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5 15:00

기획/ 정기선사, 불황 탈출을 향해 달린다

2만TEU ‘컨’선 시대 머지 않아
‘컨’ 발주 중지·매각으로 수익 확보

●●●2008년 이후 해운업계에 도래한 불황은 정기선사들에게 새로운 전략을 요구했다. 올해를 끝으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정기선사들은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형선 발주부터 단기적으로는 중고 컨테이너 매각까지 올 한해에도 수익 향상을 위한 선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선사들이 컨테이너 장비 발주를 중지하면서 장비 부족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복 꽉 찬 유럽, SC로 바쁜 북미

5월 들어 유럽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GRI(기본운임인상)를 통해 기지개를 켰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5월1일 TEU당 600달러의 GRI를 실시했다. 머스크라인 역시 5월1일 TEU당 550달러의 GRI를 실시했으며 하파그로이드는 8일 TEU당 525달러, MOL은 10일자로 500달러의 GRI를 시도했다.

GRI는 정기선시장에 일정 부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4월30일자 북유럽항로의 운임은 TEU당 1305달러였다. 한 주 후인 5월 9일에는 TEU당 1401달러로 상승세를 탔다. 지중해 역시 4월30일 TEU당 1458달러에서 5월9일 TEU당 1598달러로 상승했다.

성수기를 맞아 소석률 또한 양호하다. 유럽항로를 취항하는 국적선사 관계자는 “현재 소석률은 100%에 다다른다. 물량이 많아 다 싣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밝혔다.

북미항로는 연간운송계약(SC) 시즌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초 5월 초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였던 SC가 예상보다 늦어져 5월 말까지 연기됐기 때문이다.

북미항로 선사들은 SC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GRI를 공표했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컨테이너 화물을 대상으로 5월15일부터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00달러의 GRI를 실시했다. 또 한 달 후인 6월15일에는 FEU당 400달러의 성수기할증료(PSS)가 도입된다. TSA 측은 “PSS는 성수기에 발생할 수 있는 항만 적체나 내륙 수송망 개선, 컨테이너 용기 임대 등 비용 상승에 대비한 것”이라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호주항로 역시 지난 15일 TEU당 500달러, FEU당 1000달러의 운임 인상을 실시했다. 4월30일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아시아-호주, 뉴질랜드 노선의 운임은 TEU당 611달러였다. 일주일 후인 5월9일에는 TEU당 578달러로 33달러 하락했으나 15일 GRI를 통해 반등의 기회를 맞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중남미는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4월30일 운임은 TEU당 736달러, 5월9일은 TEU당 677달러로 59달러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동안과 서안 지역에 TEU당 500~600달러의 GRI가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소석률 또한 100%에 육박해 모처럼 ‘만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중남미 항로를 취항하는 선사 관계자는 “한동안 운임이 침체기를 겪었었는데 15일 GRI가 잘 적용돼 상승된 운임을 당분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을 내놨다.

선사들이 수익 향상을 거두려면 높은 수준의 운임은 필수다. 특히 주요 노선인 동서 항로의 운임은 선사들의 실적과 그대로 연결된다. 지난해 호실적을 올린 정기선사 관계자는 “실적이 개선됐다는 건 그만큼 운임이 올랐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대형선 발주 경쟁 올해도 이어져  

선사들의 대형선 경쟁도 정기선시장 변화의 한 축이다. 곧 1만8000TEU를 넘어 2만TEU급 컨테이너선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적선사 현대상선을 비롯해 하파그로이드, APL, NYK, OOCL, MOL로 구성된 G6 얼라이언스가 1만9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선 20척 발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P3 네트워크 선사들도 선복 대형화에 앞장서고 있다. 1만8000TEU급 <머스크맥키니몰러>호 인도로 세계 컨테이너선 대형화에 앞장서고 있는 머스크라인은 물론, MSC 역시 장기 용선으로 1만8000TEU급 선박을 발주해 놓은 상태다. CMA CGM은 중국 상하이에서 건조되고 있는 1만6000TEU급 선박 3척을 1만7000TEU급으로, 한국 삼성중공업에서 건조되고 있는 1만2600TEU급 선박 3척을 1만6000TEU급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얼라이언스에 참여하지 않는 선사들 또한 컨테이너선 몸집 늘리기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특히 선복량을 늘리고 있는 선사는 차이나쉬핑, UASC다. 두 선사는 작년대비 선복량을 27% 늘렸다. 또 아시아-북미 항로에서의 공동 운항을 통해 서안 서비스 AAC에 투입된 선박을 8500TEU에서 1만TEU급으로 늘렸고 AAS2 역시 4000TEU에서 8500TEU로 교체했다. 

