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9 14:11

기획/투 트랙 카드 부산항 살릴 수 있을까

GA, 북항서 신항 이전…물량경쟁 새로운 국면 맞아
부산항 날씨 북항 ‘냉랭’, 신항은 ‘후끈’

 

 

●●●지난달 초 정부는 부산 신항과 북항을 이원화해서 개발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정책을 발표했다. 신항에 피더 전용부두를 조성하고 북항 부두운영사 대형화를 통해 부산항의 환적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의 이 같은 항만 개발 청사진이 최근 물량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북항에 활력을 불어 넣고 신항과 동반 발전하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산항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853만2356개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8.4% 늘었다. 세계 5대 컨테이너항만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 가운데 환적화물은 2010년 이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체 물량 증대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경쟁항만들의 공격적인 물량유치로 이런 긍정적인 모습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닝보·저우산항 등의 거센 추격은 부산항의 세계 5위 항만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부산항 투 트랙 개발’ 카드를 빼 든 이유다.

우선 국토부는 원양선사의 기항빈도가 높은 신항에서 피더선을 통한 컨테이너 환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2-5단계 부두의 건설과 연계해 피더선사 전용부두를 개발키로 했다. 2-5단계 서 컨테이너부두 건설은 당초 7월에 착공되려다 한 달 미뤄진 상태다. BPA는 유관기관들과의 협의를 마치고 이달 말께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8년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더부두는 빠르면 2015년 개장을 목표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피더부두의 위치는 개발계획상 일반부두로 내정됐던 곳으로 확정됐다. 일반부두와 피더부두의 위치를 맞바꾼 것이다.

지난 2일 국토부는 부산항기본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피더부두는 당초 2-6단계와 3단계 바로 옆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정부가 조속한 개발을 원하는 연근해 선사들의 요청을 받아 들이면서 2-5단계 부두 옆인 일반부두 자리로 변경됐다. 2-5단계 부두와 피더부두를 함께 개발토록 해 전체적인 공기를 단축한다는 포석이다.

 

 

정부, 부두운영사 선정 시 선사 참여 의무화

정부는 신항 활성화로 처리물량이 급격히 이탈하고 있는 북항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이른바 북항 부두운영사 통합이다. 운영사를 통합하고 대형화를 유도해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고 신항 성장에도 흔들림 없는 북항만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북항의 부두운영사가 생산성 제고를 위해 자율적으로 부두운영을 통합할 경우, 증심준설 ·장비개선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신설부두 활성화 전략도 내놨다. 운영사를 구성할 때 선사를 의무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신설부두 운영에 선사가 참여하게 될 경우 개장 초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버팀목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 환적화물 유치에도 긍정적이란 계산에서다.

최근 선사들의 공동운항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선사를 운영에 참여시킬 경우 해당 선사 물량 뿐 아니라 공동운항그룹 물량까지 끌어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신항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운영하는 부두들이 모회사 물량을 기반으로 짧은 기간에 안정궤도에 오른 것이 정책 결정의 배경이 됐다. 두 선사는 각각 한진해운신항만(HJNC)과 현대부산신항만(HPNT)을 운영 중이다.

선사들이 터미널 운영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터미널 이전을 두고 벌이는 경쟁도 줄어 들어 이전투구식의 하역료 인하 경쟁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두운영사 선정 시 컨소시엄에 한 곳 이상의 선사를 포함해야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선사의 비율을 높여야 고정적인 선사의 물량을 유치할 수 있고, 항만하역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기존 북항의 터미널 운영사들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선사계 부두운영사와 글로벌 부두운영사들의 득세로 가뜩이나 기존 토종 하역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사의 부두운영 참여를 제도화 하는 데 불만이 높다. 신항에 피더부두를 개발하는 것도 회의적이다.

북항의 한 운영사는 “신항에 피더부두가 개장되면 북항 하역업체들은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북항의 공급이 넘치게 돼 하역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신항 운영사 관계자도 “신항에 피더부두가 만들어진다면 북항 하역사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는 신항 피더부두의 규모가 작아 북항 운영사들이 우려하는 물량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항 피더부두는 1천TEU급 2선석 규모로 신항 내의 피더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북항 피더화물이 신항으로 쏠리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항 뒷걸음질 VS 신항 20% 고성장

물동량의 신항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북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401만4708TEU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3.9% 감소했다. 반면, 신항은 450만4345TEU를 처리해 전년동기대비 22.3%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부산항 전체 물동량 중 신항 처리 비중은 53%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의 비중을 차지하던 신항은 1년 새 북항과 점유율을 맞바꿨다.

북항의 하역사들은 신항으로의 물량 이탈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반기에 북항에서 성장을 일군 곳은 대한통운부산터미널(KBCT, 신선대) 한 곳 뿐이다. KBCT는 132만4154TEU를 처리해 전년동기대비 4.2% 늘어난 실적을 신고했다. 환적화물이 물동량 증가에 효자 노릇을 했다. 신선대부두를 제외한 나머지 부두는 모두 5~7%의 감소를 보였다.

자성대부두는 상반기에 가장 큰 폭인 7.4%의 물동량 감소세를 보였다. CMA CGM과 고려해운이 올 1월 개장한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로 이전한 뒤 점차 물동량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감만부두도 3월 독일의 함부르크수드와 칠레 CCNI가 공동운항하고 있는 남미서안노선이 신항 PNC부두로 이전하면서 씁쓸한 상반기를 보냈다.

