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동안 비교적 잠잠하던 한중간 열차페리사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굴지의 기업이 한중열차페리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함에 따른 것이다. 한중간 FTA의 체결효과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라도 한중간 열차페리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연계된 비즈니스가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사실 한중 열차페리사업이 추진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물류산업과 제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물류시장이 유럽시장 등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는데 매우 유용한 환경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나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동서철도가 연결되는 경우 열차페리는 한중간 연결은 물론 한-러간 한-일간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 나아가는데 한 단계를 뛰어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동안 한중간 열차페리사업은 1998년 한중 철도협력회의에서 중국측의 제안으로 건교부, 철도청,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처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002년도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한중간 열차페리운항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건설교통부, 철도기술연구원과 한중열차페리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현실적 사업시행가능성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는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결론을 내고 사업을 중단했다. 한중열차페리사업은 전용부두와 철도역과 항만을 연결하는 인입선, 선박과 항만을 연결하는 페리터미널연결선(Link Span), 철도화물조작장, 철도조차장 등 기반시설이 필요하고 이러한 시설이 갖추어지는 경우 비용편익분석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모든 기반시설을 구비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실제로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2006년 중국내에서 옌타이-다렌 간 열차페리운항을 시작하면서 옌타이 부시장이 한국에 사업추진을 요청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방문단을 이끌고 열차페리 프로젝트를 시찰하기 위해 옌타이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2007년 옌타이시는 인천시와 한중 열차페리 프로젝트에 관한 회담각서를 체결하고 한나라당에서는 대선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평택시와 옌타이-평택 열차페리항로 개통에 관한 협력합의서를 체결했다. 2013년 해운전문가들이 한중열차페리의 물동량을 2020년 2096만t, 2030년 2762만t으로 전망하는 수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따른 물동량 증가세의 둔화현상과 해운시황의 급락 등으로 한중간 열차 페리 사업은 일부기업이나 전문가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여기에는 현재 한중간에는 14개의 카페리선사들이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한중 컨테이너항로의 운임이 급락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중간 열차페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한중열차페리를 이용하게 될 물동량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예측을 해야 한다. 과거 한국과 중국의 수출입물동량 추이를 조사하고 이 중 한중 컨테이너선 해운물동량과 한중 카페리해운물동량의 비율을 감안하고 이들과의 경쟁을 통해서 확보가 가능한 열차페리 수송수요를 산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열차페리 수송에 의해 새롭게 창출될 가능성이 있는 화물에 대한 추정도 필요하다. 열차페리를 블록트레인식으로 운영했을 경우 화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계약물량 등에 관한 전망치가 필요한 것이다. 한중간의 교역물동량을 초월하는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지역과 수출입물동량에 대한 열차페리 수요도 추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중페리 수요조사는 심층적인 현장조사나 기업의 조사를 통해서 계량화된 방법으로 추정되었다기보다는 이러한 정밀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추정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두 번째로는 열차페리운영과 관련해 구비돼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 검토돼야 한다. 이러한 기본시설로는 부두시설, 철도시설, 열차페리선형 등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부두시설의 경우 선석과 페리터미널 연결선(Link Span), 부두내 도로, 화물장치장, 화차장치장, 하역장비 보관시설, 인입선로, 기타선로 등이 확보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선석과 부두를 연결해주는 페리터미널 연결선이 중요하다. 이는 일종의 램프(ramp)로서 대형용량과 중량을 지니고 있어 선박에 설치하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부두에 설치하게 된다. 이에 대한 상당한 기술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철도시설의 경우 항만으로 진입하기 위한 접근로와 조차장, 인입선이 필요하며 항만 내에서의 열차페리터미널과 페리터미널 연결선이 필요하다. 특히 조차장과 관련해 선박의 용량대비 해 7개 정도의 선로가 필요하게 된다. 항만 내 인입선의 경우도 조차장에서 열차페리터미널로 진입을 위한 선로이기에 복선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가능하면 짧아야 한다. 열차페리 전용 선박도 중요하다. 이는 열차, 차량, 여객을 동시에 수용하는 화객선형이어야 하는데 그 크기가 매우 중요하다. 선형의 크기는 철도 조차장, 접근로, 인입선 등을 감안하고 인천항과 평택항 등 우리나라 열차페리 대상항만들의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열차페리와 관련한 국가적인 기본계획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는 한중열차페리에 국한해 생각하다보니 국가 장기적 차원의 열차페리계획이 아닌 단견적인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한중열차페리를 인천항의 경우는 평택항에서 본격적으로 운영할 경우를 대비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개념을 수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현상과 한중 FTA체결 그리고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글로벌생산, 글로벌 아웃소싱, 글로벌 판매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한국과 중국, 유라시아와의 교역과 물동량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 옌타이로 이어지는 한중페리가 더중옌(德龍煙)을 거쳐 중국철도를 타고 유럽, 아시아로 연결되는 경우 해상운송에 비해 1만1000km, 8일의 운송일수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한중간의 수출입물동량뿐만 아니라 중동, 유럽으로 이어지는 교역물동량까지 그 대상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부품생산과 중국으로의 상품공급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밸류 체인(Global Value Chain)이 형성되는 경우 항공운송비의 20%로 수송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일본과 러시아 등과의 열차페리 운항이 가시화되는 경우 우리나라의 열차페리 운항은 새로운 운송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 열차페리 운항 시스템에 관한 국가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인 물동량 추정과 열차페리항만 및 터미널의 수요예측, 열차페리항만 및 터미널의 전국적인 배치계획, 국내철도망 구축계획 및 중장기철도연계계획 등이 동시에 수립돼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인천항, 평택항, 군산항, 목포항, 광양항 등을 대상으로 한중간의 열차페리시스템을 중심으로 대상항만의 선정 작업에 들어가되 중장기적으로 부산항, 동해항, 울산항, 포항항 등 전국적인 무역항을 대상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다롄-옌타이 간 열차페리운항과 관련한 문제점들인 설계기술미숙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20간의 운행중단문제, 복잡한 규정과 제도문제 등을 연구해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다롄-옌타이 간 해저터널 건설과 관련한 환경변화와 한중간 해저터널 개발 등 초장기적인 환경변화도 감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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