 : ‘세라도’)를 개발했다. 1973년 미국이 일본에 대한 콩 수출금수 조치로 안정적 곡물 수급 기반에 대한 일본 국민의 관심이 증대되자, 1974년 브라질과 일본은 공동성명을 내고, 1979년부터 국가프로젝트로 세하도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이해가 부합해 자금과 기술협력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브라질 세하도 지역

일본의 자데코(JADECO)와 브라질의 브라사그로(BRASAGRO)가 각각 49%, 51%의 지분을 갖는 민간합작회사 ‘캄포(CAMPO)’를 설립해 자금을 지원했다. JICA(일본국제협력단)는 브라질에 농업기술 전문가를 장기간 파견했다. 세하도 개발 사업은 22년간(1979-2001년) 3기에 거쳐 총 684억엔(한화 약 7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총 33만ha 이상의 면적에 600호 이상의 농가가 입식한 대규모 농업개발원조 사업이다. 

세하도 사업으로 브라질은 1970년대에 거의 생산되지 않았던 대두를 연간 4100만톤 생산하는 세계 2위 대두 생산국이 됐고, 대두 관련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전후방 산업 발전과 고용이 창출되는 등 ‘식량생산, 지역개발, 환경보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해외농업개발이나 곡물조달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직접투자나 정책 지원은 없다고 언급했으며, 간접적으로 해외농업개발협회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주체에 정보 및 자문 등을 제공하는 것에 한정하는 것이다. 

한국선진화포럼 강평기 사무국장은 ‘한국의 식량안보 확립을 위한 러시아의 극동지역 농업개발’ 논문에서 한국의 식량안보확립을 위한 러시아의 극동지역에 대한 한국의 식량기지 건설은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농업개발사업에 대한 지원과 민간기업의 확실한 투자 의지 및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상호협력 등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농업분야에서 한·러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양국의 식량안보보장에 도움을 줄 것이며 세계 곡물수급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산물 유통물류체계 대대적인 혁신 필요 

해외농업개발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농산물 유통물류 체계’의 혁신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농업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선 내륙물류와 국제물류를 아우르는 통합의 작업이 필요하다. 국내 농산물 유통은 전체 유통경로를 핵심적으로 관리하는 조정자가 없다보니 통합관리 및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형편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창곤 선임연구위원이 발간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구축 방안’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농산물 유통단계 및 유통주체 간 정보 공유와 거래 협력, 효율적 물류시스템을 바탕으로 통합·연계관리가 가능한 공급사슬관리(SCM) 기반 구축에 대한 대안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민간유통업체의 SCM 시스템 모델을 농산물 공급사슬의 핵심 단계인 도매시장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SCM 방식의 도입 및 적용을 위한 정책적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선 농산물은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유통과정에 참여하는 유통주체가 많아 유통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유통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통경로 구성원들이 각각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해 개별·독립적인 의사결정과 시장행위를 하고 있으며, 상품의 특성상 반복적인 수급 및 가격의 불안정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가락동시장

이달 서울가락동시장을 찾아, 산지에서 도매시장, 다시 소매로 연결되는 구조를 눈으로 직접 관찰했다. ‘낙후된 유통체계’라는 말을 실감했다. 표준화는 고사하고, 기계화도 진행되지 않아, 여전히 인력에 의존해 상하차를 진행했다. ‘콜드체인시스템’은 딴 나라 이야기였다. 지난 6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LPI(Logistics Performance Index)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60개국 가운데 24위를 차지했다. 농산물 물류만 놓고 보면, 50위권을 벗어나도 의아할 게 없어보였다. 그만큼 농산물 유통·물류체계가 낙후돼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도매법인의 변화도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도매법인이 기득권을 내려놨을 때, 농산물 유통 선진화의 발판은 마련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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