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류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는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본지는 여러 차례 쿠팡의 로켓배송을 심도 깊게 다뤘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됐던 취재가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그쳤고, 이 때문에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한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가 부족했다. 본지는 인천재능대학교 유통물류학과 학생들과 함께 <쿠팡 로켓배송, 정말 혁신인가?>를 주제로 각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김종갑 학과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학과 재학생인 이재동 이동준 김석민 전보연 민건홍 이현석 학생이 참여했다
쿠팡의 ‘원샷원킬’ 전략
김종갑 교수 쿠팡이 유통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자체배송에 나서며 ‘원샷원킬’ 개념으로 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다수의 택배업체가 경쟁하던 구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여러분은 쿠팡의 자체배송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보자.
이재동 쿠팡이 기존 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지만, 결국 다른 업체들도 쿠팡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을 벌일 것이다. 경쟁구도가 치열해지면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관련업계 발전에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동준 쿠팡의 배송사원은 기존 택배기사에 비해 급여 및 복지혜택이 좋다. 또 기존 택배시스템과 달리, 선진적이고 획기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택배산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택배기업들은 과당경쟁으로 ‘제 살 깎기 식’ 경쟁을 벌여왔다. 쿠팡의 자체배송은 택배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영세한 택배업체는 소멸 되거나 시스템을 개선해 선진적으로 바뀔 수 있다.
김석민 물류가 이렇게 대두되는 이유는 그만큼 산업의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다. 물류는 사람의 ‘혈액순환’과 같다. 물류를 통해 세계경제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쿠팡맨의 도전은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나아가 물류서비스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건홍 저는 이동준 학생의 의견에 동의한다. 쿠팡의 서비스가 선진적이고 획기적이라고 본다. 다만 택배 물동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허가된 영업용 차량은 제한돼 있다. 정부가 영업용 차량을 늘려, 쿠팡과 기존 택배업체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편일 것 같다.
전보연 지난해 택배기업에서 인턴십을 했다. 거기서 고객 클레임 관리를 했는데 지연배송, 분실 등에 따른 불만이 많았다. 결국 고객위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쿠팡이 시도한 고객위주의 새로운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시발점으로 다른 기업들도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또 청년취업률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쿠팡·물류협회 갈등, 해법은
김종갑 교수 지금 택배기업들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적용받아 영업용 차량으로 배송에 나서고 있다. 반면 쿠팡은 이 법을 적용받지 않고, 자체인력을 통해 비영업용 차량으로 자체배송에 나서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현재 쿠팡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갈등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하다.
이동준 마켓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있다. 온라인은 제품 가격이 저렴하다. 다만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배송시간’이라는 갭이 있다. 그런데 배송시간이 단축된다면 경쟁력이 생기고, 이에 따른 편익이 크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각 기업이 모여, 집단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쿠팡을 상대로 법적인 소송이나 비난만할 게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쿠팡이라는 수요가 생겨 폭발적인 공급이 생겨났다. 그것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했다.
민건홍 앞서 언급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택배 물동량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영업용 화물차량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쿠팡이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자체배송에 나선 것이다. 영업용 차량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석민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PB제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쿠팡에서도 중소기업들의 택배영역을 흡수해서 상생할 수 있는 경제가 됐으면 한다.
사회적 편익 고려돼야
김종갑 교수 쿠팡이 자체배송을 도입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어느 쪽의 편익이 크다고 생각하나?
이재동 쿠팡의 규모가 커지면 청년층의 일자리는 더 증가하고, 중장년층 택배기사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택배기업의 편익은 감소할 가능성이 많다. 그럼에도 이제는 청년들을 위해 쿠팡의 규모가 커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쿠팡의 사회적 편익이 더 크다고 본다.
전보연 저는 조금 갈팡질팡한다. 쿠팡의 새로운 혁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편익도 중요한 것 같다. 쿠팡 시스템이 예전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됐다고 생각한다면, 기존 택배기업들이 쌓아온 시스템도 평가되어야 한다. 그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혁신도 없다.
