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주 노선 화물 급감…항공사 타격 커
유럽의 재정위기 악화와 미국 등 세계 경기 위축으로 침체된 항공시장이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도 맥을 못 춘 것으로 평가됐다. 2분기보다 못한 3분기 실적에서 항공업계의 시름을 엿볼수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3분기 한국발 항공화물(환적화물 우편물 제외) 수송량은 16만5천t으로 2분기 17만5천t에 비해 5.7%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고공행진을 벌이던 항공화물 시장은 4분기부터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더욱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항공사들은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보면서도 은근히 2분기를 만회할 수 있는 3분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녹록치 않았다.
하반기 스마트기기의 활성화로 인한 기존 IT 제품의 수요가 줄고 항공화물 중량의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인천공항공사의 전망은 적중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란 한숨 섞인 ‘자조’로 끝나고 말았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늘어난 외항사의 공급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수요가 줄다보니 분위기는 더 안 좋은 편”이라며 “항공사들이 기존 항공기를 빼거나 새로 항공기를 도입해도 노선 조정을 통해 공급을 줄여나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의 CASS(화물정산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가입 항공사의 3분기 한국발 항공화물실적은 14만566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6366t에 비해 17.4% 감소했다.
유럽노선은 2만8445t을 수송해 지난해 같은 기간 4만2499t보다 33.1%나 급감한 모습을 보였으며 북미노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감소한 2만8525t에 그쳤다. 항공화물의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TV 제조용 LCD 패널물량이 대폭 줄어든 결과다. 상반기부터 이어져온 TV 판매부진으로 수출물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9월까지 동남아지역으로 수출되는 항공화물은 6만8700t으로 6% 감소했다. 동남아지역에서 선진국으로 수출되는 원자재 물량이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 외항사 관계자는 체감상 지난 4분기대비 유럽은 70~80% 수준, 동남아지역은 85~90%선을 수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수·적체로 한국발 항공수송 늘기도…
동남아 노선에서는 최근 태국이 홍수피해를 입으면서 방콕에서 환적되는 유럽행 물량이 더 늘기도 했다. 50년 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은 태국은 공항이 침수되면서 수출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지만 침수피해를 입지 않은 수완나품국제공항은 정상 가동되면서 한국발 방콕 수송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홍수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은 태국 중북부 지역으로 돈므앙국제공항은 활주로와 주변도로까지 침수피해를 입었지만 수완나품공항은 피해가 없어 방콕을 기항하는 모든 항공사들이 수완나품공항으로 모여 들었다.
태국 홍수로 오히려 한국발 물량이 늘어난 항공사도 있다. 방콕에 허브를 두고있는 타이항공은 홍수피해로 방콕-유럽 프랑크푸르트노선에서 방콕발 수출물량이 줄자 한국발 유럽행 환적화물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타이항공 관계자는 “일본의 주요 자동차 및 전자제조업체들의 생산 공장 침수 피해도 컸지만 침수로 인해 도로운송이 어려워지자 공장에서 수완나품공항으로 수출화물의 내륙수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오히려 한국시장에서는 방콕에서 환적해 유럽으로 가는 화물의 경우 수완나품공항의 화물기 스페이스가 여유로워 물량을 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화물수송량이 줄어든 반면 중동지역은 고유가로 국내소비가 늘면서 오히려 수송량이 10% 늘었다. 남미지역도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 증가세로 수송량이 29.3% 늘었다.
항공사들도 이 지역들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1월 말 인천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와 페루 리마를 잇는 화물노선을 개설할 예정이다. 브라질 상파울루는 제너럴모터스(GM)가 생산 공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현대자동차가 올 2월부터 자동차 생산 공장 착공에 들어가 눈여겨보던 중남미 관심지역 1순위다.
CIS(독립국가연합)향 항공화물 수송량도 늘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의 적체현상으로 선적되지 못하는 화물들이 항공으로 쏠리면서 항공수송량이 늘었다. 철도적체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CIS지역으로 가는 항공화물량은 내년까지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항공사 수송량 16% 감소, 10대 항공사 모두 감소
3분기 10대 항공사도 수송량이 모두 감소했으며 유럽과 구주노선의 화물을 주로 실었던 항공사들의 경우 수송량은 더욱 급감했다. 3분기 10대 항공사들이 수송량은 12만531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9971t보다 16.44%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3분기에 항공화물 6만3272t을 수송해 지난해보다 18.44% 감소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3만3851t을 수송해 16.95% 줄었다. 운임매출도 각각 17.3%, 17.4% 감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CD 수요 물량은 줄었는데 호황기 때 국내시장에 화물편을 늘린 외항사의 공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수송량이 줄기도 했다”며 “10월 들어 9월 대비 미주, 유럽 물량이 늘고 있어 11월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TV제조업체의 LCD 패널 부품 수송을 맡던 한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는 자동차부품 등 새로운 아이템을 수출하는 화주 찾기에 나섰다. 업체 관계자는 “S사의 LCD 부품이 전체 수송량의 60% 이상을 차지했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LCD 시장이 침체되더니 현재 3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한국에서 수출되는 물량뿐만이 아니라 삼국 간 시엔에어 (sea & air)수송 자체도 줄어 타격이 더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해상으로 한국으로 수송된 뒤 인천공항을 통해 미주 등 전 세계로 항공수송되는 삼국 간 화물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발 항공운임이 중국에서 직접 항공 수출하는 것보다 높기 때문에 화주들이 선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캐세이패시픽은 4636t을 수송하고 루프트한자카고는 4299t을 수송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39%, 6.86% 감소했다.
