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벌크선 전문 해운기업 삼선로직스의 회생가치가 청산가치보다 175억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3별관 1호 법정에서 열린 삼선로직스 제1회 관계인집회에서 조사위원을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삼선로직스의 계속기업가치를 875억원, 청산가치를 700억원으로 산출했다.
계속기업가치나 청산가치 모두 예상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계속기업가치는 향후 10년간 현금흐름 560억원, 잔존가치 11억원, 비영업용자산 청산가치 304억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조사위원 측은 삼선로직스가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간 200억~500억원의 이익을 내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매년 8억원에서 6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것으로 판단했다.
삼선로직스는 부정기해운과 무역업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해운부문에선 자사선 6척과 용선 5척을 운용 중이다. 무역업은 세아창원특수강의 수출상사로 특수강 완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 철강사로부터 특수강 제품을 공급받아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또 몰리브데늄과 비철금속을 중국 등에서 수입해 국내 제강사에 공급한다.
8월3일 조사기준일 현재 자산총계 1481억원, 부채총계 4653억원, 순자산가액 -3171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관리인으로 선임된 허현철 전 대표이사는 제 2차 회생절차 신청은 해운 불황과 장기용선료 미지급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용선료 미지급이 법정관리 원인
허 관리인은 우선 1차 회생절차에서 인가 받은 계획안은 해운경기 예측을 벌크선 운임지수(BDI) 2000포인트대 중반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 최근 몇 년간 BDI가 1000포인트 아래에 머물면서 변제자원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대한해운으로부터 <아쿠아디바>(Aquadiva)호를 10년간 일일용선료 3만3500달러에 장기용선한 것도 큰 타격을 줬다. 2012년 3월28일 선박을 인도받았으나 용선료를 지급하지 못해 몇 달밖에 운항하지 못하고 같은 해 11월8일 계약해지 당했다.
대한해운은 영국중재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삼선로직스에 689억원을 청구했으며 삼선로직스는 지난해 재무제표에 이 금액을 손실로 계상했다. 영국중재법원은 올해 7월30일 삼선로직스에 5742만달러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허 관리인은 삼선로직스가 8월3일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 경영정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등의 장기계약 선박 유지에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보다 높은 가격으로 용선한 선박은 계약을 해지했다는 설명이다.
또 비영업용 부동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7개 관계회사 중 해운 연관 기업을 제외한 자회사 매각을 통해 기업회생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삼선로직스는 신고된 채권 중 회생담보권은 104억, 회생채권은 2957억원을 시인했다. 회생담보권은 5건 584억원이 신고됐으며 부인한 480억원 중 444억원은 회생채권으로 시인했다. 회생채권은 447건 5211억원이 신고돼 2254억원은 부인됐다. 조세채권은 6건 1억6000만원이다.
삼선로직스는 회생담보권 중 소유권이전부나용선(BBCHP) 계약 선박인 <레지나>(Regina) <테소로>(Tesoro)호는 반선했으며 금융을 제공한 신한은행엔 남은 BBCHP 차입금에 대해 매각후용선(Sales and Leaseback)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프리티프로스페리티>(Pretty Prosperity)호를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 선박의 평가금액은 51억원이다.
추가로 신고된 회생채권은 10건 315억원이며 이중 310억원은 이미 신고된 회생채권으로 파악됐다고 관리인은 말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조사보고에서 삼선로직스 경영진의 중대한 책임으로 회생절차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지 않으며 손해배상책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의견을 냈다. 다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만큼 주주 의결권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남동발전 운임채권을 동아탱커에 양도한 계약과 자회사인 바로코사 유상증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부인권에 해당하는지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선로직스는 2010년 7월 남동발전과 2032년 7월까지 일일운임 2만1000~2만2000달러 등의 조건으로 호주 애벗포인트에서 한국 영흥까지 유연탄을 운송하는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선사측은 장기계약을 수행하기 위해 중국 조선소인 장쑤둥팡중공(江蘇東方重工, JEHI)과 케이프사이즈 선박 신조 계약을 체결했으며 선박이 완공될 때까지 동아탱커로부터 용선한 <동아에라토>(Dong-A Erato)호를 투입해 운송계약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올해 3월 중국 조선소의 선박 신조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삼선로직스는 동아탱커와 체결한 계약을 변경해 기존 운항선박을 일일 2만500달러에 남동발전 계약 종료일까지 장기용선키로 했다. 변경된 계약서엔 용선료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남동발전으로부터 받을 운임 중 용선료 상당액을 동아탱커에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정 채권자에게 수익이 우선 이전된다는 점에서 불공정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회생절차 개시 신청 전날인 7월2일 관계회사인 ㈜바로코사에 4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 점도 논란거리다. 삼선로직스는 바로코사에 40억원을 빌려준 한덕철광으로부터 같은 금액을 중간 배당받은 뒤 즉시 바로코사에 대여했으며 주식납입대금으로 상계하기로 했다. 바로코사는 이 자금을 한덕철광에 상환했다.
“특수관계인 감자, 조기 변제” 요구
지난 9월10일 선임된 오병석 구조조정담당임원(CRO)도 발언 시간을 갖고 “채권자와 채무자간 중재역할을 수행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의 원칙하에 맡은 임무를 완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CRO는 DIP(Debtor in Possession) 제도에 따라 법정 관리인이 된 기존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날 최대 채권자 중 하나인 대한해운은 “두 차례 회생절차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특수이해관계인에 대한 엄중한 감자가 진행돼야 하며 이를 회생계획안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또 1차 회생절차에서 대부분의 채권을 변제 받지 못한 점을 들어 2차 회생절차에선 조기 변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해운은 삼선로직스의 1차 회생절차 당시 780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중 34%를 10년간 현금 변제받기로 했지만 1차년도에 26억원만을 돌려받은 뒤 나머지 240여억원은 받지 못했다. 1,2차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대한해운의 채권금액은 총 950억원으로 늘어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4파산부 윤준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회생계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다시 회생절차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파산이 맞을 수도 있다”면서도 “회생이 채권자 이익과 고용문제에 부합하기에 자금수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효적으로 변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감자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관리인에게 회사 회생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삼선로직스는 오는 12월21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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