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5 09:24

칼럼/역사를 통하여 배우자

한국물류연구원 / 김인호 원장

중국과 일본은 반만년 역사를 함께 하면서 수없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괴롭혔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힘겨루기를 보면서 과거와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될까 걱정된다.

내년 6월이면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 한지 50주년을 맞는다. 한동안 일본에 한류 열풍이 불어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으나 일본이 우경화( 右傾化 )의 길을 걸으면서 두 나라의 사이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과거의 잘 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멋진 이웃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고 그렇게 되도록 하기엔 우리나라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반면 중국과는 국교를 정상화한지 2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난 7월 3일 시진핑 중국 수석이 북한에 앞서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 졌다. 중국은 6.25나 병자호란등 과거의 불편했던 관계는 외면한 채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하얼빈에 세워주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과 대립각을 함께 세우면서 한국이 자신들의 편에 서줄 것을 은근히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취약한 정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하여 보수 진영을 결집시키려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주변 국가들을 침략할 때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동아 공영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부흥을 꿈꾸며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미·중 대결의 큰 틀 안에서 중국의 욕심과 일본의 욕심이 동·남중국해에서 충돌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요즘 상황은 구한말 열강들의 힘겨루기를 연상시킨다. 힘의 균형이 깨지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국토는 열강들이 충돌하는 현장이 되곤 하였는데 그런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는 일이 없도록 온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구한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가 위상은 높아졌고  산업구조면에서 볼 때 두 나라 사이에서 중간 조정자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 동안 문화와 스포츠의 활발한 민간 교류는 정치적인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켜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지금의 위험스런 상황을 남북통일을 이루고 동북아 물류의 중심국가가 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 본다.

우리나라는 칠레를 시작으로 47개 나라와 9건의 FTA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정작 가장 가깝고 교역량이 큰 두 나라와는 FT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3국간 FTA협상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지역의 평화와 경제적인 발전을 기대하는 15억의 국민의 시대적인 요구를 정치인들이 쉽게 외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정부가 한중FTA를 가급적 조기 타결해 한중일 FTA,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 아시아지역 경제통합을 목표로 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동아시아 지역경제통합 논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중일 FTA가 체결된다면 우리나라의 물류입지는 크게 높아 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05년 우리나라가 제안하여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어져오던 한중일 물류장관회의가 이번 8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지금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아주 기본적인 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나라간 막힘이 없고 친환경적인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물류보안과 물류효율화의 조화를 이루자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120년 전 청일전쟁이 일어났다. 그 때 열강들의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우리는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기는 불행한 일을 당하였고 일본 패망 후 해방을 맞이 하였으나 다시 나라가 둘로 나뉘어 지금까지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시절의 뼈아픈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통일을 이루고 반만년 역사상 가장 힘 있고 잘사는 나라의 기반을 닦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1853년 여름, 동경 앞바다에 미국 페리 제독이 이끄는 군함이 나타났다. 선체를 타르로 검게 칠해서 흑선( 黑船 쿠로후네くろふね )이라고 불렀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명치유신( 明治維新 )을 통하여 근대화를 추진하여 강한 국가를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청나라는 아편전쟁과 태평천국의 난을 겪으면서 양무운동(洋務運動)을 벌였다 양무란 다른 나라와의 외교 교섭에 관한 사무를 뜻하는 말이지만, 넓게는 서양의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군사적 자강과 경제적 부강을 이루려는  했던 운동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이 없었고 개인적, 지역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실패하였다.

우리나라의 갑오경장( 甲午更張 )은 재래의 문물제도를 버리고 근대적인 서양문물을 받아 들여 새 국가체계를 확립하려 한 정책이었으나 청일전쟁의 와중에서 일본의 힘을 빌어 추진되었고 정치적 세력 다툼으로 실패하였다. 하지만 동학농민운동의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 근대화의 뿌리가 되었다.

조선 대신들은 개화와 쇄국을 놓고 다투다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그 후 일본이 패망하였는데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분단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분단이라는 쓰라린 상처를 안은 채 남북과 대치하고 있다. 역사를 통하여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념 분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다툴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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