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책임제한배제사유(책임제한권상실사유)
가. 책임제한배제사유·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
해상운송인의 책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과연 해상운송인이 언제나 책임제한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상법과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은 손해가 선박소유자 또는 운송인 자신의 고의로 인해 발생한 경우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발생한 경우에는 선주의 책임제한권이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769조 단서, 제797조 단서 및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제7조 1항 단서). 즉, 우리 법상 선주의 책임제한권이 상실되기 위해는 ① 손해가 선주자신의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하며, ② 선주의 고의적인 또는 무모한 작위·부작위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책임제한권 상실사유는 1993년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상법이 위 문언을 사용하면서 관련법조항 여러 곳에서 발견되나 우리 법체계상 낯선 것이어서 그 해석상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상의 논란은 귀책사유로서의 고의 또는 과실을 논의하는 우리법체계와 위 문언의 모체가 된 국제조약과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나 위 문언은 대체로 1976년 해사채권책임제한조약 제4조의 “intent to cause such lose or recklessly and with knowledge”라는 책임제한배제사유를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므로 영미법상의 위 조항에 대한 해석을 우리나라 법해석에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법체계와 관련해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의 해석에 관해는 고의 또는 중과실과 동일한 개념으로 파악할 수도 있으나 무모한 행위를 일반적인 중과실보다는 다소 무거운 고의에 근접한 과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나.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경우
어느 경우에 선주 자신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구체적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국판례 중 과속의 습관이 있는 선장이 교체된 레이다에 익숙치 않고 관리도 아니하는 상태에서 해상감독(Marine Superintendent)이 이러한 사실을 조사확인하지 아니한 사안에서 이를 선주자신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인정한 사례(The Lady Gwendolen(1965) 1Lloyd’s Rep.335. CA)나 선박관리회사의 이사가 적절한 최신해도를 제공하지 아니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것이 선주자신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를 구성한다고 본 사례(The Marion(1984) A. C. 563), 프랑스 판례 중 선장의 잘못으로 해안 방파제에 선박이 충돌해 손상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선주 자신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본 사례(1994년 5월31일 Heidberg Case 프랑스 보르도 항소법원) 등은 우리 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판례 중 차장급 직원의 결정에 의한 갑판적행위를 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본 사례(대법원 2006년 10월26일 선고 2004다27082 판결), 하급심판결 중, “항공기추락사고가 항공기기장 등이 헤이그의정서 제13조 소정의 “부주의하게 또는 손해가 아마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하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발생한 것이므로 의정서 제22조의 책임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라고 해 책임제한을 배제한 사례(서울지방법원 1993년 1월15일 91가합55778 판결) 등도 선주책임제한권 상실여부에 관해도 일응의 기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III. 항공운송인의 책임제한
1. 여객의 사망·상해에 대한 책임·무제한책임
가. 상법 규정
제904조(운송인의 책임)
운송인은 여객의 사망 또는 신체의 상해로 인한 손해에 관해는 그 손해의 원인이 된 사고가 항공기상에서 또는 승강(乘降)을 위한 작업 중에 발생한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
제905조(운송인의 책임한도액)
① 제904조의 손해 중 여객 1명당 10만 계산단위의 금액까지는 운송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② 운송인은 제904조의 손해 중 여객 1명당 10만 계산단위의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를 증명하면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1. 그 손해가 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나 대리인의 과실 또는 그 밖의 불법한 작위나 부작위에 의해 발생하지 아니했다는 것
2. 그 손해가 오로지 제3자의 과실 또는 그 밖의 불법한 작위나 부작위에 의해만 발생했다는 것
나. 이원적 책임구조(2단계 책임제도)
우리 상법 규정에 의하면, 항공운송인은 100,000 SDR까지의 손해에 대해는 운송인의 과실여부를 묻지 않고 배상책임을 지고, 100,000 SDR을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는 손해가 운송인, 고용인 또는 대리인의 부주의, 불법적 행위, 부작위에 기인하지 않았거나, 그러한 손해가 오로지 제3자의 부주의, 불법적 행위 또는 부작위에 기인돼 발생됐다는 것을 운송인이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진다. 즉, 우리나라는 100,000 SDR까지는 운송인의 배상책임을 제한하거나 면제할 수 없는 절대책임(엄격책임)과 유한책임주의(그러나, 위 책임도 상법 제898조의 취지에 따라 과실상계가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됨)를, 100,000 SDR을 초과하는 배상액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과실추정주의와 무한책임주의를 채택한 몬트리올 협약의 이원적 책임구조, 2단계 책임제도(Two-tier Liability System)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 책임제한제도의 철폐 및 2단계 책임제도상의 책임한도액의 인상 변경
우리 상법은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여객의 사망·상해에 관해 바르샤바 체제에 의한 책임제한을 철폐하고 2단계 책임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몬트리올 협약에 따른 여객의 사망·상해에 대한 위 절대책임의 책임한도액이 2010. 1. 1.부터 100,000 SDR에서 113,100 SDR(2013년7월19일 환율 기준으로 US$ 170.160.08 상당임)로 변경돼 우리 상법과 몬트리올 협약간에 괴리가 발생했다. 법 해석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조속한 상법의 개정이 요망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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