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성수기 효과는 사라진지 오래다.” 어느 한 선사 관계자의 넋두리다. 호주항로는 전통적인 성수기 진입에도 불구, 지난달에 이어 평이한 시황 수준을 나타냈다. 늘어나는 선복량에 맞서 선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운임인상(GRI)을 시도하면서 정상 운임을 유지하고 있다. 선사들은 7월에 이어 8월1일에도 20피트컨테이너(TEU)당 300달러의 GRI를 시행했으나, 전달과 마찬가지로 약 50~100달러 정도만 인상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성수기에도 불구 물동량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선사 간 경쟁이 치열한 탓에 운임 회복 시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월1일에도 TEU당 300달러의 GRI가 예정돼 있지만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발 운임은 보합세를 띠었다. 부산발 호주행 운임은 TEU당 약 400~500달러, FEU당 약 450~1천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발 운임은 하락세를 보였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집계한 상하이-호주 멜버른항의 해상운임은 8월5일 367달러, 12일 343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400달러대에 비해 다소 하락하며 선사들의 채산성에 부담을 주었다.
물동량은 성수기 들어 오히려 감소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7월 한국과 호주를 오간 컨테이너 화물은 6843TEU를 기록했다. 동호주가 6242TEU, 서호주가 601TEU로, 6월보다 소폭 줄어들었다. 6월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동호주 6245TEU, 서호주 705TEU였다.
선사들은 “호주항로가 최근 몇 년 간 성수기 효과를 못보고 있지만, 한국발 수출 물량은 연중 고르다”고 전했다. 오히려 대형 선박으로 캐스케이딩(전환배치) 되면서 선대 사이즈가 커지는 이른바 ‘과잉공급’ 현상을 문제로 보고 있다. 선사들이 근 몇 년간 호주항로 물동량이 큰 변동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공급과잉에 대응한 항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추석 연휴에는 통상적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공장이 작업을 멈추는 탓에 약 한달 전부터 물량을 밀어내는 편이지만, 선사 관계자들은 그 효과가 최근에는 미미하다고 전했다. 다만, 10월 중국의 국경절을 앞두고 9월 말이 밀어내기 물량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9월이 소석률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밀어내기 물량 효과를 배경으로 운임인상 고삐를 끌어당길 법도 하지만, 선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국경절 즈음에도 운임인상이 잘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그렇더라도 1년 중에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임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선사들은 9월 추석과 10월 중국의 국경절 휴가에도 불구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보다 9월부터 ANL OOCL 코스코가 호주항로 얼라이언스 ‘A3’를 출범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시장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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