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24 10:44

판례/ 부지문구의 효력이 인정되려면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년 4월10일 선고, 2013가합59635 판결

【원    고】 S 주식회사
 위 원고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창
 담당변호사 김 현, 이광후
【피    고】  H 주식회사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93,674,435원 및 이에 대해 2013년 3월29일부터 2014년 4월10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20,777,046원 및 이에 대한 2013년 3월29일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센테니얼 콜 세일즈 앤 마켓팅 피디와이 리미티드 (Centennial Coal Sales and Marketing PTY Limited, 이하 ‘이 사건 송하인’이라 한다)로부터 센테니얼 스팀 석탄 30,000톤 정도 (±10%)를 톤당 미화 115.25.29달러에 수입하기로 하고, 피고와 장기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포스코 및 포스코터미널 주식회사(이하 ‘포스코 측’ 이라 한다)와 씨티에스(CTS) 대양 이용계약에 따라 피고의 선박으로 위 석탄을 운송하기로 했다.

나. 이에 따라 피고는 2012년 10월20일부터 그 다음날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항에서 피고 소유의 선박 (M/V Hanjin Haypoint,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에 위 석탄을 선적한 뒤, 선장 또는 1등 항해사의 참여 아래 검정인(Draft Surveyor)이 흘수검정 방식으로 무게를 측정해 29,353메트릭톤(MT, 이하 ‘톤’이라 한다)의 석탄 (이하 ‘이 사건 운송물’이라 한다)이 실린 것을 확인하고, 선장 또는 1등 항해사가 위와 같이 이 사건 운송물 29,353톤이 선적됐다는 ‘본선수취증’을 발행했다. 그리고 선장을 대리해 피고의 선박대리점인 엘비에이치 오스트레일리아 피티디 엘티디(LBH AUSTRALIA PTY LTD)가 ‘센테니얼 스팀 석탄 29,353톤이 실렸다’는 문구와 ‘중량, 용적, 품질, 수량, 상태, 내용물과 가격은 알지못함(Weight, measure, quality, condition, contents and value unknown)’이라는 문구 (이하 ‘부지문구’라 한다)가 기재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했다.

다. 이후 피고는 2012년 10월27일경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항에서 이 사건 선박에 포스코 측이 수입하는 애쉬톤 점결탄 28,775톤을 선적한 뒤, 2012년 11월16일 대한민국 광양항에 도착해 이 사건 운송물을 제외한 포스코 측 화물 99,758톤을 양하하고, 2012년 12월5일 대한민국 포항항에 도착해 2012년 12월7일 이 사건 운송물의 양하를 완료했다.

라. 그런데 검정인인 주식회사 대한해사검정공사가 포항항에서 양하된 이 사건 운송물의 무게를 흘수검정 방식으로 수차례 거듭해 측정한 결과, 그 무게가 이 사건 선하증권에 기재된 중량 29,353톤보다 약 780톤이 부족한 28,573톤으로 밝혀졌고, 이 사건 선박의 선장 또는 1등 항해사는 그 검정서에 서명했다.

마. 원고는 현재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고,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항에서 이 사건 운송물을 선적해 운송하는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해상운송인으로서 운송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해 수하인 또는 화물의 정당한 소유권자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상의 주의의무를 해태해 이 사건 운송물을 손상시켰으므로, 그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중량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의 부지문구가 기재돼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운송물의 선적 당시 중량을 입증해 그 중량 감소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에 응할 수 없다.

3. 판단

가. 준거법

이 사건 선하증권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행됐으므로, 이 사건 운송물을 둘러싼 이 사건 법률관계는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와 운송인인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운송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대한 준거법을 지정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반면, 이 사건 선하증권을 매개로 운송계약 관계가 존재하는 원고와 피고 모두 대한민국 법인이고, 이 사건 운송물의 양하항과 그 부족분이 판명된 곳 즉, 손해의 결과발생지 역시 대한민국이므로, 이 사건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대한민국의 법률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운송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대해는 대한민국 법률, 특히 민법과 상법을 적용한다.

나. 해상화물운송인의 책임 및 ‘부지문구’의 효력에 관한 법리

1) 해상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積付)·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해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했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상법 제795조 제1항), 이에 반해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은 효력이 없다(상법 제799조 제2항).

또한 상법 제853조에 따르면 선하증권에는 송하인이 서면으로 통지한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를 기재하고 운송인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해야 하고(제1항 제2호), 위 기재사항 중 운송물의 중량·용적·개수 또는 기호가 운송인이 실제로 수령한 운송물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지 아니하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또는 이를 확인할 적당한 방법이 없는 때에는 그 기재를 생략할 수 있으며(제2항), 송하인은 위 기재사항이 정확함을 운송인에게 담보한 것으로 본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상법 제854조는 상법 제853조 제1항에 따라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선하증권에 기재된대로 개품운송계약이 체결되고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하고(제1항),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대해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보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진다(제2항)고 규정한다.

2) 위와 같은 상법 각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운송인은 선적항에서 운송물을 수령함에 있어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운송물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송하인이 서면으로 통지한 운송물의 중량·용적 등(이하 ‘법정기재사항’이라 한다)이 실제로 수령한 운송물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지 아니하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또는 이를 확인할 적당한 방법이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하증권에 법정기재사항을 정확히 기재할 주의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사항을 기재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대해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보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지며, 이에 대해 운송인 측은 반증을 들어 대항할 수 없다.

따라서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운송물의 부족으로 인한 손해를 증명함에 있어서는 운송인으로부터 운송물을 수령할 당시의 화물의 부족사실만 증명하면 되는 것이고 나아가 이러한 손해가 항해 중에 발생한 것임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어떠한 경우에 인정되는지 문제되나, 일반적으로 컨테이너 운송과 같은 경우 등에는 운송인이 화물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무게도 계량할 수 없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2001년 2월9일 선고 98다49074 판결, 대법원 2008년 6월26일 선고 2008다10105 판결 등 참조), 운송인이 흘수계산이나 검수를 통해 화물의 무게나 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3) 한편, 운송인이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정기재사항을 기재하면서 이와 동시에 “송하인이 적입하고 수량을 셈(Shipper’s Load & Count)” 혹은 ‘…이 들어 있다고 함(Said to Contain…)” 등의 이른바 부지(不知)문구를 삽입한 경우에는 이는 상법 제853조 제1, 2항 및 제854조 제1, 2항의 규정에 반하고,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상법 제799조 제2항의 규정에도 위배되므로, 이러한 부지문구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운송인은 그러한 부지문구를 기재했다는 사정만으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운송인은 법정기재사항의 기재를 생략하거나 혹은 이를 기재하더라도 이와 동시에 부지문구를 선하증권상에 기재할 수 있고, 이러한 부지문구의 기재는 상법 제853조 제1, 2항 및 제854조 제1, 2항의 규정에 반하지 아니하고,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상법 제799조 제2항의 규정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유효하며,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 소지인은 선하증권에 중량 등이 기재돼 있다 하더라도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했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계속>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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