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다음 아고라에 ‘쿠팡맨을 살려주세요’ 라는 글이 올라왔다. 쿠팡맨 아내라고 밝힌 글쓴이는 “쿠팡맨이 일반택배기업 기사들보다 못한 처우와 대우를 받고 있다”며 “오전 8시에 출근해 10~11시까지 배송하고 월급 250만원을 받는 것이 말이나 되냐”면서 울분을 토했다.
이어 “계약직으로 6개월씩 연장만 해대며 정규직 전환률은 0%가 말이 되느냐”면서, 불쌍한 쿠팡맨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달라는 의견을 달았다.
이 글은 삽시간에 퍼져 각종 언론에서 ‘위메프 이어 쿠팡도 갑질?’, ‘쿠팡 로켓배송, 쿠팡맨의 혹독한 하루일과’ 등의 제목을 달며, 쿠팡 죽이기에 나섰다.
쿠팡맨 처우 논란 "과장된 부분 많다"
실제 쿠팡맨의 근무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쿠팡맨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다수의 쿠팡맨은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글이 상당히 자극적이며,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쿠팡맨 A씨는 “솔직히 힘든 점도 많지만, 대다수 쿠팡맨이 정규직 전환을 바라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해도 짧은 기간을 평가하고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아고라에 올라온 글도 그렇고, 열심히 일하는 배송기사는 말이 없지만, 대부분 열심히 하지 않고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말도 많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최근 쿠팡맨 처우에 대한 논란은 조금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점심식사도 거르고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는 “운수업 특성상 이러한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택배회사 기사들은 하루에 200~250개 물량을 배송하지만, 우리는 하루 평균 100개 정도를 배송하고, 일이 빨리 끝나면 다른 택배기사를 돕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비교적 체계적인 편이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일이 숙달되면서 배송시간도 단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맨이 근무하는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다. 간혹 물량이 늘어나 근무시간이 연장될 경우 추가수당이 지급된다.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맨은 기본급 260만원을 받고, 평균 인센티브 40만원을 받는다. 여기다 안전수당으로 50만원을 받는다. 차량은 회사에서 1톤 탑차를 지원하고 유류비는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부터 올해까지 정규직 전환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정규직은 대략 30% 정도로 예상된다. 쿠팡맨은 6개월 근무 후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계약을 연장한다. 연장 횟수는 3번으로 제한돼 있어 18개월까지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퇴사 처리된다.
쿠팡맨은 지난해 3~4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돼, 아직까지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됐다. 이 때문에 업계 내에서도 정규직 전환률을 비롯해 배송기사 처우 등 운영시스템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평가기준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고, 정규직 전환률이 낮아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근무환경은 일반 택배기업에 근무하는 택배기사들과 비교해 여러 가지로 나은 편이다.
대다수 택배기사는 본인 소유의 차량으로 택배를 배달하는 ‘지입제’로 되어 있으며, 하루 평균 200~250개의 택배를 배달한다. 유류비는 개인이 충당한다. 택배기사는 택배를 한건 배송하면 평균 900원 정도를 손에 쥔다.
한편 쿠팡 측 관계자는 “최근 같은 아이디로 쿠팡맨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올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확인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