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9 16:18

기획/ 해운얼라이언스서 ‘왕따’ 된 한진·현대···부산항 ‘나 떨고 있니’

프랑스 중국 대만 홍콩 선사 오션 얼라이언스 결성
부산항, 글로벌 선사 물동량 유치 빨간불

정기선업계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메가 얼라이언스 결성과 끝나지 않은 선사들 간의 합병,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국적선사들의 위기 등 뜨거운 감자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 이슈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정기선업계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프랑스 선사 CMA CGM과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이 동서항로에서 ‘오션’ 얼라이언스를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CMA CGM의 싱가포르선사 APL 인수와 중국 양대국적선사인 코스코, 차이나쉬핑의 합병은 기존 얼라이언스(전략적제휴그룹)에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점쳐졌지만 올 초 이들 4개 선사들이 뭉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전까지 얼라이언스 구성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졌다.

이들 4개 선사는 4월21일 ‘오션’ 얼라이언스를 맺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아시아-유럽/지중해, 아시아-홍해, 아시아-북미 그리고 대서양항로에서 공동운항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션얼라이언스는 관계 당국의 승인을 받고 내년 4월부터 공동운항에 들어갈 예정으로 공동운항기간은 5년이다.

오션얼라이언스, 亞-유럽 점유율 30% 육박

오션얼라이언스가 출범하면 아시아 유럽항로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2M얼라이언스에 맞서게 된다. 새로운 얼라이언스의 탄생은 정기선업계 4개의 기존 얼라이언스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다른 얼라이언스에 있는 선사들이 합병과 신규 얼라이언스로 기존의 머스크와 MSC의 ‘2M’, 한진해운 코스코 케이라인 양밍 에버그린의 ‘CKYHE’, 현대상선 APL MOL 하파그로이드 NYK OOCL의 ‘G6’, CSCL CMA-CGM UASC가 결성한 ‘오션3’ 등 4개의 얼라이언스는 대대적인 새판 짜기에 나서게 됐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에 따르면 4월 2M의 아시아-유럽항로 시장점유율은 36%, CKYHE는 25%, 오션3와 G6는 각각 19%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북미에서는 CKYHE가 30%, G6가 26%, 2M이 23%, 오션3가 15%의 비중을 갖고 있다.

내년 오션얼라이언스가 출범되면 초기에 아시아-북유럽/북미 노선에 집중하며 아시아-유럽항로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2M과 겨루게 된다. 오션은 아시아-북유럽에서 2M보다 5%포인트 낮은 31%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하파그로이드·UASC, 컨 부문 합병 논의

4월22일 독일선사 하파그로이드는 범아랍선사 UASC와 합병을 두고 논의 중이라고 증권거래소에 공지했다. 정기선업계는 메가 얼라이언스 ‘오션’ 결성 소식이 들려온 지 하루 만에 선사들 간의 통합설이 흘러나오면서 혼란에 빠졌다. 하파그로이드는 “UASC와 컨테이너 운송 통합을 두고 사업 협력 형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두 선사 간의 논의에서 통합에 대한 그 어떤 합의 결과는 없다”고 밝혔다.

하파그로이드와 UASC가 합병될 경우 아시아-북유럽 시장점유율은 7.6%에 이르고, 태평양항로는 6.5%에 이른다. 하파그로이드는 1만8천TEU급 초대형컨테이너 선박에 더욱 다가서게 된다. UASC는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을 일찍부터 발주한 선사지만 원양항로에는 입지를 다지지 못해 다른 선사와의 파트너십 없이 선복을 가득 채우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인텔 마리타임은 “두 선사의 통합은 네트워크와 선박 운영 관점에서 완벽하다”며 “하파그로이드의 초대형컨테이너선 부족이라는 약점을 UASC가 메울 수 있고, UASC는 초대형 선박의 효용성을 높일 원양항로 노선과 우량 고객층의 접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점점 몸집 키워 떼로 움직이는 선사들