 

 

신선대부두도 위기 상황인 건 마찬가지다. 지난 3월 그랜드얼라이언스(GA)의 유럽항로 물량을 현대상선의 HPNT에 내준 바 있다. 아시아-북유럽항로에서 GA와 현대상선이 포함된 뉴월드 얼라이언스(TNWA)가 통합해 G6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GA는 하파그로이드 NYK OOCL로 구성돼 있다. 그나마 4월에 신항에 취항하던 쿠웨이트의 UASC 물량을 가져와 공백을 가까스로 메울 수 있었다. UASC는 신선대부두를 기항하고 있던 중국 차이나쉬핑 프랑스 CMA CGM과 아시아-중동 노선에서 손을 잡았다. 

신선대부두는 하반기에 물량감소가 유력시 되고 있다. 최대 고객인 GA가 북미항로마저도 신항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GA는 유럽항로에선 G6 출범 후 신항으로 이전했지만 북미항로 서비스에선 신선대부두를 계속 취항해왔다. GA는 9월1일부터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을 이용키로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GA의 미주노선 물동량은 연간 약 60만TEU에 달한다. 다섯 달 전 신항으로 옮겨간 유럽노선 물동량은 40만TEU가량이었다. 올 한 해 연간 100만TEU의 물량이 신선대를 빠져나가는 셈이다. 신선대부두 전체 물량의 40% 수준이다. 신선대부두는 지난해 257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했다.

GA는 2년 전부터 신항 이전을 고려해왔다. 하지만 신선대부두의 인하된 요율 제시로 이전 시기를 미뤄 왔다. 하지만 올해 신선대부두와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바로 신항으로 갈아탔다.

GA가 실시한 부두 입찰에는 하역능력 이상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는 한진해운신항만을 제외한 신항 내 모든 부두가 참여했다. 북항에선 신선대부두와 자성대부두(허치슨부산컨테이너터미널)도 참여했으나 GA는 비용 추가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역료가 높은 신항 이전을 확정했다. 하역료는 높지만 갠트리크레인 등 하역시설이 현대화된 신항이 여러 모로 이용상 장점이 크다는 이유다. 덕분에 연간 100만TEU를 채우지 못하던 신항의 PNIT는 처리실적을 2배로 끌어 올릴 수 있게 됐다.

PNIT 관계자는 “GA의 신항 이전은 이미 계획돼 있었고 PSA의 글로벌 영업력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며 “9월부터 GA의 물동량을 처리하게 돼 실적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진과 싱가포르 터미널 운영사인 PSA가 투자한 PNIT는 PSA의 글로벌 영업력을 내세워 GA의 물량을 끌어올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PNIT가 저가 입찰로 신항 하역료를 떨어트리지 않을까 우려를 하기도 했다. 연초 G6의 아시아-북유럽 노선 입찰에 참여했던 PNIT가 지나치게 낮은 하역요율을 제시해 시장에 파문을 일으킨 전적이 있기 때문.

이로써 신항과 북항 간의 물동량 경쟁은 일단락 됐다. 북항은 GA마저 신항으로 넘겨주면서 하역료 덤핑 부두란 국제적인 불명예까지 감수하며 지켜왔던 ‘알토란’ 같은 원양항로의 물량을 모두 잃게 됐다. 반면 신항은 BNCT를 제외하고 모두 공칭처리능력을 넘어서는 물량을 확보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최대 관심은 물동량이 대폭 줄어든 대한통운의 향후 행보다. GA와 별개로 일본 NYK, K라인, MOL 3곳이 공동운항하는 남미노선과 중국 코스코와 함부르크수드, NYK가 공동운항하는 뉴질랜드 노선도 신항 이전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신선대부두의 물량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5만t급 5선석의 신선대부두를 운영 중인 대한통운부산터미널은 빠져나간 만큼의 물량을 다시 유치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는 두 가지 카드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규모를 줄이는 이른바 구조조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원양항로 물동량이 대부분 신항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대규모 물량 유치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북항은 현재 대부분 근해선사의 물량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근해선사와 터미널 운영사간의 신뢰도 높아 이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항 하역사 한 관계자는 “GA 이전으로 대한통운이 뭔가 행동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선사들도 터미널 이전에 대한 얘기가 없고 조용하다”며 “(운영사간) 경쟁으로 인해 더 이상의 하역료가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업계는 대한통운이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일부 선석을 반납하거나 항만인력 감축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한다.

대한통운측은 “여러 방안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구조조정도 그 중에 하나”라며 말을 아꼈다. BPA는 대한통운의 일부 선석반납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론된 얘기가 없다고 답하면서도 일부 선석만 떼어내 반납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신항 물량 이전 지속, 북항 대형화 준비

신항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양항로에 이어 피더부두 신설로 근해항로 물량마저도 신항 이전 채비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 초 신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북항 물동량을 추월했고 내년에는 신항과 북항의 물동량 비율이 7:3까지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북항 하역사들은 수익성제고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북항 운영사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 초 추진됐던 북항의 7개 부두 운영사 통합은 운영사간 이해관계에 얽혀 중단됐다. 하지만 감만부두와 신감만부두의 통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감만부두와 신감만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세방, 인터지스, 동부익스프레스 등은 7개 부두 통합이 무산되자 두 부두만의 통합이라도 이루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 두 부두의 통합은 선석대비 부두운영사가 많은 만큼 통합에 대한 필요성도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토부는 하역사들의 통합 논의에 반색하고 있다. 지난 2월 국토부 주성호 차관은 북항 부두 운영사들의 통폐합에 대해 정부도 나서서 적극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7개 부두 운영사 통합은 차치하고 2개 부두만이라도 운영사 대형화를 유도해 글로벌 선사를 유치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토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GA의 신항 이전으로 북항의 하역업체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며 “북항이 대형화를 위해 운영사 통합을 추진한다면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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