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의 자금조달 사정은 오히려 나아지고 있다. 시중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고금리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덕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이 최근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수요 입찰에는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몰렸다. STX팬오션은 이에 힘입어 BW 발행 규모를 당초 2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5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보이면서 참여하겠다는 증권사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STX팬오션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건화물 운임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화물 해상운임을 추종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7일 현재 660포인트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최저점인 663포인트를 하향 돌파했다. 올 들어서만 60% 넘게 떨어지며 지난 3일에는 25년 만에 최저인 647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STX팬오션 BW를 시장에 판매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운업체 실적이 상반기 중 바닥을 칠 것이란 전망이 많아 기관의 자기자본투자(PI)팀과 메자닌펀드 등에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규모로 국내 1, 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역시 지난달 말 2000억원과 2200억원의 회사채를 각각 발행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500억원씩 많은 수준이다. 발행금리를 지난해 2, 3분기 발행 때보다 0.8%포인트 정도 높은 연 6.20%와 5.80%로 제시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긴 덕분이다.
해운업체들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BDI가 지금과 비슷했던 2008년 4분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신용등급이 ‘A+’로 지금의 ‘A-’보다 두 단계 높았던 2008년 10월 연 7.0% 금리로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상선은 비슷한 시기에 지금과 같은 ‘A0’ 신용등급으로 연 8.5%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크레디트애널리스트는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과거 대비 상대적으로 줄어든 금융 비용이 해운사 재무위험을 완화시켜주고 있다”며 “앞으로 재무위험을 관리하는 데도 회사채 시장의 여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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