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天津)항 폭발사고 여파로 한중항로의 시장 상황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선박 입출항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만 통관과 육상운송에 대한 불안감으로 화주들은 우회노선을 찾거나 수송을 보류하는 형편이다. 중국당국의 위험물 규제 강화도 시황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선사들은 톈진항의 컨테이너선 입출항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컨테이너선 이용 거점인 톈진항 둥장(東疆) 부두는 베이장(北疆) 부두 인근의 사고지점과 7km 가량 떨어져 있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관은 다소 지연되고 있다. 베이장 부두 배후에 위치해 있던 탕구세관(톈진세관) 폐쇄로 둥장세관으로 화물이 몰리는 까닭이다.
그 결과 이웃 친황다오항으로 물류경로를 갈아타는 화주가 늘고 있으며 인천-친황다오 구간에서 카페리항로를 운항 중인 진인훼리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선박의 해상수송은 큰 문제가 없지만 통관처리 지연으로 물동량도 평소 수준의 80% 정도밖에 싣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항만당국이 위험물 규제에 나서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톈진항당국은 사고 이후 위험물 처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위험물 반입 금지 기간은 현재 9월 초까지로 잡혀 있으나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인근 칭다오(靑島)나 옌타이(煙臺) 등 주요 국제항만들도 위험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화학제품을 취급해온 화주들의 대체수송로 확보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항로 관계자는 “친황다오나 스다오 등 카페리선만 취항 중인 항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국 항만들이 위험물 반입 허용 품목을 제한하고 있다”며 “한동안 위험물 수송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톈진 폭발 사고 전에도 한중항로의 시황은 좋지 않았다.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띠었으며 선사들의 선박 대형화 경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급 사정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특히 중국에 진출해 있던 제조공장들이 비싸진 인건비를 이유로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지로 속속 거점을 옮기고 있어 해운수요는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까지 수입항로 물동량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운임은 하락세를 띠었다.
선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상하이항로 선박이 700TEU급에서 1000TEU급으로 사이즈가 커지면서 공급은 더욱 늘어났다”며 “심각한 수급 불균형으로 선사들의 운항 채산성도 더욱 나빠져 실으면 실을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수출항로 운임은 50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며 수입항로 운임은 상하이항운거래소 발표에 따르면 130달러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한편 한중항로 상반기 물동량은 131만7821TEU를 기록, 1년 전의 132만3255TEU에서 소폭(0.4%) 감소했다. 수출물동량은 54만8138TEU로 8.9% 감소한 반면 수입물동량은 76만9683TEU로 6.7% 늘어났다.
수출 물동량은 상하이와 칭다오, 닝보에서 각각 10.7% 18% 12.4% 감소한 것을 비롯해 신강과 다롄도 4.8% 9.6%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수출 물동량은 중국 대부분 항구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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