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창명해운이 노후선 정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창명해운은 올해 상반기에 1990년대에 지어진 총 6척의 케이프사이즈 선박을 처분했다. 이 가운데 5척은 폐선소로 향했고 10살이 채 안된 1척은 그리스 선주사에 팔렸다.
창명해운은 지난 3월 16만9000t급 <시트라이엄프>(C. Triumph)를 파키스탄 해체업자에 매각한 데 이어 4월에 16만5000t급 <시오아시스>(C. Oasis)와 14만9000t급 <시하머니>(C. Harmony)를 각각 인도에 팔았다.
선사가 법정관리 신청을 저울질하면서 한편으로 선박 해체를 결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격은 3월 처분한 선박이 640만달러, 4월 처분한 선박이 각각 614만달러 570만달러였다. 폐선할 때 선가의 단위가 되는 경배수톤(LDT)을 기준으로 각각 288달러 270달러 303달러다. 당시 폐선 시세는 LDT당 300달러로, <시하머니>호만이 비교적 제값을 받은 셈이다.
5월과 6월에도 각각 15만t급 <시폴라리스>(C. Polaris) 15만1000t급 <시퀸>(C. Queen)호가 폐선을 통보받았다. 두 선박은 LDT당 각각 320달러 279달러, 총 592만달러 546만달러의 가격으로 방글라데시 폐선업자에 팔렸다.
5월과 6월 폐선 평균가격이 각각 300달러 265달러였다는 점에 미뤄 두 선박 모두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폐선된 선박 중 <시트라이엄프>호는 1999년에 지어진 비교적 젊은 벌크선이다. 해운불황으로 선령 17년짜리 선박까지 폐선 명단에 올라오고 있는 실정. 이밖에 <시하머니>와 <시퀸>이 1994년, <시폴라리스>가 1995년, <시오아시스>가 1996년에 각각 지어졌다.
창명해운은 해운 불황이 장기화되자 선박 해체를 통한 자금 조달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2014년 10월에 15만8000t급 <시코세어>(C. Corsier, 1991년 건조)가 LDT당 500달러, 총 958만달러에 해체됐으며 지난해 8월과 10월엔 15만1000t급 <시로열>(C. Royal, 1996년 건조) 시서밋(C. Summit, 1995년 건조)호가 각각 LDT당 326달러 334달러, 총 586만달러 619만달러에 폐선소에 매각됐다.
창명해운은 이와는 별도로 법정관리 신청 한 달 전인 올해 3월 16만9200t급 <시위너>(C. Winner)호를 그리스 선주사인 트란스메드에 팔았다. 지난 2008년 대한조선에서 지어진 8살짜리 선박의 거래가격은 시세보다 380만달러 낮은 1100만달러였다. 현재 이 선박은 또다른 그리스 국적의 선주사인 스텔스마리타임(Stealth Maritime)에 소속돼 <타이거릴리>(Tigerlily)란 이름으로 운항 중이다.
이로써 창명해운의 사선대는 벌크선 17척 초대형유조선(VLCC) 1척 등 총 18척 194만t으로 재편됐다. 벌크선은 케이프 6척 103만6000t, 캄사르막스 2척 16만4000t, 파나막스 1척 7만1000t, 수프라막스 4척 22만8000t, 핸디막스 1척 4만5000t, 핸디사이즈 3척 9만9000t이다. VLCC는 22만9000t이다.
선대 평균 나이는 노후선을 집중적으로 정리한 결과 9년밖에 되지 않는다. 1995년에 지어진 케이프 선박 1척, 1996년에 지어진 파나막스와 핸디막스 각각 1척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박은 2007년 이후 지어졌다. 특히 2010년에 지어진 선박이 8척으로 가장 많다. 2009년과 2011년에 지어진 선박도 각각 3척과 2척씩 포진해 있다.
3년 새 9척의 선박을 처분했지만 매각대금으로 선박금융부채를 상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은 창명해운과 채권단의 큰 고민이다.
당장 3월 팔린 <시트라이엄프>의 선박금융 잔가는 지난해 말 기준 2674만달러였다. 금융부채의 4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선박이 매각된 셈이다. 아울러 1억달러에 건조된 <시위너>호의 중고선 매각대금은 신조선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창명해운이 3년간 선박을 팔아 거둬들인 수익은 미화 6220만달러, 우리 돈으로 710억원 정도다. 1조원이 넘는 부채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 불황으로 선가가 바닥까지 떨어진 데다 해체단가도 하향세를 띠고 있어 선사들이 배를 팔아 당초의 선박 도입 금융을 회수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수송계약을 갖고 있지 않은 창명해운은 회생절차 진행을 위해 선박매매를 통한 부채 상환에 힘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창명해운은 지난 4월11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같은 달 19일 개시명령을 내리는 한편 이경재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선사측은 이달 15일 회생계획안 제출을 앞두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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