이현석 쿠팡이 추진하는 사회적 편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 지입제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김종갑 교수 그동안 우리는 독과점 체제에 의한 규모의 경제 현상은 자주 목격을 해왔다. 승자독식을 통해 소수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 게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골목상권과 대형마트가 겪는 갈등과 비슷하다. 골목상권에 대형마트가 진출하는 것, 과연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할까?
이동준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김종갑 교수 그렇지. 소비자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이재동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골목상권에 진출한 대형마트가 격주로 휴무를 하는 등 공생관계를 찾아가고 있다. 쿠팡과 택배기업들도 공생관계로 가는 게 최고의 방법인 것 같다.
김종갑 교수 좋지. 그런 방법을 찾는다면 가장 좋다. 현재의 지입제 택배기사들과 쿠팡의 시스템이 다 살 수 있으면 좋은데, 불행하게도 하나의 파이를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지기 때문에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택배는 휴무제가 불가능하다.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으면 아름다울 것이다. 그것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현석 쿠팡이 진출하기 전부터 이미 대형유통업체들이 존재했다. 쿠팡은 고객의 서비스를 향상시키려는 전략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김종갑 교수 신자유주의체제에서 IT기업이나 정보통신 이후에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해버리는 체제로 바뀌었다. 쿠팡도 그런 방식으로 가고 있다. 기존의 산업구조를 흔들고 있다.
이동준 사업분야를 세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양측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택배시장을 세분화해 쿠팡과 기존 택배기업들이 취급할 수 있는 품목을 나눠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싶다.
김종갑 교수 의미가 있는 아이디어다. 어떻게 구분해보면 좋을까?
이동준 거기까지는 아직 고민해보지 않았다(웃음).
김종갑 교수 시장분할이 가능하다면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가령 상품의 종류로 분할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온라인 쇼핑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왼쪽부터) 이재동, 민건홍, 이동준 학생
▲(왼쪽부터) 김석민, 전보연 학생
혁신은 무엇인가
김종갑 교수 사실 쿠팡은 기존 전통적인 산업과 혁신기업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분은 기존 산업에 대적하는 ‘혁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동준 혁신이 없다면 개선이 없다. 쿠팡도 있지만, 카메라 시장이 문득 떠오른다. 과거에는 필름카메라를 썼다. 현상하는데 매우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굉장히 편리해졌다. 이 때문에 후지, 코닥 등 필름업체는 하락의 길을 걸었다. 기업이나 해당개인은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건홍 한 기업이 독점을 하면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온다. 기업이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이 생겨나면 돌풍을 일으키고, 시장자체가 혁신주의로 변화된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이재동 혁신을 통해 국가가 발전하는 것도 좋다. 끊임없이 발전을 생각하고 혁신을 고민할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국가적인 제도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이 이뤄지면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벌어진다.
이현석 저도 이동준 학생과 같은 입장이다. 혁신이 없는 기업은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을 갖고 풀어나가야 한다.
전보연 같은 생각이다. 도전은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석민 새로운 도전도 좋지만, 손실을 생각했을 때, 다른 회사들이 시대에 발맞춰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완급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김종갑 교수 오늘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이 다들 20대여서 그런지 기업의 혁신과 변화에 우호적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참여했으면 어떤 의견을 냈을지 궁금하다(웃음). 사실 국가가 해야 할 부분에 대한 배려가 생략된 개인들 간의 생존을 위한 갈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보장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면, 일례로 40대 이후 가장들이 실직을 하면 새로운 직장을 잡을 수 있고, 가정이 붕괴되지 않게끔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다면 이러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그래서 어떠한 논쟁이 일어나면 극단적인 대립의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 상황을 좁혀서보면 쿠팡과 통합물류협회의 싸움이 맞다. 그런데 넓은 의미에서 보면 국가시스템도 싸움의 원인이 되고 싸움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결국 양자(쿠팡과 택배기업)를 동시에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 문제의 답을 찾기 힘들다. 어느 한쪽이 완승을 한 뒤의 후유증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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