하파그로이드와 UASC의 통합 논의로 정기선사들 간의 합병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업계는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지난 10년간 정기선업계에는 상위권 선사들을 주축으로 끊임없이 통합이 진행돼왔지만 단기간 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 적은 처음이다.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2005년 P&O 네들로이드를 인수하고 하파그로이드가 CP쉽스를 흡수한 이후 정기선업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2014년 하파그로이드는 칠레선사 콤파냐 수드 아메리카나 데 바포레스(CSAV)의 컨테이너선 부문을, 함부르크수드도 중남미선사 CSAV를 각각 인수하며 일부 운영선대 합리화를 꾀했다. 이후 지난해 중국선사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이 정부주도로 합병에 나섰고 CMA CGM이 APL을 인수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한두 개의 선사들이 맺던 얼라이언스는 점점 규모를 키웠다. 2개의 작은 전략적제휴그룹이던 ‘그랜드’와 ‘뉴월드’가 합쳐져 G6를 결성했고, 중국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해 불발로 그쳤던 머스크와 MSC, CMA CGM의 거대 얼라이언스인 ‘P3네트워크’도 있었다. 결국 머스크와 MSC가 차선책으로 2M을 맺었고, CMA CGM은 UASC, 차이나쉬핑과 오션3를 결성했다. 여기에 합류하지 못한 에버그린은 CKYHE얼라이언스에 참여했다.

하파그로이드와 UASC 두 선사는 얼라이언스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하파그로이드가 속한 G6에서 OOCL이 떠나기로 결정했고, APL도 CMA CGM에 흡수되면서 빠지게 된다. UASC도 현재 참여하고 있는 ‘오션3’ 얼라이언스에서 CMA CGM과 코스코가 빠지게 되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나나?

두 선사 외에 G6, CKYHE 얼라이언스에 속해있는 나머지 선사들도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찾기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케이라인은 선대규모가 비슷한 선사를 찾아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현재 케이라인은 1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급선박 5척을 2018년에 인도받을 예정이다. 국적선사들도 새로운 얼라이언스 재편을 두고 선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드류리는 아시아-북유럽과 아시아 북미 노선의 잠재적인 얼라이언스 출범에 대한 4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4개의 얼라이언스로 2016년을 시작했지만 선사들간 합병으로 2017년 중반 이후 오직 3개의 얼라이언스만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다. 

우선, 2M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M은 관계당국이 승인할 수 있는 선복의 한계치에 근접해 있으며, 두 선사가 더 이상 규모가 커지는 것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2M은 현재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드류리는 “2M이 유럽선사 인수를 고려 중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아마 작은 파트너일 가능성이 높고, 일부 항로에 대해서 선복공유(VSA)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17년 이후 얼라이언스 재편의 첫 번째 시나리오는 2M과 오션얼라이언스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8개 선사가 뭉쳐 세 번째 얼라이언스를 결성하는 것이다. 8개 선사가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게 되면 아시아-북유럽에서 32.8%의 점유율을, 아시아-북미항로에서 35.2%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북유럽에서는 2M과 오션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을 넘어설 순 없지만, 북미항로에서는 오션얼라이언스와 맞먹는 점유율을 갖게 돼 시장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선사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현재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있어 선사들이 통합에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MOL, NYK, 케이라인 등 일본 3사가 함께하거나 컨테이너 부문 통합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8개 선사가 모두 하나의 얼라이언스로 뭉치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드류리는 얼라이언스 재편 시나리오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을 아예 배제한 시나리오도 내놨다. 얼라이언스 시장이 재편에서 재무위기에 처한 국적선사들이 설 자리가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상선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선사들이 얼라이언스를 구성 할 경우 아시아-유럽  시장점유율은 28.5%, 북미는 32.1%가 된다. 유럽항로에서는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하지만 북미항로에서는 여전히 2M을 앞서게 된다.

