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은 지난 16일 인천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물류의 돈맥을 찾아라!’를 세미나를 개최했다.
올해로 개원 11년을 맞은 동북아물류대학원은 매년 다양한 주제를 통해 물류관련 세미나를 열고 있다. 올해는 물류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물류의 돈맥’을 주제로 잡았다.
여기태 원장은 “요즘 물류기업들이 다들 어렵다. 오늘 세미나를 통해 기업들이 새롭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트라세카 루트’ 통해 물류비 감축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영진GLS 송인석 대표는 ‘유라시아와 코카서스 지역 물류네트워크를 활용한 복합물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유라시아와 트라세카(International Transport Corridor Europe-Caucasus-Asia ‘TRACECA’)에 발표의 주안점을 뒀다.
송 대표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TSR, TCR, TMGR, TMR 노선을 활용해야 한다”며 “북한의 동의를 이끌어내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정회원 가입이돼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이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OSJD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비롯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철도협력기구다. 올해 6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43차 OSJD 장관회의에서 한국의 가입안이 의제로 논의됐으나, 북한의 반대로 가입이 무산됐다.
한편 송 대표가 강조한 트라세카 루트는 13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흑해 주변국가인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이 주요 회원국이다. 트라세카 루트는 포티항(Poti Port)-트빌리시(TBILISH)-악스타파(AKSTAFA)-바쿠항(BAKU Port)-악타우항(Aktau Port) 또는 투르크멘바시항(Turkmanbasi Port)으로 연결된다.
송인석 대표는 “유럽에서 중앙아시아로 운송되는 화물에 대해 트라세카 루트를 이용하면 물류비 절감 및 운송경로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며 “흑해지역은 피더링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으나, 국내 복합운송기업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송 대표는 무역과 물류의 병행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화물인도 지연요인을 제거하고, 자재구매 및 조달 이익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즉 매입에서 운송, 조립과 완성까지 물류기업의 영역을 확대한 셈이다. 영진GLS는 조달물류를 통해 매출과 이익률을 모두 높였으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바운드 물류에 관심 가져야”
글로벌 로지테크 김영삼 대표는 국내 제조기업의 생산 자재물류 경쟁력 향상 방안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은 무한경쟁의 시대에 진입했고, IT융합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수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이제 앞으로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또 “과거에는 부분 최적화였으나, 이제는 SCM 최적화 단계다. 물류의 흐름 최적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내 SCM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전돼 왔고, 중소‧중견기업은 이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영삼 대표는 특히 인바운드 물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글로벌 체계의 자재공급실현을 위해 통합 물류의 최적화, 프로세스의 통합, 생산관리 연계 시스템 구축, 불확실성의 수요에 대한 생산체계 구축 등을 강조했다.
또 기업 내 생산 자재물류의 문제점으로 ▲기업내에서 자재물류의 과소평가 ▲기업간 정보 불신 및 협력 부재로 인바운드 물류비용 상승 ▲생산자재 물류가 핵심적 물류 개념 희박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과학적 기업 물류 취약 ▲회사의 폐쇄성으로 인한 인바운드 물류 3PL의 비활성화 ▲인바운드 물류가 제조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 인식 결여 ▲시스템 개선의 역량 부족 ▲사내물류의 개선 성과측정 시스템의 개발 미흡 ▲SCM체계의 사내자재물류가 관련부서의 리딩 역할 부족 ▲사내물류부서의 전문 인력 부족 및 체계적 양성의 미흡을 꼽았다.
김영삼 대표는 “제조기업의 생산 자재물류는 SCM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오늘날 제조기업의 새로운 물류 패러다임에 속하는 경쟁력의 연구과제다”며 “물류 전문가들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 설정에 맞는 기본적인 프로세스 및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해 적용하고 실행하는 인바운드 물류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내물류 전체를 전문 물류기업에 맡겨, 기업물류전반의 컨트롤 타워의 역할과 물류비를 절감해 제조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피SCM이 답이다
천마물류 김필립 대표는 ‘공급사슬관리 개념의 적용을 통한 커피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를 통해 물류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을 주문했다.
2013년 세계 커피시장 규모는 약 2000조원이다. 이 가운데 세계 최대 커피 소비시장인 미국 시장규모는 520조원으로 전세계 커피 시장의 25%를 차지한다. 중국시장은 약 12조원으로 0.6%에 불과하며, 중국의 전통적인 ‘차 문화’가 ‘커피 문화’로 전환하는 단계다. 성숙단계 도달 시 시장규모는 최대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김필립 대표는 커피시장의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SCM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커피산업 및 커피물류 현황분석과 커피SCM 전략수립 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연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선진국과 글로벌 자본가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과 틈새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 커피시장은 스위스의 ‘ECOM’, 독일의 ‘노이만’, ‘볼카페’ 등 3~4개 업체가 70~80%의 물량을 움직이는 구조다. 김 대표는 “커피산업의 SCM을 보면서 치고 들어갈 공간을 봤다. 저는 커피 물류회사가 되고 싶었다”며 “커피는 5~15도 사이의 정온창고에서 보관되지만, 비용은 냉동창고 수준의 높은 비용을 받고, 물류센터 보관면적이 적어도 저장할 수 있는 양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커피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한국이 커피산업의 거점으로 세계 커피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커피SCM전략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無’ 패키징 전략 필요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유한킴벌리 정성태 수석부장은 ‘신유통 체계상의 패키징 물류와 이슈’를 설명했다.
정성태 수석부장은 “최근 물류는 파렛트를 활용한 일관운송체계로 변화되고 있으며, 포장용기의 적재율과 타 수송수단과의 정합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며 “패키징에 대한 상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대형마트 매장에서 사용되는 진열선반의 크기가 각기 다르고, 심지어 같은 업체의 지점들조차 선반의 규격이 다르다. 일관된 체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정 수석부장은 제조업체가 RRP(Retail Ready Packaging)로 납품한 패키지 그대로 진열해 판매하는 방식 또한 물류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통기업의 요구에 따라 RRP를 충족하는 신규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곧 비용을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각 유통기업에서 요구하는 파렛트의 종류 역시 상이하다. 가령 이마트트레이더스에 납품을 하기 위해서는 이마트트레이더스 로고가 적힌 파렛트를 반드시 이용해야하고, 빅마켓이나 코스트코 역시 각사가 요구하는 사항이 상이하다. 이 때문에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물류효율성이나 적재율이 크게 떨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유통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증진을 위해 이러한 비용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셈이다.
정성태 수석부장은 “골판지 박스를 줄이는 것만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적재율을 높일 수 있다. SCM과 친환경을 고려한 무패키징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파렛트 통합은 어려운 문제다.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필요하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앞서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은 영진GLS, 천마물류, ESRI(ARC INFO GIS)와 산업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인력교류 및 공동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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