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러항로는 8월 들어 휴가시즌까지 겹치면서 냉랭한 분위기다.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러시아 경기에 한러 취항 선사들의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평년 수준의 50%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시기상 성수기에 속하는 7월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 물동량은 주당 3000TEU(20피트컨테이너) 수준에 머물렀다. 8월 중순 현재 한러항로는 월초 휴가시즌의 영향으로 다소 물동량이 주춤하며 전월보다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 작년 이맘때 주당 6천TEU를 처리하던 한러항로는 현재 반 토막 수준을 처리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워낙 물량이 많이 줄어 휴가시즌이라고해서 크게 물량이 빠진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며 “소석률이 낮아 선박을 빼야하는 상황이지만 러시아에서 벙커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스케줄대로 운항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한러항로는 5~6월 물동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10~12월초 고점을 찍는다. 다른 항로와 달리 한러항로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율리우스력으로 계산해 12월25일이 아닌 1월7일로 지키기 때문에 11월말부터 12월에 최고점을 찍고 1월부터 비수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예년 수준의 성수기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산업생산 및 수요 감소로 2분기 경제 침체는 더욱 심화됐다. 러시아의 수요 둔화는 한국의 자동차, 선박, 무선통신기기 수출에 큰 타격을 미치고 있으며 지속되는 저유가 현상으로 가스,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작년 9월 배럴당 95달러에서 7월 배럴당 48.45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러시아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침체 속도는 올 연말부터 서서히 둔화될 수 있으며, 특히 2016년 유가가 안정된다면 경제 또한 안정권에 머물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한편, 물동량 감소가 지속되면서 운임변화가 없던 한러항로는 출혈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몇 개월째 배에 실을 화물이 없자 선사들은 운임을 대폭 줄이면서까지 화물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불과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러항로 운임은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한국-블라디보스토크는 TEU당 725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00달러, 한국-보스토치니는 TEU당 600달러, FEU당 100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8월 현재 운임수준은 일부 선사가 선복을 채우기 위해 공격적인 운임을 내걸면서 2분의1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수출물량이 워낙 없다보니 공격적인 운임에 따라 맞추지 않으면 화물이 금세 다른 선사에 실려 상대적으로 높은 운임수준을 유지하던 선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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