캐세이패시픽 관계자는 “3분기까지는 전체시장 평균 감소폭보다 수송량 감소폭이 적어 나름 선전했지만 10월 들어서면서 많이 감소했다”며 “중동과 인도 지역 수요를 유치하기 위해 집중할 계획이었으나 유럽향 화물이 없다보니 유럽노선에 주력하는 외항사들이 중동 인도 지역에도 확대해 이 지역 수송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 유럽계 항공사들은 한국에서 수출되는 유럽향 화물이 줄자 중동과 인도행 스팟성 스페셜화물을 저가영업을 앞세워 공략하고 있다. 폴라에어카고는 4294t을 수송해 12.67% 감소했으며 타이항공은 3442t을 수송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8% 급감했다.
유럽향 물량감소로 주력 항공사 고전
상반기 때 견실한 실적을 보였던 제이드카고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분기까지 9220t의 화물을 실었지만 올 3분기는 312t의 물량을 실어 수송량이 96%나 급감했다. 상반기까지는 지난해와 비슷한 물량수송량을 유지하다 3분기 들어 큰 낙폭을 보이며 평균 월 3천t의 수송량이 월 100t으로 줄었다.
삼성, LG전자의 유럽향 LCD 부품 화물을 주로 수송하던 제이드카고는 올해 들어 수송량이 급격히 줄어들자 올 초 주 7회까지 늘렸던 화물편을 줄이기 시작해 7, 8월부터는 화물기가 거의 뜨질 못하는 형편까지 이르렀다.
업계에 따르면 제이드카고는 정규편이 아닌 수송물량이 있을 때만 수송하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예약을 받아도 중국에서 화물이 적어 취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화주들의 물량이 급격히 줄었다.
제이드카고 관계자는 “화물편이 상반기보다 줄었지만 주 5회 화물편을 유지하고 있다”며 “직항이 아니라 중국을 기항해서 나가는 수송에 화물편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보니 물량이 줄었지만 10월 들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드카고와 같이 유럽향 화물에 주력하고 있는 카고룩스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3분기 2347t을 수송해 지난해 2828t보다 17% 감소했지만 여러 콘솔(화물혼재)업체들과 화물칸할당협정(BSA : block space agreement)을 체결해 유럽향 물량이 줄어도 정규편을 계속 띄울 수 있었다. BSA는 항공사가 대리점에 일정부분 화물칸을 연간 계약판매하고 화물을 싣는 것으로 일종의 전세화물칸이라고 볼 수 있다.
제이드카고는 콘솔업체들과 BSA를 맺지 않아 안정적인 수송량을 확보 할 수 없어 시황급락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반면 카고룩스는 화물칸 연간계약으로 수송량을 확보 할 수 있게 됐다.
내년을 두 달 남겨두고 항공사들은 지난해 저조했던 4분기보다 더 낮은 수송량을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도 시황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올 4분기도 비슷한 추세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며 “IT회복이 안 되고 있지만 자동차부품의 호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포워더 관계자도 “업계동향을 봐도 어떤 화주에게 물량이 나온다더라 하는 호재성 정보가 들리지 않는다”며 “10월은 그나마 3분기보다 나았으니 11월도 10월 정도면 만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 대리점업계는 물량이 없는데도 몇몇 물량이 많이 나가는 노선으로 전체 운임을 올려 받는 항공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항공사가 보름에서 한 달 간격으로 항공운임을 kg당 몇 백 원씩 꾸준히 올려 운임이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라는 것.
대리점업체들의 항공운임 인상에 대한 토로에 항공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운임을 올려도 결국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실제 싣는 화물은 예전운임과 별 차이 없다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수익이 높았던 장거리 노선의 수송물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유가가 지난해보다 40%가까이 올라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 속을 태우고 있다. 더군다나 유럽향 화물에 대해서는 내년 1월1일부로 EU-ETS(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서 일정기준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서는 구매할 수밖에 없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항공사가 떠맡게 될 처지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도 없는데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유럽의 탄소배출권구매제에 대해 반발이 심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만약 시행된다면 운임에 부과하기 쉽지 않아 항공사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 번 미뤄진 사전적하목록신고제 “12월엔 시행될까”
유럽탄소배출권구매제는 업계에는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고 있다. 항공사와 포워더 모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수송량 채우기와 12월 시행을 앞둔 사전적하목록신고제다.
12월1일부터 수출 항공화물은 항공기 적재 30분전에 제출하며 수입 항공화물은 항공기 입항 4시간 전에 제출해야한다. 수입 시 근거리 지역인 중국, 대만, 홍콩, 일본, 극동러시아지역은 항공기 출항 전에 제출해야한다.
관세청은 사전적하목록신고제를 지난 7월 시행키로 했다가 10월로 미루고 다시 12월로 또 한 번 미뤘다. 제도에 대한 포워더업계의 인식이 부족했다는 이유다. 사전적하목록신고제 시행을 위해 몇몇 포워더와 항공물류정보시스템이 주축으로 시작한 시범운영은 정상시행에 가깝게 거의 마무리 됐으며 일반 포워더의 경우 12월 시행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반면 콘솔업계에선 동시포장 등 일반적이지 않은 변수 작업이 많아 정상적으로 시행되기에는 12월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두차례나 연기된 만큼 12월 시행은 더 이상 연기되지 않고 진행된다”며 “내년 6월까지 적하목록 제출시기 위반에 따른 행정제재와 벌금은 유예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그 기간 동안 숙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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