에버그린은 적극적으로 선대 확대 전략을 표명했다. 에버그린은 공개석상에서 현재 8500TEU급 선박에 집중돼 있었던 선대를 1만4000TEU급으로 확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선 투입은 비용 절감 정책의 일환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어 유류값을 아낄 수 있다. <머스크맥키니몰러>호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된 다른 컨테이너선보다 50% 적지만 적재능력은 16% 향상됐다.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이 선박에도 통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당장 발주 비용은 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선사들에겐 분명  이익이다.

그러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대형선 투입은 단기적으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대형선 발주 경쟁에 합류한 G6 얼라이언스는 선사들끼리 선형과 척수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해운 불황에 따른 선사들의 재정 악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G6 내부에서도 흑자와 적자를 이룬 선사가 엇갈려 합의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가 선복량 증가로 운임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대형선 발주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다. 유럽항로를 취항하는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유럽 노선의 경우, 올리면 떨어지는 운임 탓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이는 물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선복이 투입됐기 때문”이라 밝혔다.

비용절감의 키워드 ‘컨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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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은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해서는 당장 수많은 비용 소요를 필요로 하는 대형선 발주보다는 컨테이너 장비에 드는 비용을 아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양대 국적선사는 중고 컨테이너 매각과 컨테이너 신조 중단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해상 컨테이너 장비 부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에서의 컨테이너 장비 생산 지연과 아시아-북유럽, 지중해 지역의 물동량 급증이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신조 컨테이너 가격은 드라이화물용 20피트 컨테이너가 평균 2200~23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가 3800~3900달러다. 이중 40피트 드라이 컨테이너와 40피트 하이큐브 드라이 컨테이너가 특히 부족하다. 컨테이너 부족으로 신조 컨테이너 가격은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 가격이 최고치였던 2010년 4월, 20피트 컨테이너가 2400달러였던 것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컨테이너 임대업체 관계자는 “신조 컨테이너 가격이 계속 올라 중고 컨테이너를 수입해 대량으로 구매하는 선사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 컨테이너 가격은 20피트 컨테이너가 1200~13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가 1600~1800달러 수준이다.

선사들은 컨테이너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 2월말 기준으로 신조 컨테이너의 재고는 선사와 임대 업체를 모두 포함해 47만TEU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생산 지연으로 일부 선사들이 3월 말 인수 예정이었던 신조 컨테이너를 4월 말이 돼서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각지의 컨테이너 공장에서는 1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해 생산에 박차를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올 1분기 아시아-유럽 항로의 시황 개선 역시 장비 부족을 이끌어냈다. 늘어난 물량은 운임 상승을 동반한다. 지난 1분기 아시아-북유럽 노선의 평균 운임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1달러 상승한 1679달러였다. 아시아-지중해 노선의 평균운임도 1710달러, 1년전에 비해 501달러 올랐다. 또 성수기 들어 4월말부터 북유럽과 지중해 항로에서 화물이 급격히 움직인 것 또한 컨테이너 장비 부족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부 선사 관계자들은 컨테이너 장비 부족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물량이 늘어 컨테이너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해운 시황이 악화되면서 선사들이 컨테이너 신조 발주를 하지 않은 것이 진짜 원인이라는 것. 대형선사 관계자는 “물량이 늘어날 것을 섣불리 예측하고 컨테이너 신조 발주를 결정하기에는 이미 선사들은 재정상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당장 컨테이너가 모자라더라도 신조 중단과 중고 컨테이너 매각을 통해 비용을 확보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매년마다 15만TEU씩 신조 컨테이너 발주를 해왔던 한진해운은 올해 컨테이너 발주를 하지 않았다. 올 한해 컨테이너 비용 절감으로 실적 개선을 꾀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컨테이너 1만8097대를 미국과 홍콩의 리스사에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563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 한해에만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매각을 통해 1801억원을 확보했다.

컨테이너 관리 비용 역시 ‘비용 절감’ 대상이다. 컨테이너 관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선 화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국내 화주들의 경우 물류에 드는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서비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예상보다 선적이 늦어져 추가로 발생하는 컨테이너 임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선사들이 제대로 된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선사들 역시 컨테이너 사용료를 면제해 주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한 외국적 선사 관계자는 “지금 선사들에게 필요한 건 꼭 받아야 할 부대 비용을 제대로 지불 받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나 운임 인상으로 수익을 얻기를 도모하기 보단 꼭 받아야 하는 비용만 제대로 받더라도 수익 구조가 훨씬 더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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