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 도입이 한중카페리항로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한중해운회담에서 양국 정부는 25년 넘은 선박의 경우 6개월마다 선박 검사를 받도록 했다. 양국은 선령 제한 도입을 뒤로 미루는 대신 선박 관리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중 양국은 < 세월 >호 사고 이후 한 달이 멀다하고 특별검사를 실시 중이다.
올해 들어 한중카페리선의 기관고장 사고가 잇따르자 선박설비 및 정비 분야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선박복원성 규정 준수 여부, 선박안전관리체제의 실질적 이행 여부 확인 등 선박안전관리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으로 노후선에 대한 퇴출 압박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번 한중해운회담에서 여객선 나이 제한은 합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사들은 선령 상한선을 28년으로 하는 내용의 제도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회담에서 2016년부터 28년 이상 선령의 선박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과와 별도로 중국 교통운수부는 ‘한중카페리운수특별정비업무’란 여객선 안전제도를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이 제도는 한중카페리 항로의 선박 신규 투입은 중국적 또는 한국적의 신조선으로 해야한다고 못 박았다. 중고선이나 편의치적선으로는 항로 신설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기존 항로에서의 선박 교체는 선령 10년이 넘지 않는 선박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중해운회담으로 1년에 두 차례씩 선박검사를 받아야 하는 선령 25년 이상 선박은 현재 총 5척이다. 대룡해운의 < 융샤 >호, 대인훼리의 < 대인 >호, 석도국제훼리의 < 스다오 >호, 연운항훼리의 < 씨케이스타 >호, 화동해운의 < 화동명주6 >호 등이다. 위동항운의 < 뉴골든브릿지2 >호와 진천페리의 < 천인 >호는 내년에 25년에 진입한다. 퇴출 연한을 28년으로 가정할 경우 이들 선박의 운항 가능 기간은 3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외면해왔던 선박신조에 관심을 쏟고있는 선사들이 늘고 있다. 선박 신조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두우해운에서 투자한 카페리선사들이다. 단동국제항운과 화동해운 2곳은 최근 중국 조선소와 선박 신조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단동항운의 경우 운항선박인 < 동방명주6 >호가 선령 19년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반면 두우해운에서 운항중인 제주-삼천포항로에 투입된 < 제주월드 >호는 선령 28년의 노후선이다.
위동항운과 대룡해운도 선박 신조를 검토 중이다. 위동항운의 경우 < 뉴골든브릿지2 >호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인천-칭다오 노선의 < 뉴골든브릿지5 >호는 1997년 2월에 지어졌다. 이들 선사는 한중일 조선소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면에선 중국조선소가 매력적이지만 내구성이나 중고선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일본이나 한국조선소가 경쟁력이 뛰어난 편이다. 신조선가의 경우 한국조선소는 척당 1억달러 수준인 반면 중국조선소는 6000만~7000만달러대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에서 10년 이하의 비교적 젊은 선박을 사들인 선사도 눈에 띈다. 르자오하이퉁페리(일조국제훼리)는 최근 2007년 건조된 카페리선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조국제훼리는 11월15일 이탈리아에서 선박을 정식 인수한 뒤 수리를 거쳐 내년 설날 전에 항로에 띄운다는 계획이다. 선박 도입 가격은 5000만달러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선박신조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에 정부의 금융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카페리선사 관계자는 “한 해 수익이 많아야 수십억원에 불과한 한중카페리선사 사정 상 1000억원에 가까운 선박 신조 자금 조달은 매우 큰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정책금융권에서 1%대 금리, 20년 상환 식의 장기저리대출 지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중카페리항로 수송실적은 여객의 부진, 화물의 호조로 요약된다. 8월까지 여객수송실적과 화물수송실적은 각각 104만5000명 30만TEU로 5%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월간 실적에선 희비가 엇갈린다. 7월과 8월 화물 수송실적은 각각 8.9% 16.5%의 증가율을 나타내며 상승곡선을 그렸다. 신설항로 개설과 중단항로 재취항 등이 실적 성장의 배경이다. 반면 여객 실적은 -10.3% -8.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 세월 >호 사고 여파로 국내 여행객 감소가 표면화된 까닭이다.
8월 한 달 간 한중카페리선을 이용한 국내 여객은 4만15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6.7%나 감소했다. 최근 폭증세를 보여왔던 중국인 이용객도 10만9800명으로 0.6% 증가에 그쳤다. 한국인 이용객 점유율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27%로 크게 축소됐다. 반면 중국인 이용객 점유율은 65%에서 72%로 확대됐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국내 여객들의 감소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배 여행에 대한 안전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비교해 중국인 단체 여행객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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