G6의 NYK와 MOL, CKYHE의 한진해운과 양밍 케이라인이 뭉쳐 얼라이언스를 구성할 경우에는 아시아-유럽 시장점유율은 20.7%, 북미항로는 25.6%로 2M과 CKYHE의 시장점유율에 한참을 못 미치는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로이즈리스트는 “새로운 얼라이언스 탄생으로 G6가 G4가 될 지 CKYHE와 협력할지는 지켜봐야한다”며 “한국의 한진해운 현대상선 두 선사의 향방은 미지수지만, 두 선사는 합병을 택하거나 원양항로 시장에서 제외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얼라이언스 따라 부산신항 터미널 변동

국적선사들이 얼라이언스에서 소외될 경우 네트워크와 선복확보 등을 감안할 때 동서항로에서 독자적인 운항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국적선사가 주력 항로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면 개별 선사 운영뿐 아니라 항만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차지하는 물량 비중이 큰 부산 신항의 현대부산신항만(HPNT)과 한진해운신항만(HJNC)터미널은 그동안 G6와 CKYHE가 수송하는 환적물량을 대거 처리해왔으나 국적선사들이 얼라이언스 재편과정에서 도태될 경우 덩달아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신항에는 얼라이언스별로 이용터미널이 구분돼있지 않지만 주로 2M은 신항 PNC(부산신항만)부두에 기항하고 있으며 오션3는 BNCT(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 G6는 HPNT, CKYHE는 HJNC부두에 기항하고 있다.

얼라이언스가 재편되면 주력선사가 이끄는 대로 터미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얼라이언스에서 제외된다면 환적화물은 옆 터미널이 아닌 일본이나 홍콩 등 경쟁항만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PNC, BNCT 등 신항의 다른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얼라이언스 재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상선에 이어 이번엔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재무위기가 정기선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진해운마저 같은 길을 걷게 됐다. 한진해운은 4월25일 재무구조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국적선사의 명운이 모두 정부의 손에 맡겨지면서 해운업계는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경쟁 심화와 사업경쟁력 약화로 2015년 4분기 연결기준 19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으며, 2016년 들어서도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또한 최근까지 진행된 자구노력 및 계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한 유동성 대응 능력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신용평가사들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에 일제히 회사채 신용등급을 끌어내렸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은 2013년부터 한진해운의 구원투수로 나서 약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해 왔지만 결국 회사를 살리기 위해 경영권을 내놓게 됐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의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한진해운의 자구안 핵심도 용선료 협상으로 보고 있다. 운임은 2010년 대비 3분의 1로 폭락했지만 용선료는 2008년 이전에 맺은 장기계약으로 현 시세보다 5배 이상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2015년 기준, 1조1469억원으로 용선료로 지급했다.

한진·현대 합병 ‘시기상조’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자마자 업계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설이 불거졌다. 작년 중국 양대 선사의 합병발표에 우리나라 선사들도 합병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정부발로 나왔지만 합병 시너지가 없다는 판단으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선사 모두 칼을 갈던 정부의 관리 아래 대대적인 수술대에 올라서게 됐다. 정부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합병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지만 자구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합병으로 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현대상선과 같은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대상선에 요구했던 용선료 협상·사채권자 채무조정·자율협약 채권자 채무조정 등 3단계 과정을 한진해운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월26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기업 구조조정 관련 브리핑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2026년까지 시세보다 4~5배 많은 용선료를 주게 돼 있어 지불해야 할 금액이 5조원이 넘는다”며 “해운업계 구조조정의 핵심은 용선료 협상이며 협상이 안 되면 이후 과정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주들에게 최종 제안서를 이달 중 통보할 예정으로 의견을 내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해 후속조치에 들어갈 예정으로 용선료 조정이 안 되면 채권단이 선택할 옵션은 법정관리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속한 G6 회원사에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잔류를 요청하는 협조요청공문(컴포트레터)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정상화와 얼라이언스 잔류를 위해 관계기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금융위원장은 “컨테이너선 위주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얼라이언스에 잔류하는 것이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라고 밝혔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두 국적선사의 씁쓸한 행보는 해운업계의 불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화는 필요하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 선제적인 대응이 있었더라면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 8위와 15위의 선사가 뒷걸음질이 아닌 도약을 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경쟁선사들이 합병과 메가 얼라이언스 결성으로 규모를 키워나갈 때 오히려 해운강국 한국의  두 국적선사는 벼랑끝에 내몰리며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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