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구주항로는 물동량 부진과 운임약세에 휴가시즌까지 겹치면서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월 한국발 북유럽지역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은 중국발 수출화물이 예상보다 밑돌면서 70~8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미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수요부진으로 휴가철 수출물량 감소세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소석률은 전월대비 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8월 초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구주항로 해상운임은 중순에 접어들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구주항로 취항선사들은 7월초 1000달러대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시장에 적용하며 운임을 끌어 올린 바 있으며 8월1일에도 1000달러대의 GRI를 시행했다. 선사들은 9월에도 TEU당 1000달러대의 GRI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GRI는 월초에 잠깐 유지될 뿐 월말로 접어들수록 큰 폭으로 하락해 운임을 회복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현재 매달 시행하고 있는 GRI는 일부 스팟화물에 대한 것으로 실제 선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운임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분기 계약운임도 내려가기 때문에 지금같은 낮은 운임 수준이 지속된다면 4분기 계약운임도 낮아져 선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지난 8월14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유럽 항로 운임(스팟)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640달러를 기록했다. 전주대비 일주일새 193달러가 하락했다. 이 운임 수준은 전월 7월10일 699달러보다 더 하락한 수준으로 7월과 8월 각각 1천달러대의 운임인상에 성공했지만 운임하락폭은 8월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항로도 8월14일 TEU당 661달러를 기록하며, 전주 879달러에서 218달러 하락했다. 선사들의 선복감축이 8월 반짝 운임을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중국발 수출물량 부진으로 근본적인 선복과잉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들의 예고됐던 분기 선복 감축 외에 선사들은 추가적으로 결항을 통해 선복감축에 나서고 있다. G6와 CKYHE 얼라이언스는 2분기부터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을 통해 선복을 줄였으며, 오션3도 3분기에 임시 결항을 통해 선복을 줄였다. 2M도 9월 중순부터 선복을 줄일 예정이다.
한 외국적선사 관계자는 “1천달러 대의 운임인상이 무색하리만큼 스팟운임은 매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7월 각 얼라이언스에서 선북감축을 발표하며 인상에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선사들의 선복감축은 더 이상 운임인상의 카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선복과잉은 앞으로의 상황에 비하면 오히려 나은 수준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기존선박을 대체하고 있으며, 초대형선 선박인도가 2017년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인도되는 선박의 대부분이 유럽항로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2만TEU급에 가까운 초대형선의 등장은 기존 선복의 1.5~2배를 늘리는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선복과잉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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